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저자 켄 피셔가 누구냐면요
성장주 투자의 대가 필립 피셔의 아들로이고 PSR(주가매출액비율)을 개발하는 등
창조적인 사고방식으로 성공적인 투자를 수행해 온 세계적인 펀드매니저 로
2018년 자산이 1000억달러에 이르는 자산운용사의 설립자죠.
당신은 정상입니까?
요즘은 정치인들도 참 이상해. 요즘 같은 주식시장은 처음이야. 요즘처럼 취업하기 힘든 시절은 없었어. 요즘 아이들은 공부하느라 너무 불쌍해. 요즘 젊은이들은 이해할 수가 없어. 요즘은 말세야 말세.
사람들은 입만 열면 요즘이 문제라고 난리입니다. 한마디로 ‘이번에는 다르다’는 겁니다. 하지만 과거 역사를 살펴보면 ‘이번에는 다른’ 것 같은 사건이 항상 반복되었을 뿐입니다. 고려시대에도 조선시대에도 노인들이 볼 때 젊은이들은 이해할 수 없는 한심한 세대였습니다. 옛날에도 먹고살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경제가 좋아서 태평성대를 이루었던 시절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정치인들은 입으로는 항상 백성을 위한다고 했지만 사실은 자신의 영달을 위해 온갖 나쁜 짓을 일삼았습니다. 한마디로 요즘 같은 세태는 최근에 새삼스럽게 일어난 어제오늘 일이 아닌 것입니다.
여기서 ‘이번에는 다르다’는 의미가 도대체 무엇일까요? 무언가 다르다고 하려면 어떤 기준이 있어야 하는데요. 이 책에서는 그 기준을 ‘노멀normal’로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다르다’는 생각을 새로운 기준, 즉 ‘뉴 노멀new normal’로 보는 것입니다. 정말 그럴까요? 노멀은 우리말로 ‘정상’입니다. 그렇다면 정상의 반대말은 무엇일까요? 혹시 ‘이상’이라고 생각하는지요. 더 나아가 ‘정상’은 옳은 것이고 ‘이상’은 틀린 것으로 생각하는지요. 정상적인 상황에 대해 조금 더 살펴보겠습니다.
학생이라면 시험을 잘 볼 때도 있고 못 볼 때도 있지요. 사업가라면 사업이 잘될 때도 있고 안될 때도 있고요. 단기적으로 보면 다소 차이가 나는데요. 그래도 평가를 제대로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조금 장기적으로 보면 좋겠지요. 즉 장기 평균값을 구해보면 정상적인 성적, 정상적인 실적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단 하루의 컨디션에 크게 좌우되는 수능 시험보다는 오랜 기간의 성적이 반영된 내신으로 입학 자격을 평가하는 편이 보다 정상적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우리가 정상이라고 생각하려면 정상에 어울리지 않는 이상한 데이터, 즉 이상치를 제거해야 합니다. 예상치 못한 재해를 맞이해서 실적이 나빠지는 기업이 있는 반면 그런 재해 때문에 갑자기 특별한 수요가 발생해 매출이 급증하는 기업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상치라고 해서 반드시 나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평범한 상황에서 반복될 가능성이 적을 뿐입니다. 이런 이상치를 포함해서 장기 평균값을 계산하면 크게 왜곡된 평가를 하게 됩니다. 그래서 평균을 구하기 전에 미리 이상치가 있는지 살펴보고 제거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므로 ‘이상치를 제거한 장기 평균값’을 정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접근하는 개념을 통계학에서 정규 분포라고 합니다. 그런데 뉴 노멀은 이러한 정규 분포에 대한 개념이 시대에 따라 바뀐다고 봅니다. 물론 시대에 따라 통계학의 개념이 달라질 이유가 없습니다. 비록 요즘의 세태가 특이하게 느껴질지라도 따지고 보면 장구한 인류 역사에서 수없이 반복해서 발생해온 흔해빠진 사례에 불과한 것입니다. 다만 그런 일이 일어났었다는 사실을 우리가 잊어버렸거나 누군가 의도적으로 은폐했을 뿐입니다.
