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7월 28일 월요일

♡ 나는 어떤 '노인'일까? ♡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늙어가고 있다. 이는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지만, 초고령사회 진입을 계기로 많은 사람이 늙음을 화두 삼아 새삼 분주해졌다. 다양한 주제의 행사장마다 사람들로 붐비고, 각종 대책과 담론이 쏟아진다. 그런데 정작 늙음, 노년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재수 없으면 100살까지 산다’는 말, 심지어는 ‘장수의 재앙’이라는 말도 스스럼없이 쓰인다. 빈곤, 질병, 고독, 무위(할 일 없음)로 요약되는 노년의 4대 고통. 그래서 흔히들 “죽는 것보다 늙는 게 더 무섭다”고 말한다.


하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늙음이 그렇게 우울하고 두렵기만 한 일일까? 길어진 노년의 시간을 두려움과 우울로 채워야 한다면 ‘장수의 재앙’은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정말 그럴까? 이 질문으로 다시 바라보니, 나이 듦에는 좋은 것도 많다. 이제 가식과 허세 따윈 필요 없다. 과거의 지위나 명망은 별 의미가 없어지고, ‘나’라는 존재 자체로 살아갈 수 있는 자유가 생긴다. 남에게 잘 보이려 애쓸 필요도 없고, 못나고 부족한 나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다. 마음이 편해진다. 젊을 땐 몰랐던, 나이 듦이 주는 큰 선물이다.



♡ 나는 어떤 '노인'일까? ♡


태어나서 살다가 늙고 병이 들어 죽음에 이르는 길은 생로병사로 정리된다. 

젊은이들에게 노년은 먼 얘기 같지만 시간이 거꾸로 흐르지 않는 한 언젠가는 온다.


노인의 모습을 언어유희를 통해 풀어보면 참 흥미롭다.

먼저 '사람이 아니다' 의 노인이다. 노인 (No人)이 여기에 해당한다.


지혜를 쌓지 못해 반사회적 행동과 언행으로 주변 사람이나 후손, 

후배들에게 폐를 끼치는 노인을 말한다. 집안에서도 배척당할 때도 많다.


'화만 내는 사람' 이라는 뜻인 노인(怒人)이 있다.

주변에 권위만 내세우고 자기 경험만 앞세우는 고집 불통 또는 편집증적인 사고방식으로 

젊은 세대와 갈등을 일으키는 사람을 말한다.


새로운 문화와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노인(駑人) 도 환영받지 못한다. 여기서 노(駑)는 둔하다는 의미다.

시간만 축내며 인생의 주인이 되지 못한 노인(奴人)도 많다. 여기서 노(奴)는 '시간의 노예'라고 생각한다.


그 밖에도  쇠뇌처럼 강인한 노인(弩人), 갈대처럼 흔들리는 노인(蘆人),  길에서 치매로 헤매는  노인(路人), 

화로 옆에서 정담을 나누는 노인(爐人), 하루종일 집에서 밥그릇만 축내는 노인(盧人)도 있다.


반면에 젊은 세대가 스승으로 삼아야 할 노인들도 많다.

'노력하는 사람' 이란 뜻인 노인(勞人)은 80세 고령에도 글을 배우려고 학교를 다니는 할머니와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할아버지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인생 목표를 '공부' 라고 꼽는다.


또 나이 들어서도 쉬지 않고 일을 하는 노인(努人)도 있고, '베푸는 사람' 이라는 뜻인 노인(露人)도 있다. 

여기서 '노(露)'는 이슬이라는 뜻 외에 '은혜를 베풀다'는 의미를 담고있다. 

평생 모은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고 빈손으로 떠나는 분들과 

인생에서 쌓은 지혜와 경험을 전승하는 분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아프리카 속담에 '노인 한 사람이 죽으면 도서관 1개가 없어지는 것과 같다'는 표현이 있다.

소크라테스는 "노인들은 우리가 걸어가야 할 인생의 길을 먼저 지나왔다. 

앞으로 겪어야 할 삶이 어떠할지는 그들에게서 배울 수 있다" 라고 말했다.

그의 성찰이 새삼 우울하게 느껴지는, 세대 갈등과 불통이 극심한 때에 우리가 살고 있다...


- 좋은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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