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전반전이 쌓아 올리는 시간이었다면, 후반전은 지켜내는 시간이다. 젊은 날에는 더 많은 것을 얻기 위해 달렸지만, 나이가 들수록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내려놓아야 하는지가 더 중요해진다. 화려한 성공보다 삶의 균형이, 경쟁보다 평온이 더 큰 가치를 갖게 된다.
젊은 시절에는 돈이 인생의 기둥인 줄 알았다. 조금 더 벌면 걱정이 없어질 것 같았고, 조금 더 높은 자리에 오르면 삶이 안정될 것 같았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알게 된다. 돈은 삶을 편리하게 만들 수는 있어도 삶 전체를 떠받치지는 못한다는 사실을.
주변을 둘러보면 그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경제적으로 넉넉하지만 병원과 집만 오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큰 재산은 없지만 매일 산책을 하고 친구를 만나며 밝게 지내는 사람도 있다. 은퇴 후의 삶은 통장 잔고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오히려 무엇이 삶의 중심을 받치고 있는가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인생 후반전에는 살아 보니 다섯 가지였습니다.
하나, 건강입니다.
노년의 건강은 운동선수의 체력이 아닙니다. 내 두 다리로 걷고, 내 손으로 밥을 먹고, 내 일을 스스로 해낼 수 있는 힘이면 충분합니다. 무리하지 않게 움직이고, 충분히 쉬고, 고루 먹는 평범한 습관이 가장 든든한 보험입니다. 오늘 아침 두 다리로 걸을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얼마나 큰 선물인지 이 나이가 되어서야 압니다.
둘, 배움입니다.
몸의 힘이 줄어든 자리는 머리와 마음의 힘으로 채울 수 있습니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바뀌는 세상을 따라가려는 호기심을 놓지 않는 사람은 나이를 잊고 삽니다. 배우기를 멈추지 않는 어른은 여든이 되어도, 아흔이 되어도 존경받습니다. 배운 것을 젊은 사람들과 나누면 노년은 쓸모없는 시간이 아니라 지혜를 건네는 시간이 됩니다.
셋, 취미입니다.
일에서 물러나면 하루가 갑자기 길어집니다. 이때 아침에 일어날 작은 이유가 되어 주는 것이 취미입니다. 골프든 산책이든 화초든 음악이든 좋습니다. 누구에게 보여 주려는 것이 아니라, 하는 시간 자체가 즐거우면 됩니다. 결과보다 과정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은 외로움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습니다.
넷, 친구입니다.
노년의 우정은 젊을 때와 달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많을 필요도 없고, 꽉 움켜쥘 필요도 없습니다. 말이 통하고 서로 안부를 묻고 함께 웃을 수 있는 몇 사람이면 넉넉합니다. 느슨하게 쥐어야 오래갑니다. 서로에게 짐이 되지 않으면서 곁에 있어 주는 사이, 그것이 이 나이에 어울리는 우정입니다.
다섯, 마음의 평안입니다.
앞의 네 가지를 다 갖추어도 마음이 어지러우면 소용이 없습니다. 세월은 그저 흘러갈 뿐이고, 그 위에서 불안을 만들어 내는 것은 늘 우리 마음입니다. 일이란 내 바람대로가 아니라 일어날 대로 일어난다는 것을 받아들이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집니다. 지난 일은 기억으로 두고, 내일은 기대로 두고, 오늘을 온전히 아끼며 사는 것. 이것이 다섯 번째이자 나머지 넷을 묶어 주는 끈입니다.
돌아보면 이 다섯 가지는 따로따로가 아니었습니다. 건강해야 배우고 즐길 수 있고, 배움과 취미 속에서 좋은 벗을 만나고, 이 모두가 마음을 편하게 해 줍니다. 마음이 편하면 몸도 다시 건강해집니다. 서로가 서로를 받쳐 주는 이 순환이 우리의 노년을 무너지지 않게 합니다.
저는 늦게야 이것을 알았습니다. 사람에게 기대어 보기도 하고, 이것저것 쥐어 보기도 한 뒤에야, 결국 남는 것은 이 다섯 가지를 조용히 돌보는 꾸준한 살림이라는 것을요. 거창한 성취가 아니어도 좋습니다. 오늘 하루 몸을 움직이고, 한 쪽이라도 읽고, 좋아하는 일을 하고, 벗에게 안부 전화 한 통 하고, 마음을 편히 가지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벗님들의 다섯 가지는 어떠신지요. 이 글이 각자 곁에 남은 것들을 한번 헤아려 보는 작은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우리 모두 오늘도 건강하시고, 마음 편안하시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