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7월 26일 토요일

하루를 버티는 일이, 하루를 사는 일이 돼버렸다

 

퇴직을 하면 아침이 달라질 줄 알았다. 더 이상 출근하지 않아도 되고, 사람 눈치도 보지 않아도 되고, 시간에 쫓길 일도 없을 테니, 그 자체로 좋을 줄 알았다.


하지만 '더 이상'이라는 말은 내 시간을 정지시켰다. 하지 않아도 되는 일들이 많아지자 처음엔 자유를 얻은 것 같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오히려 무기력에 휩싸였다. 그 자유는 어느새 나를 묶어놓는 느슨한 족쇄가 됐다.

학창 시절, 하지 말라면 더 하던 친구들이 있었다. 반항심이었을까, 아니면 오기였을까. 누가 뭐라 하면 더 하고 싶고, 하라고 하면 시들해지는 마음. 우리는 그런 친구를 '청개구리 심보'라 불렀다. 돌이켜보면, 그것은 자유의 본질을 보여주는 태도였다. 자유는 마음의 허상일지도 모른다.

하고 싶었던 일들도 막상 시간이 생기니 시들했고, 안 해도 된다는 것이 편해지며 점점 나를 나태하게 만들었다. 모든 건 마음먹기 나름이라고들 하지만, 마음이 흐트러지면 행동도 무너진다.

하루가 달라질 줄 알았다. 자유로워질 줄 알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나는 과거의 하루를 되살리려 애쓰고 있었다. 이미 본질은 달라졌지만, 내 행동은 여전히 '그때처럼' 반복되고 있었다.

아침 일찍 눈을 떠도 누워 있었다. 일어날 이유가 없었다. 정해진 식사 시간이 없으니 밥도 들쑥날쑥 먹었다. 이제는 가족도 내가 일어나는 걸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시간은 흘렀지만, 내 마음은 그대로 멈춘 듯했다.

무언가 해야 할 것 같아 청소기를 들고 방을 쓸고, 이유 없이 냉장고 문을 열었다 닫았다 한다. 아침인지 점심인지 모를 때쯤 밥을 먹고 나면 어느덧 오후. 오후가 되면 하루는 이미 끝나버린 것처럼 체념이 밀려왔다. “이제 좀 쉬자” 하며 다시 소파에 눕는다. 마음이 불편하고, 하루는 어느새 저녁을 맞는다.

하루는 길 듯 짧고, 시간은 나를 비껴가듯 흘러간다. 나는 하루를 ‘살았다’기보다, ‘소비했다’는 느낌에 휩싸인다. 성과 없는 시간 속에 죄책감이 밀려들고, 스스로를 바보 같다 자책한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알았다. 사는 것보다 ‘버티는 일’이 목표가 되어버린 나를 그 사실이 참 슬펐다. “오늘 하루만 넘기고, 내일은 알차게 보내자”라고 다짐했지만, 내일도 결국 같은 하루였다.

정체된 건 시간이 아니라 내 마음과 생각이었다. 잡념만 늘고, 의욕은 사라졌다. 사람을 만나는 일도 귀찮아졌다. 혼자 있는 시간이 익숙해지자, 밖으로 나가는 것조차 피곤했다. 누굴 만나도 나눌 이야기가 없을 것 같았다. 기대 없는 마음이 내 발걸음을 묶어버렸다.

거울을 봤다. 피부의 주름보다도, 표정이 더 늙어 있었다. 마음이 늙으니 눈빛도, 기대도 같이 늙었다. “이대로 늙을 순 없다”라고 다짐해 보지만 결국엔 “뭐, 어차피…” 하는 체념만 남는다.

이런 감정, 아마 나와 비슷한 또래라면 누구나 한 번쯤 느껴봤을 것이다. 어르신들이 “나이 들면 시간이 빨리 간다”라고 했던 말, 그땐 몰랐다. 삶이 단순해질수록, 시간은 더 빠르게 흐른다.

무작정 하루를 ‘버티는 일’은 그저 죽지 못해 사는 것과 다르지 않다. 나는 이제, 버팀이 아닌 ‘받아들임’의 하루를 살고 싶다. 오늘 하루도, 내 하루답게. 조금은 살아내는 하루로 만들고 싶다.

예전엔 몰랐던 것들. 지금도 늦지 않았다는 사실을 안 그때, 나는 또 다른 삶에 뿌리를 내리고, 거기서 작지만 단단한 새싹이 틀 수 있을 것이다.
(옮긴 글 BRUNCH STORY 에서)



하루를 버티는 일이, 하루를 사는 일이 돼버렸다

힘든 시간을 보내고 계시는군요. 하루를 버티는 것이 살아가는 것이 되어버렸다는 말에서 지금 느끼는 무게감이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지친 마음을 위한 위로와 제안

지금 느끼는 감정은 결코 혼자만의 것이 아닙니다. 많은 사람이 살면서 비슷한 감정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하루하루를 그저 버텨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 삶의 활력과 의미를 찾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1. 잠시 멈춰 서서 자신을 돌아보기

지금 느끼는 감정들은 당신에게 무언가를 이야기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무엇이 당신을 그저 버티게 만들고 있는지, 혹시 너무 많은 짐을 지고 있지는 않은지 스스로에게 질문할 시간을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일, 관계, 미래에 대한 불안 등 당신을 지치게 하는 구체적인 원인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세요.

  • 작은 변화라도 시도할 수 있는 것이 있을까요? 당장 큰 변화를 만들기는 어렵겠지만, 일상에서 아주 작은 것이라도 개선할 수 있는 점이 있는지 찾아보는 겁니다. 예를 들어, 잠시 산책을 하거나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 등 아주 사소한 것들부터 시작해 볼 수 있습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