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를 앞두거나 이미 은퇴한 사람들은 노후 자산을 걱정합니다. 모아둔 돈은 얼마나 남았는지, 연금으로 생활비를 감당할 수 있는지, 앞으로 늘어날 의료비와 간병비는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생각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돈을 지키는 일이 중요해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런데 노후에 반드시 함께 관리해야 할 자산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우리의 뇌입니다.
젊었을 때는 직장과 사업, 가족을 돌보는 일로 하루가 바빴습니다. 사람들을 만나고,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일을 배우면서 자연스럽게 머리를 썼습니다. 그러나 은퇴하고 나면 생활의 범위가 좁아집니다. 만나는 사람도 줄고, 매일 비슷한 일상이 반복됩니다. 몸의 활동량이 줄어들면 근육이 약해지듯, 뇌도 새로운 자극과 활동이 부족해지기 쉽습니다.
나이가 든다고 누구나 기억력을 잃거나 치매에 걸리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기억력이 예전 같지 않고, 이름이나 단어가 금방 떠오르지 않는 경험은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런 변화를 지나치게 두려워하기보다 평소 뇌를 건강하게 사용하는 생활을 이어가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특별한 두뇌 훈련이나 비싼 프로그램을 찾아다닐 필요는 없습니다. 일상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더 중요합니다.
신문이나 책을 읽고, 읽은 내용을 자기 생각으로 정리해 글을 써보는 것, 새로운 것을 배우고, 가족이나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뇌에 좋은 자극을 줄 수 있습니다. 매일 같은 길만 걷기보다 새로운 길을 걸어보고, 익숙하지 않은 분야에도 관심을 가져보면 좋습니다.
걷기와 가벼운 운동, 충분한 수면, 균형 잡힌 식사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뇌 건강은 머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몸 전체의 건강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혈압과 혈당을 관리하고 청력과 시력의 변화를 살피는 것도 중요합니다.
무엇보다 사람들과의 관계를 끊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나이가 들면 친구들이 하나둘 세상을 떠나거나 건강 때문에 만남이 어려워집니다. 그러다 보면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대화할 기회도 줄어듭니다. 하지만 전화 한 통, 함께하는 식사 한 끼, 오랜 친구와 나누는 안부가 하루에 활기를 줄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 55년을 살아온 세월을 돌아보면 참 많은 것을 배우며 살아왔습니다. 생업을 위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했고, 부동산과 사업, 금융 문제도 스스로 부딪치며 익혀야 했습니다. 경험과 지식이 부족해 시행착오도 많았지만, 그 과정에서 배우고 판단하는 일을 멈출 수 없었습니다.
이제는 예전처럼 많은 일을 할 필요도 없고, 남보다 앞서갈 이유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생각하는 일까지 멈추고 싶지는 않습니다. 하루에 조금이라도 읽고, 쓰고, 생각하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싶습니다.
은퇴는 경제활동의 끝일 수 있지만 배움의 끝은 아닙니다.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속도는 느려질 수 있어도 호기심까지 버릴 필요는 없습니다.
노후에는 돈을 얼마나 모았느냐도 중요하지만, 그 돈을 스스로 판단하고 관리할 수 있는 정신적 능력을 지키는 일도 중요합니다. 아무리 재산이 있어도 판단력이 흐려지면 자신이 평생 모은 것을 지키기 어려워집니다.
돈은 노후의 생활을 지탱해 주는 자산이고, 건강한 뇌는 그 생활을 스스로 꾸려갈 수 있게 해주는 자산입니다.
이제 남은 인생에서 무리하게 무엇을 더 이루려 하기보다, 몸을 움직이고 머리를 쓰며 사람들과 어울리는 일상을 지키고 싶습니다.
나이 들어도 배우고 생각하는 사람,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잃지 않는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 그것이 은퇴 후 우리가 관리해야 할 가장 소중한 자산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