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버리러 나갔다가, 비밀번호 바뀌어 집에 못 들어갔다."
아파트 복도 대문 앞에서 20일 가까이 숙식을 하는 80대 할머니의 사연이 공개돼 네티즌들의 울분을 사고 있습니다.
지난 19일 방영된 SBS '궁금한 이야기 Y에서는 '현대판 고려장'으로 불릴 만한 사연이 전해졌습니다.
할머니 A씨는 아파트 시멘트 바닥에 이불도 없이 잠을 자고 생리현상을 해결하기 어려운 탓에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지난 7월부터 A씨는 바깥 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동네 주민은 그녀가 갈 곳이 없다며 경로당에서 며칠씩 잠을 자곤 했다고 전했습니다.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할머니가 쓰레기를 버리러 빈손으로 나왔다가 비밀번호를 몰라 집에 못 들어가고 있다고 연락이 왔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A씨가 앞에 있는 이 집은 A씨가 막내딸에게 사준 집으로, A씨는 이곳에서 딸과 함께 2년간 같이 생활했다. 그러던 중 막내딸이 자기 이사 날짜에 맞춰 집을 나가라고 A씨에게 통보하고 비밀번호를 바꾸었습니다.
방송에서 A씨는" 딸이 같이 와서 살자 해놓고 이렇게 날 내쫓았다"며 "비밀번호 바꾸고 문 잠그고 내쫓았다. 딸은 이사 갔고, 이 집에는 내 짐만 들어있다"고 전했습니다.
집주인은 "옛날에 노인네 버리고 간 거지 뭐냐. 이게 현대판 고려장이지"라고 탄식했습니다.
A씨는 이날 집주인의 도움으로 딸과 통화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자 딸은 "그게 다 할머니(엄마)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그래서 인연을 끊었다"며 "보통 분 아니시다. 그런데도 낳아 준 부모라고 제가. 법대로 하시라고요. 제가 2년 동안 그만큼 했으면 할 만큼 다했다"고 말했습니다.
과거 A씨는 남편과 동대문에서 이름만 대면 다들 아는 제화업체를 운영하며 큰돈을 벌었습니다.
심지어 사업이 잘돼서 러시아에 수출할 정도의 규모였다고 말했습니다.
이후 A씨는 큰딸과 아들에게는 수십억짜리 건물 한 채, 막내딸에게는 월세 600만 원을 받을 수 있는 고시텔을 물려주었습니다.
그러나 아들과 막내딸이 재산 문제로 서로 다투게 되었고, A씨가 고시텔 소유권을 아들에게 넘겨주면서 문제가 불거지게 되었습니다.
이에 A씨는 "재산 다 주니까 나 몰라라 하는 거다. 막내딸이 오빠는 부잔데 왜 오빠한테만 자꾸 주냐. 그런 거 없어도 먹고 사는데 줬다고 그래서 그때부터 문제가 생겼다"고 상황을 전했습니다.
또한 A씨의 지인은 "아버지가 자식들 다 가게 하나, 집 한 채씩 해주면서 막내딸을 좀 적게 준 것 같다"며 "아들은 딸만 그렇게 감싸고 다 해줬다고 불만이고, 딸은 딸이라 적게 줬다고 불만"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막내딸과 함께 지낸 2년의 시간에 대해 A씨는 "2년 동안 잘 살지도 못했다. 지옥이었다. 밥 같이 먹기 싫다고 해서 따로 먹고 화장실도 마음대로 못 가고 목욕도 목욕탕 가서 했다"고 전했습니다.
실제로 A씨가 생활한 방 한 칸에는 각종 즉석요리와 주방가구 등이 널브러져 있었습니다.
이아 그는 "2년 동안 딸이고 아들이고 내게 돈 한 푼도 안 줬다"며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 아무것도 안 줬어도 부모한테 그러면 안 되는데"라고 씁쓸한 마음을 표했습니다.
이인철 변호사는 A씨를 직접 만나 사연을 전해들은 뒤, "불효 소송이 늘어나고 있는데 저도 이렇게까지 좀 충격적이고 심한 건 처음 본 것 같다"며 "최소한의 의식주를 마련해야 한다. 도의적인 의무 뿐만 아니라 법적인 의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민법에 규정돼있는데 자녀들이 법적 의무를 위반하고 있는 것"이라며 "부모님이잖아요. 부모님 같은 경우에는 존속유기죄가 돼 형이 가중처벌될 수 있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이후 막내딸은 "2,000만 원 보내면 짐 빼기로 약속하셨죠? 이삿짐 사람 불러두고 연락하면 바로 돈 보내겠다"면서 A씨에게 2,000만원을 보냈습니다.
그제서야 A씨는 집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A씨는 '이제 여기를 떠나시는 거냐'는 제작진의 물음에 "어디든지 가야지. 갈 데 없어도 어디든지 발걸음 닿는 대로 가야지"라고 말했습니다.
해당 방송을 접한 많은 네티즌들은, "할머니의 사연이 너무 안타깝다","부모에게 어떻게 그럴 수 있냐" 등의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정서윤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seoyun0053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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