제 아이가 친구에게서 “너는 참 비정상적이야”라는 말을 들었답니다. 그래서 자신이 무슨 대단한 잘못이라도 한 것처럼 의기소침해 있더군요. 정상적이라 하면 평균에 상당히 가깝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니까 비정상적이라면 평범한 또래의 친구들과 다르다는 건데요. 그래서 평균에 가깝다면 정말 좋은 것일까요? 그렇다면 우등생이 될 이유도, 부자가 될 이유도 없겠네요. 오히려 개성이 뚜렷할수록, 사고방식이 독자적일수록, 즉 비정상적일수록 자존감이 있는 게 아닐까요? 그래서 저는 여러분께 이렇게 묻고 싶습니다. 당신은 정상입니까? 정상이 되고 싶습니까? 정상이라서 행복합니까?
역사를 알고 있습니까?
역사란 과거에 일어난 사건들입니다. 우리는 각자 나름대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차지하는 주인공입니다. 즉 우리는 역사의 산증인입니다. 몸소 체험까지 한 역사라면 똑바로 알고 있어야 하겠지요. 과연 그럴까요? 노인은 청년보다 더 많은 역사를 체험했습니다. 그렇다면 청년에 비해 보유하고 있는 역사에 대한 정규 분포의 데이터가 많다고 보아야 합니다. 다시 말해서 역사를 잘 모르는 청년들이 “이번에는 다르다”라고 말할 때 더 많이 알고 있는 노인들이라면 “이번에도 마찬가지다”라고 말해주어야 합니다. 그런데 실상은 반대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요즘 젊은이들은”이란 말을 입에 달고 살지 않나요? 이 말은 “내가 젊었을 적에는”이란 말로 변형된 꼰대 버전으로도 자주 등장하지요. 체험한 데이터가 많기는 하지만 그보다 훨씬 기억력이 감퇴하셔서 그런지도 모르겠지만요.
장구한 인류 역사를 돌아볼 때 개인이 체험할 수 있는 기간은 매우 짧습니다. 그러므로 장기 평균값을 근거로 정상 여부를 논하려면 짧은 기간의 체험으로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게다가 기억력마저 신통치 않다면 매우 부적절하겠지요. 그러므로 가급적 장기간의 역사가 기록되어 있는 책이나 자료에 근거해야 합니다. 다행스럽게도 우리의 관심사인 투자 분야는 비교적 자세하게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다른 분야라면 색다른 주장이라고 재미 삼아 웃어넘길 수도 있겠지만, 투자 분야에서는 돈이 걸려 있으므로 훨씬 무거운 책임감이 요구됩니다. 나심 탈레브는 《스킨 인 더 게임》에서 ‘게임에 참가하려면 자신의 살갗이 까질 각오를 하라’고 강변하면서, 무책임한 개입을 일삼는 가짜 지식인을 비판합니다.
그런데 역사에는 생존 편향의 문제가 내재되어 있습니다. 전쟁에 관한 역사는 승자의 관점에서 정리가 됩니다. 그래서 한반도 역사는 고구려, 백제, 가야, 발해 등의 관점보다는 통일 전쟁의 승자인 신라의 관점에서 일방적으로 정리되어 있습니다. 주식시장은 보다 구체적입니다. 상장되었다가 부도나서 상장 폐지된 종목은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종합주가지수는 마치 부도난 사례는 전혀 발생한 적도 없다는 듯이 태연하게 생존한 종목들만으로 잘 이어지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말해서 종합주가지수는 부도난 종목을 제거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상승 방향으로 편향되는 편입니다.
