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 토요일

[정세분석] 美의 中 포위망 '핵' 부상한 필리핀, 뒤집어진 중국

 - 美-필리핀, 사상 최대 규모 군사훈련 실시

- 설상가상, 필리핀-美-日-호주 국방장관 회의도 개최- 미국의 중거리미사일, 필리핀에 배치




[美-필리핀, 사상 최대 규모 군사훈련 실시]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를 놓고 중국과 분쟁 중인 필리핀이 미국이 주도하는 이 지역 중국 포위망의 '핵'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필리핀은 미국과 함께 최대 규모의 군사훈련을 할 계획을 가지고 있으며 또한 중국을 겨냥한 미군의 중거리미사일도 배치하기로 하면서 중국의 극한 반발을 사고 있다.



필리핀의 사실상 무력시위라고도 할 수 있는 미국과의 군사훈련은 특히 중국이 강력한 경고장을 발령할만큼 중국을 뒤집어지게 만들었다. 영국의 가디언은 18일(현지시간), “오는 4월 22일부터 5월 10일까지 진행되는 연례 발리카탄(Balikatan) 훈련에는 1만6천770명의 군인이 대만과 남중국해에 접한 지역에서 적군이 점령한 섬을 탈환하는 시뮬레이션에 참여할 예정”이라면서 “일부 연습에는 호주군과 프랑스군도 참여하며,. 한국·일본·인도·태국·뉴질랜드·독일 등 14개국도 참관한다”고 보도했다.


주목할 점은 이번 군사훈련의 규모도 문제지만 그동안과는 달리 필리핀의 12해리(22.224㎞) 영해 바깥 남중국해 해상에서 열린다는 점이다. 특히 훈련 장소의 일부는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공해에 해당한다. 따라서 필리핀의 이번 훈련은 남중국해에서 필리핀 영유권을 재차 강조할 기회라고 필리핀 국방 관리들은 말했다.


이렇게 사실상 남중국해라는 공해에서 훈련을 하는 것도 처음이고, 이례적으로 필리핀의 해양경비대도 참여하게 되는데 이것도 처음있는 일이다.


이는 최근 중국과 분쟁중인 세컨드 토마스 숄에서 중국의 해양경비대가 물대포를 쏘면서 공격적인 행동을 한 적이 있었는데, 앞으로 필리핀 해양경비대도 중국의 그러한 행동에 상응하는 대응을 할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특히 주목된다.


이번 훈련은 적군에게 빼앗긴 대만과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군도 인근의 필리핀 섬들을 탈환하고 적군 군함을 격침하는 시나리오를 담고 있어서 중국의 대만 침공과 남중국해 도발 가능성에 대비한 전쟁 훈련으로 보인다. 그렇기 떄문에 중국은 경악할 수밖에 없다.


특히 이 과정에서 미군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을 현지로 수송해 실제 발사 훈련을 할 예정이다. 하이마스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초기 러시아군 진격을 저지한 ‘게임 체인저’로 주목받은 바 있다.


또 대만과 가까운 루손섬 북서부 해상에서는 가상의 적군 군함인 필리핀 해군 퇴역 함정을 격침하는 훈련도 한다. 이 훈련에는 필리핀 해군이 도입한 사정거리 180㎞ 이상의 한국제 해성 대함미사일이 처음 투입돼 위력을 확인하게 된다. 훈련의 초점은 양국 군이 하나의 군대로 일사불란하게 적 해·공군 공격에 맞서 반격하는 데 맞춰져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이와 관련해 워싱턴포스트(WP)는 17일(현지시간) “남중국해 영유권을 둘러싼 필리핀과 중국의 대립이 격심해지는 가운데 미국과 필리핀은 곧 시작될 양국 연례 '발리카탄' 합동훈련을 매우 야심적인 훈련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윌리엄 저니 미 태평양 해병대(MARFOPAC) 사령관(중장)도 필리핀 주재 미 대사관을 통해 낸 성명에서 “올해 우리는 (훈련의) 모든 영역에 걸쳐 범위, 규모, 복잡성을 높였다”면서 “이는 지금까지 열린 가장 광범위한 발리카탄 훈련”이라고 밝혔다.


