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2월 18일 토요일

그런 법이 어디 있습니까?

 


대한제국 고종 황제 시절 한 미국 선교사가 한국에 와서 첫 느낌이, 조선 사람들은 더럽고 게으르고 그저 담배나 피면서 누워 있다가 술이나 마시면 싸움박질만 해서 미래가 없는 백성들이구나 했었는데 그 후 두만강 건너 연해주 조선족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했었다. 그곳 조선족을 보니 깨끗하고 부지런히 일들 하고 아이들을 전부 학교에 보내고 살림 또한 넉넉하게 살고 있었다는 말이었다. 왜 그럴까 생각하다가 누군가 이야기한 한마디가 퍼뜩 떠올랐다고 했다. “이놈 네 죄는 네가 알렸다.”


그 뜻이 무엇이었던가? 당시 관리들은 거의 모두가 부패하여 누가 먹고 살만큼 돈만 있다고 하면 그저 잡아들여서 형틀에 묶어 놓고 이놈 네가 네 죄를 알렸다 하고 매질을 하고 그러면 살려달라고 하며 있는 돈을 모두 바치면 풀어주는 것이 일상화되어 있었다. 그러니 백성들은 돈을 벌면 매나 맞고 빼앗기기에 돈 벌어서 뭐하냐 하며 자포자기 살았던 것이었다. 그러다가 1875년 강화도 조약 이후 차츰 개화사상이 들어오면서 이래서는 안 되겠다 우리도 입헌군주의 나라를 만들어 법다운 법이 있어야겠다 하며 일어난 것이 갑신정변이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갑신정변은 실패로 끝나고 곤혹스럽지만 법다운 법이 제대로 집행되기 시작한 것은 한일합방 이후 일제시기이었다.

당시 사회의, 소위 상층권의 교육을 받고 또는 지도층의 사람들은 독립이다 어쩐다 했었지만 민초들은 그 법이란 것에 어떤 의미에서 역설적이지만 일제의 그 법을 그래도 최소한의 보호막이 되어 반기기도 하였다. 더 나아가 그들은 2.8 동경에서 소위 YMCA 독립선언 사건, 3.1 만세 사건에 연루된 사람들이 모두 재판을 받는 것을 보았고 짧은 형을 받고 다시 사회에 복귀하는 모습을 보았기에 법이란 이런 것이구나 하며 놀라움으로 받아들였다. 사실 그들은 만일 조선 시대라면 능지처참을 당할 죄인들이었기에 말이다.


변영로라는 시인이 노상에서 방뇨를 하면 벌금이 25전임을 알고 손에 벌금 25전을 들고 파출소 앞 순경 앞에서 바지를 내리고 오줌을 눈 에피소드는 민초들이 법의 맛을 즐긴 잘 알려진 일화이다.
그만큼 민초들은 모두 일제 치하지만 조선조 폭압에서 살다가 도입된 법을 환영하였고 그것이 이어져 해방이 된 나의 어린 시절 우리끼리 하는 대화 속에서도 무엇이 이치에 맞지 않으면 툭 하고 쓰던 말이 “세상에 그런 법이 어디 있어?”이었다.

새삼 이러한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요즈음 한국 뉴스를 보면 좌파 우파, 진보 보수의 싸움이 나라를 망칠 만큼 치열하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 생각하면서 현 상태가 왜 이 지경이냐 생각해 보니 그 중요한 말 “모든 것은 법대로”가 아니라 항의한다며 데모를 하는가 하면 항의를 넘어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뛰어나오고 그리고 농성하고 더 나아가 모든 것을 ‘법대로’를 지키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그 위에 군림하고 있는 것 같다. 더 나아가 법의 정신을 무시하고 입맛대로 이리저리 뜯어 고치고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우리 한번 법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근본적으로 생각해 보자. 법의 근원은 방법(Method)이었다. 산에서 멧돼지를 잡는 법, 술 담그는 법, 김치 담그는 법 등 말이다. 그런데 그 방법에는 일정한 규칙(Rule)이 있다. 그 규칙을 정한 것이 법(Law)이다.
지금 한국에서는 야당 당수가 성남시 시장시절의 비리 의혹으로 연관된 수십 명이 체포되어 있고 몇 명은 자살로 세상을 떠났고 그리고 추정되는 비리의 금액이 수천억이다. 그리고 그가 검찰에 소환되는 날이면 수많은 사람들이 촛불 데모를 방불하게 하는 시위로 요란하다.

이러한 현상은 그 비리의 진위를 밝히는 방법이 아니고, 그 진위를 밝히는 규칙이 아니며 따라서 법이 아니다. 한국은 이제 100년이 넘게 모든 것을 법대로 하자는 사회에서 살았다. 그리고 그 법이 우리 삶의 보호막으로 백성들은 안주하고 있다. 나라의 존위를 위하여서는 반드시 여지것 지켜왔던 법을 반드시 지켜야한다. 모두 이렇게 외쳐야 한다. 데모로 촛불로 법의 역할을 망치는 것이 말이 됩니까, 법을 무시하는 그런 법이 말이 됩니까, 세상에 그런 법이 어디에 있습니까.

<이영묵 / 문인/ 맥클린,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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