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월 14일 토요일

은퇴 후 인간관계를 위한 10가지 조언

 은퇴자들을 괴롭히는 가장 큰 문제는 건강이나 금전보다도 인간관계인 경우가 의외로 많다. 건강이야 꾸준히 운동하고 몸에 나쁜 것들 멀리하면 얼마든지 유지 가능하고, 경제적인 환경은 함부로 욕심을 부려 큰 실수만 저지르지 않는다면 젊어서 일한 만큼 어느 정도는 손에 쥐고 있을 수 있으니 건강과 경제는 나만 잘하면 되는 문제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는 나 혼자 열을 내거나 노력한다고 해서 되는 일이 아니다. 가깝게는 가족과의 관계, 조금 넓혀서 이웃과의 관계, 멀리는 사회와의 관계가 나이 들수록 점점 더 어려워지고 낯설어지고 상처가 되고, 그래서 때로는 외로움이 노후를 병들게 만들기도 한다.


은퇴 후 인간관계의 특징은 아주 평범하고도 일상적인 생활 속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직장과 사업장에 소속되었을 때는 직위를 기준으로 인간관계가 따라왔다. 하지만 은퇴와 동시에 나의 인간관계를 설정해온 모든 기준이 사라진다. 따라서 그간의 인간관계에서 벗어나 새롭게 변화된 마음가짐과 태도를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따지고 보면 인간관계처럼 힘든 일도 없다. 직장에서는 서로 사이가 안 좋더라도 급한 일이 생기면 도와가며 해결하는 것으로 끝이었지만 집에 틀어박혀 매일 만나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뒤죽박죽이 되어버리면 피곤하기 짝이 없다. 인간관계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문제는 스스로의 마음가짐에 달려있다. 승진과 연봉이라는 경쟁에 익숙해진 장년세대는 사실 사람을 제대로 사귈 기회를 얻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인간관계에서 지녀야 할 기본적인 자세를 배우지 못한 경우가 많다. 그런 사람들이 은퇴하고 가정과 지역사회라는 낯선 곳에 정착했을 때 적응하지 못하고 겉돌다가 급기야는 우울증 같은 정신적 상처에 시달리게 되는 건 필연인지도 모른다.


인간관계가 중요하다고 해서 기초도 없이 무조건 돌진하는 것은 자멸을 향한 질주다. 다음의 열 가지 충고를 점검하며 은퇴 이후 새로운 인간관계를 구성하는 자신의 태도를 반성하고 빈틈없이 만들어나가는 기회로 삼았으면 좋겠다.

첫째, 먼저 돌려주는 자세가 필요하다.

사람들에게 먼저 베푸는 행위가 필수다. 남들에게서 뭔가를 받기 전에 먼저 베풀어줌으로써 보다 나은 성과를 얻게 된다. 고위직으로 은퇴한 사람일수록 받는 것에만 익숙한 나머지 베푸는 법을 몰라 말년에 고독해지는 경우를 숱하게 봤다. 주는 것이 있어야 받는 것도 생긴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둘째, 이익부터 따지면 손해를 본다.

저 사람과 가까워지면 내게 어떤 이익이 생길까. 직장에서는 이런 접근이 가능했다. 사회생활에서 교제의 최종 목적은 상호간에 이익을 보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은퇴 후에는 달라진다. 인간관계에서 얻고자 하는 것이 물질적 이익이 아닌 감정과 소통의 나눔이기 때문이다. 은퇴 후에는 이익을 따지지 말고 사람을 사귀어야 한다. 세상살이에서 내가 필요로 할 때 누군가 영웅처럼 나타나 도와주는 경우가 몇 번이나 되겠는가. 지금 당장 나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해서 외면한다면 제대로 된 인간관계를 만들 수 없다는 교훈을 상기해야 한다.


셋째, 양보다 질이다.