필리핀 해군 대변인인 로이 빈센트 트리니다드 준장도 “이번 훈련으로 필리핀이 알리고 싶은 메시지는 우리는 혼자가 아니며 우리 주권을 지킬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설상가상, 필리핀-美-日-호주 국방장관 회의도 개최]


이런 상황에서 중국을 더욱 경악하게 만드는 것은 미국 워싱턴에서의 정상회의를 통해 중국의 공세적 행동에 우려를 표명하고 방위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미국, 일본, 필리핀 3국에 오커스(AUKUS·미국·영국·호주 안보동맹) 회원국인 호주까지 참여하는 4개국 국방장관 회의를 내달 초순 열릴 예정이라는 점이다.


일본의 아사히신문은 “기하라 미노루 일본 방위상이 내달 2∼5일 미국 하와이를 방문해 미국·일본·호주·필리핀 4개국 국방장관 회의에 참여하는 방향으로 최종 조율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아사히는 이어 “4개국 국방장관은 이번 회의에서 지난 1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처음 개최된 미국·일본·필리핀 정상회의 결과 등을 바탕으로 중국을 염두에 둔 방위 협력 강화 방안을 보다 심도 있게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들 4개국은 지난 7일 필리핀의 배타적경제수역(EEZ) 안에서 해·공군 합동 훈련을 실시한 바 있다. 이들 4개국은 또한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 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를 계기로 만나 안보 협력 강화 방침을 확인한 바 있다.


[미국의 중거리미사일, 필리핀에 배치]


또 하나, 중국을 당혹스럽게 만드는 것은 미국이 그동안 동아시아 지역에 중거리 미사일의 실전배치를 거론해 왔었는데 제일 먼저 필리핀에 배치되었다는 점이다.



자유아시아방송(RFA)는 17일(현지시간) “미국과 필리핀간의 합동군사훈련에 참가하기 위해 미군의 새로운 지상 기반 미사일 발사 시스템이 중국의 제1도련선 지역에 도착했다”면서 “이는 중국의 군사적 위협에 대한 반격이자 억지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이와 관련해 미 해군 뉴스 웹사이트 네이벌 뉴스는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군이 2024년 2주간 진행되는 아시아 태평양 미사일 워게임에 참가하기 위해 필리핀 북부 루손 지역에 지상 기반 미사일 발사 시스템인 신형 ‘중거리 타이폰(Typhon) 무기체계' 미사일 시스템을 처음으로 배치한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1987년 구소련과 중거리 핵전력 조약(INF)을 체결했다가 2019년 탈퇴한 이후 중거리 미사일을 동아시아 지역에 배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대해 대만중앙통신(CNA)은 “이번에 필리핀에 배치된 중거리미사일은 록히드 마틴이 설계한 것으로 원래 해군의 MK-41 수직 발사 시스템을 육상 작전에 맞게 개조한 것”이라면서 “사거리 1,000km 이상의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과 스탠더드 식스(SM-6) 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CNA는 이어 “이 중거리 미사일이 루손섬 북쪽에 배치됨으로써 루손 해협, 중국 해안, 남중국해의 중국 인민해방군 기지를 사정권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미 육군도 보도자료를 통해 “타이폰 무기 체계의 배치는 필리핀의 해양 방어 능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미-필리핀 동맹의 협력 능력과 준비태세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세인트토머스대학교 국제학 교수 예야오위안도 RFA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조치는 미국과 필리핀이 힘을 합쳐 방어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주요 목표는 필리핀 주변 약 1,000km의 바다이며, 중국의 푸젠성과 광둥성 지역까지 도달하여 중국에 대한 억지력을 강화하고 타이폰 무기 체계를 배치함으로써 중국이 필리핀을 괴롭히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이 미사일 시스템의 배치 목적은 그것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이 만약 도발한다면 필리핀도 중국을 공격할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리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중국 전략예측연구회의 지에 중 연구원은 RFA와의 인터뷰에서 “미군이 완전한 배치를 한 것인지 아닌지 아직 잘 알 수는 없지만, 남중국해 정세가 긴장되거나 필리핀이 중국군의 위협이나 위협을 받을 경우 미국이 필리핀의 여러 군사 기지에 이 무기 시스템을 신속하게 배치해 중국 본토를 억지할 수 있다는 상징적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격하게 반발하는 중국, “남의 바둑돌로 전락” 원색 비난]