더구나 역사적인 실제 사건은 과거에 발생했지만, 해석과 기록은 수없이 반복됩니다. 다시 말해서 이미 과거에 발생한 역사는 오늘날 역사가의 입장과 요구되는 시대정신에 따라 재해석되면서 다시 발생하고 있다고 보아야 합니다. 이에 대해 유시민은 《역사의 역사》에서 역사서를 읽을 때는 역사가의 속마음을 알아채고 시대적인 맥락을 읽어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어떤 관점에서 역사를 해석하고 기억해야 하는지도 중요한 일입니다. 그래서 저는 여러분께 이렇게 묻고 싶습니다. 당신은 역사를 알고 있습니까? 당신이 알고 있는 역사가 제대로 해석된 역사가 맞습니까?
그래서 어쩌라고요
우리가 역사를 공부하는 것은 역사를 통해서 어떠한 교훈을 얻기 위해서입니다. 투자 분야라면 예전에 저질렀던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투자 성과를 개선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는 “이런 점을 주의해라” 또는 “이런 점을 명심하라”라고 말로만 강조한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닙니다. 왜냐하면 인간의 기억력이나 실천력은 그리 믿을 만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바람직한 방법은 대표적인 실수의 과거 사례들을 명확하게 정리해서 유사한 사건이 발생하면 작동하도록 시스템을 설계하는 일입니다.
이런 과정을 모델링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설계한 모델이 잘 작동하는지를 확인하는 작업을 백테스트라고 부릅니다. 즉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다시 돌아가 보는 것을 말합니다. 또한 미지의 데이터로 미래를 미리 경험해보는 것도 포함합니다. 이만큼 적극적으로 역사를 활용하는 방법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
한 차례의 큰 손실만 방지해도 전체 투자 성과는 상당히 개선됩니다. 지나간 역사 속에서 크게 손실을 끼친 몇 가지 사례만 잘 분석하더라도 투자 성과는 상대적으로 상당한 경쟁 우위를 갖게 됩니다. 다시 말해 21세기를 살아가는 투자자라면 글자로 기록된 역사서를 엑셀 또는 파이썬이 가동되는 시스템으로 변환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렇게 하는 것이 책상 앞에 붙여놓고 마음속으로 수백 번 명심하는 것보다 훨씬 실천적입니다. 그래서 여러분께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역사를 잊지 말라고 말하지 않겠습니다. 역사를 시스템으로 변환하세요. 그렇게 해서 기억력과 실천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으세요.
성공한 투자 대가들은 대체로 좋은 책을 거의 쓰지 않습니다. 투자 업무에 너무 바빠서 책을 쓸 겨를이 없기 때문입니다. 반면 투자 도서를 많이 쓰는 작가들은 엄밀하게 투자 전문가로 볼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늘 알맹이가 빠진 것처럼 허전한 느낌입니다. 그런데 켄 피셔는 투자 대가이면서도 많은 책을 쓰는 예외적인 분입니다. 그래서 상처투성이 손바닥을 가진 셰프처럼 그 진정성에 신뢰가 갑니다. 본인이 직접 투자를 하면서 몸소 겪었던 체험을 바탕으로 손수 알려주는 투자 버전의 ‘골목 식당’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켄 피셔와 같은 투자 대가의 책을 이렇게 번역서로 접할 수 있다는 것도 우리에게는 행운입니다. 찾아온 행운을 어떻게 활용할지는 이제부터 여러분의 몫입니다. 그저 스쳐 지나가는 행운이 아니라 견고한 내공으로 승화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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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지방자치단체 채무 불이행 중에서 가장 심각했던 기간은 대공황 시기였다. 1929~1937년에 약 4,800개 지방자치단체가 부채를 상환하지 못했고, 총부채 대비 채무 불이행 비율은 7%에 달했다. 큰 규모였지만 나라 전역을 휩쓴 재앙은 아니었다. 그러나 여기에 뜻밖의 결말이 있다. 그 심각한 시기에도 채권 회수율은 99.5%에 달했다. 세계 경제가 최악이었던 시기에도 지방채 투자자들의 손실이 0.5%에 그쳤던 것이다. 이 사실을 언급한 언론 매체는 없다. 그들이 원하지 않는 ‘좋은 소식’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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