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12일 목요일

화이트칼라 임금 넘어선 블루칼라 임금

 오랜 기간 일자리 시장에서 소외받던 ‘블루칼라(생산직 노동자)’가 재조명받고 있다. 챗GPT 등 생성형 인공지능(AI) 열풍으로 ‘화이트칼라(사무직 노동자)’가 설 자리가 갈수록 사라지는 분위기에 힘입은 결과다.


고소득, 고학력 화이트칼라 직종일수록 AI의 일자리 공습에 취약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에 비해 블루칼라가 수행하는 육체노동 일자리는 AI에 의해 대체되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기술이 대체하기 힘든, 육체노동을 하는 현장직 노동자만 살아남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면서, 다수 젊은이들이 현장 노동 도전에 나선다. 실제로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현장·생산직 직업에 대한 선호도가 한껏 높아졌다. 저출생,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노동력 품귀’ 현상까지 빚어져 블루칼라 몸값은 갈수록 높아지는 모습이다. 그야말로 ‘블루칼라 전성시대’다.


최근 포브스 보도에 따르면 발전소 엔지니어, 방사선 치료사, 엘리베이터 설치·수리공 등 블루칼라 직종의 평균 연봉이 10만 달러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고소득 블루칼라 직종은 대학 교육을 받지 않았어도 직업학교를 수료하고 관련 자격증·면허만 있으면 일할 수 있다.


미국에서 이런 고임금의 생산·기능직군에 화이트칼라(사무·전문직)를 선호하던 20~30대 젊은 세대들이 몰리고 있다.


스스로를 고소득 현장직으로 ‘공구 벨트(Tool Belt)’ 세대라고 부를 정도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에는 더 많은 배관공이 필요하고, Z세대(1990년대 출생 세대)가 그 수요에 응하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블루칼라 직종이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높은 임금 때문이다.


미국 급여 정보 관리업체 ADP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건설 분야 신규 채용자의 중간 임금은 4만 8089달러로 전문 서비스 분야 신규 채용자의 중간 임금 3만 9520달러보다 1만 달러 가까이 높다.


이는 건설 직군 신입이 회계사나 IT 산업 신입보다 더 높은 임금을 받는다는 것이다.


2023 신규 채용자 중간 임금 (괄호는 전년대비 상승률) 

 

(미국 급여정보관리업체 ADP)


ADP분석에 따르면 이런 임금 역전이 4년 전부터 벌어진 현상이라고 밝혔다.


코로나를 계기로 화이트 칼라 직종은 대규모 구조조정이 있었고, 블루칼라 업종은 수요가 꾸준하다는 것이다.


발전소와 엘리베이터 관리 외에도 고압 케이블 설치·철거나 배관 정비 등 각종 사회 기반 시설에 대한 유지·보수 업무는 인공지능(AI) 같은 것으로 대체할 수 없다.


하지만 고령화로 인해 은퇴하는 기술자들은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젊은 인력의 공급은 이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노동력은 점점 희소해지는 데다, 기술로 대체하기 어려운 육체노동에 대한 보상은 더 좋아지고 있다”며 “블루칼라 노다지가 터졌다(Bonanza)”라고 평가했다.


블루칼라 직종의 인기는 미국 교육 시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4년제 대학의 전체 등록률은 감소 추세인데, 전문 직업 교육 프로그램 중심의 2년제 커뮤니티 칼리지에 등록하는 학생 수가 급증하고 있다.


미 전국대학생정보연구센터(National Student Clearinghouse)에 따르면, 직업 교육 중심 전문대 등록 학생 수는 지난해 16% 증가했다. 이 데이터를 추적하기 시작한 2018년 이래 최고치다.


같은 기간 건설 관련 학과 학생 수는 23% 늘었고, 난방·환기·공조(HVAC)와 차량 정비 프로그램 등록 학생 수도 7% 증가했다.


세계 최대 검색 포털인 구글에선 ‘블루칼라 일자리’ 키워드 검색량이 최근 3년 사이 3배 이상 늘어나는 등 최근 몇 년간 지속적인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에 대해 포브스는 “진입 장벽은 낮고 대학 학위를 받기 위해 필요한 학자금 대출까지 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 블루칼라 직업은 젊은 층 사이에서 좋은 대안이 되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AI 기술의 발달과 보급으로 사라진 화이트칼라 일자리가 회복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는 지난해 정리 해고를 단행한 뒤 “직원들이 떠난 자리가 앞으로도 채워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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