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12일 금요일

“윤석열 몰아내라” 지령 내린 백낙청

 탄핵은 과정 복잡하고 자칫 잘못하면 실패 위험성, 민중의 힘으로 몰아내는 것이 최선

#. 친일파 집안의 수재아들


백낙청은 서울대 영문과 명예교수다. 경기중고를 졸업하고 미국 유학을 떠나 브라운대에서 학사, 하버드대에서 석·박사를 취득했다.

한국의 전형적인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으니 서울대 영문과 교수로 임용되어 이곳에서 청춘을 바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을 것이다.

그의 부친 백붕제는 일제 시절 교토제국대학 법학부를 졸업하고 일본 고등문관시험 사법과·행정과에 차례로 합격했다.

요즘으로 치면 행정고시와 사법고시를 모두 합격한 셈이다.

뛰어난 수재였으니 조선총독부의 요직을 섭렵했고, 전남도 내무부 사회과장 재직 와중에 해방이 되었다.

백붕제는 총독부 고위 관료로서 군수품 공출, 국방헌금 모금 등 전시 업무를 성실히 수행한 덕분에 민족문제연구소의 친일인명사전에 친일 인사로 등재되었다.

백병원을 설립한 백인제가 백낙청의 큰아버지, 백낙청의 형 백낙환은 인제대를 설립하는 등 빵빵한 가문임을 실감케 한다.

흥미로운 사실은 아버지(백붕제)·큰아버지(백인제)가 6·25 때 납북되어 북한서 사망했는데, 이런 이력으로 보면 그는 반공주의자가 되는 것이 순리로 보인다.

무슨 사연이 있었는지 아들 백낙청은 전체주의를 흠모하고 좌익적 사상을 묵시적으로 동조하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이 나라 전체를 깡그리 들어다 그런 체제로 만들기 위해 평생을 고군분투한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 민중문학의 기수, 백낙청

그의 학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상·이념이다. 백낙청은 유학을 마치고 귀국하여 서울대 전임강사 시절이던 1966년 1월 문예잡지 <창작과비평> 창간호를 발간한다.

이것이 문단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 좌경화에 한 획을 그은 창작과비평(창비) 출판사의 태동이다.



창비를 창간하여 민중문학을 전파하고, 이를 통해 문단 권력 장악에 성공한 백낙청 교수.


창간호에서 백낙청은, “순수문학은 지배계급의 오락과 실리에 이바지하는 도구”라고 선언했다.

분단 현실을 극복하고 서민의 고통을 대변하며, 부조리한 세상을 변혁하는 것이 문학과 지식인의 소명이라고 외쳤다.

또, 문인은 시대를 이끄는 지식인이요, 문학은 민중의 현실을 보듬는 손길이라고 주장했다.

1970년대 들어 창비는 유신 체제에 맞선 ‘저항의 본산’이요, 자칭 타칭 ‘민주화의 성지’로 꼽혔다.

창비는 리영희의 <8억인과의 대화> 같은 판금도서를 발간하여 좌파적 권위와 영향력을 키워나갔다. 창비를 통해 반미 의식을 퍼뜨렸고, 좌파세력에 선전의 장을 제공했다.

덕분에 한국 문단을 장악하는 데 성공, 백낙청은 한국 좌파의 숨은 신(神), 철옹성의 문화 권력자, 한국 사회 좌경화의 원점(原點)으로 부상했다.

그는 1969년 ‘시민문학론’, 1974년 ‘민족문학이념의 신전개’라는 글을 통해 민족문학론을 주창했다.

그의 주장을 한 마디로 압축 요약하면 음풍농월, 탐미적 문학을 폐기처분하고 민중성·운동성을 강렬하게 발산하는 작품이 주류가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나아가 남북 어느 한쪽의 국민문학이 아니라 민족 전체가 공유할 수 있는 문학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남과 북이 적대하는 상태에서 민족 전체가 공유하는 문학이 가능할까? 그것이 가능하려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하에서 순수 문학을 탐미하는 행위를 포기해야만 한다.