되는 대로 최대한 많은 사람을 만나다보면 어떻게 되겠지, 라는 막연한 생각을 버려야 한다. 노년까지 마음을 주고받는 친구가 단 한 명이라도 있다면 그 인생은 성공한 인생이다. 이해관계를 떠나 일생을 두고 교류하고 싶은 친구, 혹은 그렇게 지켜나가고 싶은 마음이 맞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는지 돌아봤을 때 대부분은 떠올리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프랑스 속담에 ‘와인과 친구는 오래될수록 향기를 더한다’라는 말이 있다. 인간관계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 이 말은 사람과의 관계를 무겁고도 깊게 가지라는 뜻으로 해석해야 한다. 악수만 하고 지나가는 허술한 관계보다 위기에 몰렸을 때 팔을 걷어붙이고 도와주러 달려오는 마음의 친구가 더 소중하다는 것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되는 사실이다. 이처럼 평생토록 유지되는 관계를 만들고 싶다면 항상 양보다 질을 추구하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넷째, 사람들이 나를 좋아하도록 만든다.

인간관계는 사람에 대한 호감에서부터 시작된다. 아무리 친분을 맺고 싶어도 선천적인 성격이 조용해서 사람 대하는 것을 꺼린다면 시작부터 커다란 암초에 걸려버린다. 인간관계와 타고난 성격은 서로 불가분의 사이이다. 자기 자신을 향상시키지 못한 상태에서 사람들을 사귀었다간 일시적으로는 인맥이 넓어지는 것 같아도 이는 곧 모래성을 쌓아올린 것이나 다름없어서 무너져버리고 만다. 반대로 매력적인 성격을 지닌 사람들은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주변에 사람들이 모여든다.

사람의 매력이란 연말정산처럼 수치로 나타낼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타인과 비교할 수도 없고 만점짜리 매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 사람에 따라 매력은 얼마든지 다양하게 나타난다. 요즘은 나이 들어서도 독특한 옷차림으로 멋을 뽐내는 사람들이 많다. 첫 대면에서부터 사람들에게 호감을 사게 될 것이다. 반대로 눈에 보이지 않는 지식과 교양이 대화를 통해 드러나는 것도 매력이다. 인간관계라는 단어를 떠올리면서 다른 사람의 매력과 장점이 무엇인지를 살피려 드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이보다 먼저 자기 자신을 매력 넘치는 사람으로 가꾼다면 특별한 노력 없이도 인간관계가 형성될 거라고 생각한다.


다섯째, 다른 사람에게 투자한다.

지식의 가치는 그것을 아는 사람이 적으면 적을수록 높아진다. 은퇴자들은 아무래도 사회경험이 많다 보니 주식이나 부동산 등의 정보를 많이 알고 있다. 또 직장이나 사업체를 운영하면서 터득한 독점적 지식과 노하우, 아이디어도 많다. 이런 정보들을 은퇴했는데 이젠 무슨 소용이냐, 허무하게 썩히지 말고 정보에 목말라 하는 사람들에게 전해주라는 것이다. 인간관계를 만들어나가는 데 필요한 투자를 그 사람에게 필요한 지식과 정보, 교양을 제공하는 것으로 대체하자는 뜻이다. 그에게 아주 귀한 지식이었다면 고마움을 쉽게 잊지는 못할 것이다. 은퇴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지식과 노하우는 인간관계에서 유리한 무기이다. 이런 지식을 그냥 폐기처분할 게 아니라 필요한 사람들에게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제공받은 사람은 틀림없이 이후에 보답할 기회를 찾으려 들 것이다. 

여섯째, 비뚤어진 시선은 비뚤어진 관계를 만든다.

관계는 타인과의 이어짐 속에서 성립된다. 따라서 무엇보다도 사람을 좋아하는 감정을 바탕으로 관계를 넓혀나가야 한다. 상대에 대해 호의를 가지고 있다면 그 감정은 자연스레 상대방에게 전달되기 마련이고 든든한 관계로 발전해나가는 기초가 만들어진다.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생각을 호의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 다시 말해 인간관의 재정립이다. 자기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계급과 성별, 종교 등의 사회적 다름에 의해 차별한다거나, 직업과 재산상의 격차로 따돌리는 건 머릿속에 인간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들이 가득하다는 뜻이다. 그런 상태로는 적절한 인간관계를 만들지 못한다. 부정적인 인간관은 인간으로서의 생명을 끝내는 악독이다. 은퇴 이후의 삶은 주변 사람들을 잘 활용하고 그들과 더불어 공동의 목표를 추구하는 가운데 유지된다. 인간관계에서 만들어지는 지식과 정보를 바탕으로 노년생활에 도움을 받는 것이 목적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사람을 좋아하는 관점을 몸에 지녀야만 한다.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고 어떤 사람과도 편견 없이 대할 수 있는 태도를 지녀야 하는 것이다.


