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월 21일 화요일

80세의 벽을 어떻게 넘을까? 힘들고 외롭지만 인생 80대의 강을 잘 건너야 한다.

생물학적 경계

아무리 건강한 삶이더라도 노년기에 이르면 ‘80대 턱걸이 노인’이 되기 쉽다. 여기서 내가 말하는 ‘턱걸이’란 하나의 경계 혹은 전환점이라는 말과 같은 의미이다. 흔히 옛부터 아홉수 넘기기가 어렵다는 말도 그렇다. 다시 말해 9로 끝나는 나이를 말하는데 10년 단위의 마지막 해를 가리킨다. 아홉수는 마지막 관문으로 완전상태(10)직전의 숫자로 인생이 완성되기도 전에 불행이 찾아온다는 속설이 담겨있다. 예를 들어 70대에 이르러서는 79세를 잘 넘겨야 80대를 살아간다는 말이다. 80대로 접어드는 고비를 잘 넘기지 못하면 그 이후로는 아무 일도 할 수 없이 주저앉고 만다는 가정이다.


 

이와 관련해 나는 80대 시점을 하나의 생물학적 임계점으로 본다. 미래의 90대, 100세 시대로 살아가기 위해 통과해야 하는 생물학적 경계다. 더구나 80대의 문턱을 넘어가는 것은 단순한 생각만이 아니라 실제로 몸의 쇠퇴를 느끼는 체험적 단계이다. 홀로 아프고 홀로 고뇌하며 홀로 세월을 보내게 된다. 나이가 바뀐다는 사실은 유아기로부터 노년기까지 조금씩 성숙(엄밀히 말하면 늙어감)해가는 몸과 의식의 변화이다. 몸과 마음도 같이 움직이게 마련이다. 일상생활 속에서 자신의 부족함을 느끼고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 기차에 탑승하는 일, 강을 건너는 일, 삶의 휴식을 취하는 등의 신체적 터닝포인트의 순간이다. 건강하느냐에 따라 피안과 차안으로 갈라지게 된다. 80대를 관리하지 못하면 멀지 않아 휠체어, 보행보조기, 네발 달린 이동보조기에 몸을 의지하게 된다. 그런 점에서 힘들고 외롭지만 인생의 ‘80대의 강’을 잘 건너가야 남은 세월을 즐겁게 보낼수 있다.

음, 분명히 인생은 살만하다고 하는데, 그러면 노년기는 어떤 모습으로 어떤 방법으로 존재해야 하는가?. 노년기의 사회적 관계는 어떠해야 하나?. 늙었다고 아무짝 없는 쓸모없는 사람으로 살아가야 하는가?. 이러한 문제는 우리 삶에서 가장 강렬하고 시급한 질문이다. 이게 나 만의 생각일까? 그렇지 않다. 베르그송은 내가 살아간다는 것은 다름 아닌 내가 존재한다는 것으로 해석한다. 그리고 무엇을 보고 느끼고 생각하는 감정, 감각이 바로 내가 ‘존재함’을 확신 하는 계기가 된다고 했다. 이것이 내 존재의 시작이요 삶의 여정이다. 누구나 노화를 겪는다는 사실에서 80대에 이르면 내 존재에 대하여 심각하게 성찰해야 할 시기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문제는 품위 있게 미소를 지으면 살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지나친 말인지 모르지만 80대의 벽은 어렵고 잔인하기만 하다. 80대로 접어들면 추함과 질병, 상실감 속에 살아갈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몸이 “아프다- 몸이 좋아졌다”를 반복한다. 동시에 노년기에는 만성질병에 허덕이면서 다양한 모습으로 변하게 된다. 심리적으로 현실과 허구, 실재와 환상, 기억과 망각 속에서 힘들게 살아가게 된다. 슬픔도 기쁨도 용기도 잃게 된다. 뿐만아니라 젊음에서 노년으로 변해가는 데 있어서 단순한 생물학적 변화는 물론 정체성의 변화를 겪는다. 시냇물 소리, 청개구리 소리, 매미 소리가 젊었을 때 듣던 소리와 다르게 들린다. 젊은과 늙음이 같이 간다. 젊음과 노년기의 이중적인 겹을 인정하는 게 노년기의 삶이다.

우리는 건강과 풍요속에 정신질환에 시달리고 있다. 분노와 혐오, 무관심으로 가득한 세상, 경제사회적으로 각종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우울증, 불안증세, 공황장애, 번아웃증후군, 분노조절장애, 식이장애 등 이른바 ‘문명의 병’에 노출돼 있다. 그 중에서도 뇌질환이 가장 무섭다. 문고리를 잡고 나가야 하는지 들어가야 하는 지를 분간 못할 때가 온다. 이런 정신질환은 뇌가 망가지고 부서지는 현상이다. 특히 치매로 인해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잃게 된다. 장수사회로 진입하면서 역설적으로 치매국가로 변하는 모양세다. 말인즉 인구 고령화로 국내 치매 환자는 2017년 72만 명에서 2026년에는 100만명을 넘어설 것이며 2030년엔 127만명으로늘어 날 것으로 전망한다. 치매 환자 중 70세 이상 노인이 전체의 89%, 알츠하이머 환자가 72%를 차지한다. 그게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누구나 치매 예비환자일수 있다. 80대 이상 노인들의 경우 알츠하이머, 중증 치매에 걸리지 않았다면 운이 좋은 사람이다.

작성자 물푸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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