왜냐. 북한의 문학은 수령과 주체를 절대가치로 숭앙하고, 개인의 생각 따위는 집단을 위해 희생시켜야 하는 전체주의 문학관만이 존재가치를 인정받기 때문이다.

한편에선 자유주의적 순수문학을 추구하던 서정주·김동리·황순원·백철(평론가) 등을 밀어내고 민족·민중 지향의 문인들을 대대적으로 추켜올렸다.

백낙청은 자신이 발행하는 창비를 통해 성 추문으로 얼룩졌던 고은을 민중문학계의 대표 주자로 띄웠다.

문인들의 증언에 의하면 고은은 탐미주의적 성향의 허무주의 문인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의 성 추문이 폭로되어 지탄받을 상황이 되자 느닷없이 저항시인으로 돌변했다고 한다.

백낙청은 고은의 음습한 과거를 은폐하고 미당 서정주, 김수영보다 더 뛰어난 대한민국의 민족 시인이자 우리 문학사의 우뚝한 존재로 붕붕 띄웠다.

그 화려한 피날레가 고은의 15년 연속 노벨문학상 후보 논란이다. 뿐만 아니라 표절 작가로 낙인찍힌 신경숙을 열심히 옹호하여 그를 사지(死地)에서 구출해 내는 데 성공했다.

#. 김지하의 백낙청 비판

창비가 문단 권력 장악에 성공하면서 민족·민중문화운동의 불길이 전 예술 분야로 번져나갔다, 문학이 지나친 이념에 빠지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는 1930년대 카프 문학가들이 냉철한 고백을 남긴 바 있다.

카프(조선 프롤레타리아 예술가동맹) 회원으로 활동하던 박영희가 “얻은 것은 이데올로기요, 잃은 것은 예술이다”라는 뼈아픈 고백을 상기하시기 바란다.

백낙청 식 민중문학이 판을 치면서 문단에서 문학은 사라지고 생경한 이데올로기만 남아 황폐화의 길을 걷게 된다. 이렇게 되자 저항시인 김지하가 백낙청을 강력 비판하고 나섰다.

조선일보에 ‘한류-르네상스 가로막는 쑥부쟁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칼럼(2012년 12월 4일)에서 김지하는 다음과 같이 백낙청을 난타했다.

“백낙청은 한국 문학의 전통에 전혀 무식하다. 그저 그런 시기에 ‘창비’라는 잡지를 장악해 전통적인 민족문학 발표를 독점했을 뿐 그는 한류-르네상스의 핵심인 시(詩) 낭송의 기본조차 전혀 모른 채 북한 깡통들의 ‘신파조’를 제일로 떠받들고 있다.

백낙청은 우선 정치관부터 바로 세워라. 내가 ‘깡통 빨갱이’라고 매도하지 않는 것만도 다행으로 알라!”



김지하가 백낙청을 정면 비판한 조선일보 칼럼.

#. 좌익 진영의 사령탑, 백낙청

백낙청은 문단과 예술계 권력 장악을 토대로 정치에도 깊이 개입한다. 그 결과 좌파 진영에선 자타가 공인하는 원탁회의 좌장, 좌익의 사령탑이라는 비공식 직함을 얻었다.

2005년에는 6·15 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연방제 통일을 이루기 위해 맹활약했고, 2010년 서울시 교육감 선거 때는 좌파 진영 후보 단일화에 적극 개입, 곽노현 당선의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2012년 총선·대선을 앞두고는 ‘희망 2013·승리 2012 원탁회의’ 좌장을 맡았다. 그냥 자리만 맡은 게 아니다. 2012년 4월 총선에서 통진당 13명을 국회 진출시킨 결정적 공헌자는 백낙청이다.

그가 수많은 고비를 넘고 넘어 원내 진출을 성공시킨 통진당은 2013년 11월 5일 헌법재판소로부터 된서리를 맞았다.

