2024년 9월 9일 월요일

노년에 맞는 가을

 어느덧 가을 문턱이다. 시간이 빨리 흐른다. 하늘이 어느덧 높아지고 파란색으로 변하고 있다. 빛의 미묘한 변화로 시작되는 계절 변화다.

달력은 이미 입추(立秋)가 지나갔고 여름 기운이 꺾인다는 처서(處暑)도 지나갔다.

이제 추석이 기다리고 있다.

 멀지 앉아 첫 서리가 내리고 기러기가 먼 하늘로 떠나는 계절이 오리라!

 

우리는 세월 따라, 자연 따라, 씨줄 날줄로 생을 엮어간다.

인생은 시간과 자연의 흐름 속에서 서서히 엮여가는 것 같아요

씨줄과 날줄처럼

우리가 겪는 다양한 경험들이 서로 교차하고 얽히면서 

우리의 삶을 만들어 가는 거죠

살아온 노정에서 

날이 날마다 꼭 닮은 날이 하루도 없었다는 사실도 신비롭다. 어느 한 날은 청명했고 어느 날은 요란한 폭풍에 비바람이 흔들어대기도 했었고, 때론 다시 만나고 싶지 않은 날도 있었고, 나날이 오늘만 같았으면 하는 평온으로, 

버릴 수 없는 기록을 남긴 날도 있지 않았던가. 

이렇듯 하루들이 씨줄 날줄로 엮어지면서 일생을 직조해 간다. 

기차가 굴속으로 빨려 들어가듯 세월이 바람처럼 시간을 빨아들이는 것 같다

저물녘의 황혼이 조용하고 따듯하다.

 

낙엽들이 물들어 가는 광경을 보면서 쓸쓸해지는 기분을 느끼지만, 

그러나 인간이 겸허해지고 길쌈을 결산하는 시기다.

 

지상의 존재로서 마지막 떠나는 순간,

우리도 나무의 마지막 잎새처럼 언젠가 떨어져 나갈것이다.

 

그런 사실에서 가을노인으로써 늘 건강을 가꾸고 감사하는 생활로 이어지기를 기도한다. 늙었지만 아직 쓸모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말이다.

<옮긴 글>


노년에 맞는 가을




어디쯤 왔을까

가던 길 잠시 멈추고 뒤돌아 보지만

온 길 모르듯 갈 길도 알 수 없다



힘을 다하여

 싦을 사랑했을까 마음을 다하여

 오늘을 사랑했을까



낡은

 지갑을 펼치면 반듯한 명함

 하나 없고

어느 자리 어느 모임에서

 내세울 이름도 없는 아쉬움으로 지금까지 무얼하고

살았을까 하는 후회는 또 왜 이렇게 많을가



그리움을 다하여

붙잡고 싶었던 사랑의 순간도 사랑을 다하여

매달리고 싶었던 욕망의 시간도

노년의

가을 앞에 서면 모두가 놓치고

싶지 않은 추억인데



그래 이제는

 어디로 흘러갈 것인가를 걱정하지 말자 아쉬움도

미련도 앨범속 그리움으로 간직하고



노년에

맞이하는 가을 앞에서는 그저 오늘이 있어

내일이 아름다우리라


그렇게 믿자

그렇게 믿어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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