미국과 필리핀의 사상 최대 규모 군사훈련과 미국의 중거리 미사일 배치 등에 대해 중국은 격하게 반발하면서 필리핀에 대해 강력한 위협과 견제구를 날렸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7일 정례 브리핑에서 “필리핀은 응당 역외 국가를 남해(남중국해)에 끌어들여 무력을 과시하고, 대결을 조장하는 것이 형세 긴장 고조와 지역 안정 파괴로 이어질 뿐이라는 점을 똑똑히 인식해야 한다”면서 원색적인 어조로 비난했다.


린 대변인은 이어 “외부 역량을 끌어들여 이른바 '자신의 안보'를 수호하려고 시도하면 스스로에 더 큰 불안전을 유발할 뿐이고, 심지어 다른 사람의 바둑돌(棋子)로 전락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한 “우리는 필리핀이 해상에서 말썽 일으키기와 도발을 중단하고, 역외 국가는 남해에서의 대결 도발을 중단하기를 촉구한다”며 “중국은 계속해서 필요한 조치를 취해 영토 주권과 해양 권익을 단호히 지키고, 남해의 평화·안정을 수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관영 언론도 “이번 훈련이 지역 안보에 파괴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강력하게 비판했다.


이러한 중국의 비판에 대해 필리핀 외무부는 18일, “일본 및 미국과의 관계를 강화하기로 한 결정은 지극히 주권적인 선택”이라면서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행했던 자신의 행동을 반성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필리핀 국방부도 이날 성명을 통해 “우리 지역의 긴장의 근원이 누구인지는 이 세상 모두가 잘 알고 있다”면서 “중국의 과도한 해양 영유권 주장과 매립지 군사화를 포함한 공격적인 행동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훼손하고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고 반박했다.


[한 수 더 뜨는 필리핀 마르코스 대통령]


이러한 중국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필리핀의 마르코스 대통령은 지난 15일 “필리핀과 일본이 양국 병력의 상대국 파병을 가능하게 하는 '상호 접근권 협정'에 곧 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일본이 자위대 병력을 필리핀에 파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바이든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가 정상회담에서 미군과 자위대 지휘통제 연계를 강화하기로 합의한 만큼 이 역시 중국 포위라는 미국의 '큰 그림'과 연결돼 있다고도 볼 수 있다.


물론 마르코스 대통령의 이러한 대중국 강경정책에 대해 필리핀 내부에서는 전임 두테르테 대통령을 포함해 이견이 있기는 하다. 필리핀 현지 매체 마닐라 타임스는 3국 정상회의 직후인 지난 12일자 사설에서 “마르코스 대통령은 서방 블록과 보조를 맞추기로 선택했다”면서 “현재로서 이는 중국에 비굴하게 굴복하는 전임자의 정책보다 훨씬 더 받아들일 수 있는 선택으로 보인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 매체는 그러면서도 “우리가 미국에 우리 군 기지를 중국의 대만 침공 시 미군 공격의 도약대가 될 수 있는 장소로 바꿀 수 있도록 미국에 너무 많이, 너무 일찍 내줬다는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이어 “우리가 들어가는 어떤 동맹도 다른 무엇보다도 우리의 국익을 지키기 위한 억지력이라는 방패를 우리에게 제공해야 한다는 사실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우리 주한미군과 관련된 논쟁들이 필리핀내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필리핀내의 전반적인 여론은 마르코스 대통령에 대해 호의적이다. 더 이상 중국에 끌려 다니지 않아도 되고, 필리핀이 강해짐으로써 국익 수호는 물론이고 중국이 더 이상 필리핀을 만만하게 보지 못할 것이라는 점 때문이다. 또한 이와 함께 미국으로부터 경제적 지원도 약속 받았다는 점에서 마르코스 대통령의 결단은 더욱 빛나 보인다.

 http://whytimes.kr/news/view.php?idx=18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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