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0월 27일 목요일

일과 자아실현

 

사람은 대략 8시간 일하고, 8시간 자고, 8시간 여가를 보내다 죽는다. 수면에 실제 시간이 소요되기는 하지만, 우리에겐 없는 시간이나 다름없다. 실제 의식에 주어지는 시간은 하루 16시간 정도 되는 셈인데 그중 일하는 시간이 절반이나 된다. 아무리 여가가 있고, 휴식이 있고, 방학이 있어도. 내가 하는 일을 버티듯이, 해치워야 할 숙제 대하듯 사는 건 깨어있는 시간의 절반을 고통으로 소비한다는 말과 같다. 삶의 절반을 하기 싫은걸 참으면서 시키는 대로만 하다가 죽는 게 바른 인생일까.

 

하.. 또 일해.. 하.. 또 출근.. 다들 그렇게 살지만, 남들이 그렇게 산다고 맞는 건 아니다. 이런 자세는 짧은 인생 멀리 보았을 때 낭비일 수 있다. 우리는 낭비되는 재화에는 예민하지만 낭비되는 시간에는 관대하다. 인생 절반의 시간이 고통으로 줄줄 세고 있다.

 

돈을 많이 벌어, 평생 놀고 먹고 사는게 꿈인 사람들은, 놀고먹는데 인간의 한계가 있음을 망각했기 때문일 거다. 메슬로우의 인간욕구 피라미드 꼭대기에는 자아실현의 욕구가 있다. 목표 없이 누워 드라마를 보면서 낄낄대는 방식으로는 자아실현이 불가능하다. 일은 자아실현에 가장 효과적인 도구다. 결국 사람은 평생 놀고먹으면 좋을 것 같지만 사실은 일이 있어야 한다. 은퇴해서도 소소한 일거리를 찾고, 텃밭을 가꾸고, 어학을 공부하는 이유일 것이다. 인간은 태생이 무언가를 창조하고 재능을 발휘함으로 기쁨을 느끼기게 창조되었다. 신의 성품을 닮아 무언가 창조해야 직성이 풀린다. 태생이 그렇다.

 

평생 목표없이 놀고먹는 건, 지금 놀고 있지 못한 나에게 꿈인지는 몰라도, 사실은 착각이다. 몇 달, 길어봐야 몇 년, 주야장천 놀다가도, 결국 소일거리를 찾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어차피 다시 찾게 될 일이라면, 기왕이면 일에서 의미를 찾고 자아실현으로 연결 할 방법을 궁구해, 인생의 절반을 해치우는 것이 아닌 재미로 바꾸는 게 어떨까. 설사 지금 생계를 위해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고 있지 않다 하더라도. 내 기준에 하찮은 일을 하고 있다 해도. 모든 일은 무궁무진하게 적용될 수 있고 자아실현으로 연결할 수 있다. 단지 주체가 관점을 바꿔야 한다.

 

먼저 디폴트 값을 바꿔야 한다. 해치우듯이 급하게 일을 끝낸다는 생각을 버리는 게 중요한 듯하다. 끝냄이 목표가 되면, 과정이 즐거울 수 없다. 빠름이 목표가 되면 퀄리티가 떨어질 수밖에 없고, 교감신경이 흥분돼 스트레스를 받게 되어 일을 피하고 싶게 만든다. 웬만하면 평상시에 미리미리 해두기만 해도 쫓기지 않고 일할 수 있다. 주어진 시간 안에서 자신을 계발하며 논다고 생각하는 게 좋다.

 

쓸데없어 보이는 일이라도, 내가 이 일을 통해 어떤 기술을 습득할 수 있는지, 일의 프로세스를 어떻게 하면 더 개선해 나갈 수 있는지, 쓰레기를 버리더라도, 어떻게 모아 언제 어떤 방식으로 버리는 게 가장 효율적인지를 고민하면서 버리면 어떤 잡일도 스스로의 역량을 늘려주는 기회가 된다. 내 역량이 넓어지면, 나와 내 주변이 더 아름답게 개선되고 재창조되기 때문에, 자아실현이 가능해진다. 기왕이면 적성에 맞는 일을 하고 있다면 좋겠지만 설사 지금 하는 일이 내 천직이 아니더라도 모든 창조적인 경험과 생각들은 다음일을 하기 위해 좋은 밑거름이 된다.

 

일을 억지로 "해주는"게 아니라, 일이 나를 "위해" 일하도록 생각과 틀을 바꿔야 한다. 어차피 깨어있는 절반, 일하고 살아야 되는 거라면 기왕이면 의미를 찾고 재미있게 일해서 돈도 벌고, 자아실현도 하고, 고통도 줄이는 게 어떨까. (퍼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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