헌재가 통진당을 위헌 정당으로 해산 판정을 내린 것이다. 이때부터 백낙청은 헌재를 ‘선출되지 않은 권력’ 운운하며 원수처럼 여기게 된다.


백낙청은 문단 및 예술계 권력 장악에 성공한 후 정치 일선에 뛰어들어 좌파 진영의 좌장, 사령탑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백낙청은 평화협정 체결, 작전권 이양 및 주한미군 철수, 한미합동군사훈련과 환태평양 군사훈련 중지, 한미 FTA 반대를 외쳤다.

그가 한미 FTA를 반대한 명분은 “분단체제 극복을 위한 우리 사회의 동력을 탕진할 위험” 때문이었다.

한미 FTA 체결로 미국과의 교역이 크게 활성화되어 우리 사회에 일자리 창출, 경제성장에 공헌했다는 사실쯤은 바보가 아니면 다 안다.

그런데 브라운대와 하버드대 석·박사 출신이 한미 FTA가 분단체제 극복을 위한 우리 사회의 동력을 탕진할 위험이 있다고? 이 사람 진짜 하버드대 출신 맞나?

2001년에는 박형규 목사, 문정현 신부, 고은 시인 등과 함께 미국 부시 행정부에 국가미사일방어체제(MD) 철회를 요구했고, 국가보안법 폐지운동에도 적극 나섰다.

6·15 남북 공동선언 이후에는 ‘연방제 전도사’로 변신하게 된다. 그는 북한 주민의 자유·인권이라든가, 적대적 국가 이념 따위는 어떤 관심도 보이지 않았다.

애오라지 “느슨한 단계의 통일까지만 가면 1단계 통일이 된 것이다. 2단계는 어떻게 가야 할지, 3단계가 또 있어야 할지는 그때 가서 결정하면 된다”라면서 무조건 통일부터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사람이 한완상과 함께 문재인 대통령의 비공식 국사(國師) 역할을 수행했다니, 문재인이 어떤 이념과 사상을 토대로 국정을 운영했는지는 물어보나 마나다.

#. 백낙청의 소원은 “자금까지와 다른 세상 만들기”

백낙청은 지난 2012년, <2013년 체제 만들기>라는 제목의 단행본을 출간했다. 이 책에서 그는 “지금까지와 다른 세상을 한반도에서 만들자”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그의 원대한 구상은 2012년 박근혜의 당선으로 잠시 좌절되는 듯 했다. 하지만 촛불 민중봉기를 통해 2016년 박근혜를 탄핵함으로써 상당한 진전을 이루었다고 평했다.

따라서 “남북을 아우르는 분단체제에 발본적인 변화를 여는 한층 혁명적이고 ‘거족적’인 변화를 달성할 가능성은 아직 열려 있다”(창비, 2019년 여름호, ‘3·1과 한반도 식 나라 만들기’)라고 분석했다.

백낙청이 말하는 ‘발본적인 변화’란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파괴하고 자신들이 꿈꿔온 새로운 체제를 건설하겠다는 의미다.

그는 이를 한반도의 어변성룡(魚變成龍·물고기가 용이 됨)이라고 표현했다.

자신이 구상하는 ‘발본적 변화’를 위해서는 국가보안법과 반공 체제를 반드시 제거해야만 한다.

나아가 제2의 촛불혁명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서구식 대의제 민주주의는 거추장스러운 제도이며, 민중이 직접 광장에서 의사를 결정하고, 민중에 의한 민중의 지배가 진짜 민주주의라고 주장한다.

그런 세상을 만들기 위해 시민들이 다시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가 제2의 촛불혁명을 이뤄내라고 선동하고 있다.

민중에 의한 민중의 지배, 어디서 많이 들어본 주장이다. 바로 이웃 나라 중공의 마오쩌둥(毛澤東)이 저지른 대약진운동과 문화대혁명을 상기하시기 바란다.



백낙청은 올해 신년 초 방송한 '2기 촛불정부와 22대 총선'에서 2기 촛불정부를 만드는 것이 최우선 당면과제라고 선언했다.