일곱째, 즉각적인 효과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

서로 간의 이익을 위해 관계를 형성해온 직장과 다르게 은퇴 이후의 인간관계에서는 즉효성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마음을 조급히 가져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신뢰관계를 맺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직장이나 사회생활에서의 만남처럼 당장의 효력을 생각하여 접근하는 인간관계는 통하지 않는다. 10년, 혹은 20년이 걸리더라도 우선은 강력하고 끈끈한 관계를 만들어나가는 데 주력해야 한다.


여덟째, 가까운 이웃이 되어줘야 한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자주 접촉해야 하는 것은 인맥유지의 필수다. 가까운 사이라고 해서 관리해주지 않는다면 평소 어렵지 않게 유지하고 있던 기본적인 관계마저 잃어버리기 쉽다.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 자주 접촉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것이 핵심이다. 눈을 마주치지 않으면 멀어지는 법이다. 친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자주 접촉하는 것이 인간관계의 기본이다. 이것은 기존의 인간관계를 더욱 다진다는 의미에서 매우 중요하다. 정 만날 시간이 없다면 핸드폰 문자라도 이용해야 한다. 한 달에 몇 번이나 친한 사람들이 나에게 문자를 보내고 있는지 확인해보기 바란다. 수시로 문자를 보내 나의 안부를 물어보는 사람이 적다면 이웃이 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뜻이다.

아홉째, 뿌린 대로 거둔다.

포용력 있는 태도는 인간의 폭을 넓히는 것이라고 바꿔 말할 수 있다. 사람이 타인에게 흥미를 보이는 까닭은 자기와는 다른 성격이나 능력을 그에게서 발견했기 때문이다. 인간관계는 나와 다른 이질적인 인간에 대한 호기심에서 출발한다. 이질적인 타인에게 관심을 보이고, 그 관심을 꾸준히 키워 동료나 친구로 삼는 것이야말로 은퇴 이후 형성되는 인간관계의 핵심이다. 어느 사회조직을 막론하고 좋게 말해서 개성이 넘치는, 나쁘게 말하면 독불장군 같은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고 어딘가 믿는 구석이 있는 것처럼 행동한다. 일반적으로 이런 사람들은 타인과의 사귐에 상당히 서툰 모습을 드러낸다. 왜냐하면 개성도 강하고 다른 사람들을 편하게 대해주려는 배려와 포용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은퇴 후에는 이런 사람들조차 포용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의견이나 성격이 다른 이들과 선뜻 만나고 싶은 생각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다양하고 폭넓은 인맥으로 자신의 삶을 좀 더 풍요롭게 만들고 싶다면 이런 사람들과의 접촉을 피해서는 안 된다. 포용력 있는 태도야말로 사람들이 제일 좋아하는 인간적인 아름다움이기 때문이다.


열 번째, 노력은 모든 성공의 어머니다.

적극적인 사고와 용기 있는 행동의 결과는 언제나 달콤하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다. 적극적으로 생각하고 용기 있게 다가가는 사람들이 쟁취한다. 나 같은 조건으로 저런 사람들과 사귀는 것은 무리야, 내가 노력한다고 해서 나에 대한 사람들의 평가가 달라질 리 없어…. 그런 생각으로는 정말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그야말로 부지런하게 노력하고 정열적으로 투자했을 때 비로소 뿌리부터 튼튼한 인간관계가 형성되어 노후에도 건강하고 활기찬 인생을 살아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글 : 김욱 / 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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