#. 탄핵은 복잡·위험, 민중의 힘으로 퇴진시켜라!

백낙청은 윤석열 대통령 취임 5개월여 후인 2022년 10월 11일, ‘오마이뉴스TV’의 ‘오연호가 묻다’라는 프로에 출연하여 “윤석열 대통령은 탄핵보다는 퇴진 요구가 더 합리적”이라고 발언했다.

이유는 ‘퇴진’은 대통령 본인의 자발적 하야를 포함하는 것이기 때문에 탄핵보다는 퇴진 권고가 더 합리적 수순이라는 것이다.

2024년 신년 초에는 ‘백낙청TV’의 ‘2기 촛불정부와 22대 총선’이라는 유튜브 방송을 통해 최우선 당면과제는 ‘2기 촛불정부’를 만드는 일이라고 밝혔다.

이미 생명력을 다한 87년 헌법에 의해 정해진 정치일정을 우리가 고수해야 할 의무는 없으며, 총선에서 승리하면 2기 촛불정부 수립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것이 성공하면 세계사적으로도 아무도 안 가본 길을 우리가 열게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4월 총선이 야당 압승, 여당 대패로 귀결되자 백낙청은 자신의 유튜브 방송을 통해 좀 더 진일보한 내용을 주장하고 나섰다.

윤석열 퇴진 혹은 임기 단축을 추진하되, 채 상병 특검을 잘 활용하여 올해 안에 기필코 실현하라는 뉘앙스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내놓은 것이다.

게다가 야당 내 대선 역학구도와 관련하여 “이재명은 차기, 조국은 차차기”로 순번까지 정리해주었다.

백낙청의 윤석열 대통령 관련 발언에서 주의 깊게 봐야 할 점은 그가 ‘탄핵’이 아닌 ‘퇴진’ 혹은 ‘임기 단축’이란 용어를 반복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왜 그는 ‘탄핵’이 아닌 방식으로 윤석열 정권 타도를 고집하는 것일까?



백낙청은 윤석열 정부를 타도하고 제2 촛불정부를 세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방식은 국회와 헌법재판소를 거쳐야 하는 탄핵 방식이 아니라, 민중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가 퇴진시키는 방법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의 눈으로 볼 때 탄핵은 절차가 복잡하다. 국회가 탄핵 소추를 하여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통해 의결하면 헌법재판소에서 최종 판결 절차를 거쳐야 한다.

민중의 시각에서 볼 때 선출된 권력(국회)의 결정을 선출되지 않은 권력(헌재)에게 청원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헌재가 온갖 법리적 문제를 제기하여 훼방을 놓을 가능성이 상존해 있다.

그는 이미 2013년 자기가 원내 진출시킨 통진당 해산 사건을 통해 헌재의 위력을 적나라하게 경험한 바 있다. 탄핵이란 절차는 자칫하면 뜻을 이루지 못할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다.

때문에 백낙청은 자신의 유튜브 방송에서 “헌법재판소 판결을 기다리기보다 국민들이 더 능동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발언했다.

이것은 거추장스럽고, 자칫하면 실패할 가능성마저 있는 탄핵 절차를 뛰어넘으라는 주장이나 다름없다.

민중이 직접 촛불 들고 거리로 나가 민중의 결집된 힘으로 윤석열 정권을 퇴진시키려는 방식을 사용하려는 뜻을 품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상황이 이처럼 위험한 지경으로 치닫고 있는데, 국민의힘과 보수우파를 자처하는 세력은 아직도 부정선거가 어떻고, 한동훈이 저떻고 하며 도끼자루 썩히고 있다.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만사 제쳐놓고 합헌적 권력인 윤석열 대통령을 지키는 일이다. 윤석열 정부가 제2의 촛불 반란에 무너지면 자유 민주 대한민국은 소멸한다.

김용삼 대기자 dragon0033@hanmail.net

출처 : 펜앤드마이크(https://www.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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