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8월 25일 목요일

버림의 미학

 


삶도 나무처럼 가지치기 필요하다”

버리고 바꾸기 어려운 것 중 하나가 마음 아닐까. 미련이나 불필요한 욕망처럼 ‘짐 되는 마음’을 버리고, 버림을 위한 마음가짐을 갖기란 쉽지 않다

버려야 할 것을 버리지 못하면 병이 된다. 과실나무를 기를 때 일정 시기가 되면 잔가지를 솎거나 잘라내는 가지치기를 한다. 나무의 골격을 바로잡고 실한 열매를 맺게 하기 위해서다. 쓸모없이 굵은 가지, 병든 가지, 제멋대로 자란 가지 등을 잘라내면 나무는 열매를 잘 맺고 더 오래 산다.

당신은 잘 버리는 사람인가? 나는 그렇지 못하다. 필요 없는 오래된 자료, 책, 편지, 일기장, 잡동사니 등을 쉽게 버리지 못한다. 자취가 묻어 있는 것을 버린다는 건 내 일부를 지워내는 것 같아 아쉬움을 준다.

먼저 자신이 무슨 씨앗으로 심어졌는지를 알자. 그 뒤에 비전이나 사명을 세워 불필요한 관심사를 잘라내라.”

버리려 애쓰지 말고 버리기 앞서 채우기 조절하라

결국 버리는 것이 채우는 것보다 한 수 위다. 채우는 것은 욕망으로 되지만 버리는 것에는 지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험컨대 마음을 버리는 건 쉽지 않다. 걱정이나 불안은 더욱 그렇다. ‘그래, 안 좋은 생각은 하지 말자’ ‘사람 앞에서 긴장하지 말자’고 수없이 되뇌어보지만 정작 버리려는 생각 자체가 우리를 더 괴롭히고 긴장을 불러일으킨다. 그렇다면 대체 어떻게 버릴 것인가.

첫째, 버리려고 애쓰지 마라. 애초 버릴 수 없는 것도 있다. 예컨대 인간의 양면적 본능, 타고난 기질, 부정적인 마음 등 그 자체를 버릴 수는 없다. 이러한 본성은 되레 버리려고 할수록 확대되며,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일 때 조절되거나 다듬어질 수 있다. 따라서 내성적인 성격을 버리고 외향적으로 바꿀 수는 없으며 그럴 필요도 없다. 인간의 본성이나 양면성을 인정하지 않고 제거하려는 것은 우리의 정신을 피폐하게 할 뿐이다.

대신 원하는 것에 진심으로 마음을 둠으로써 원 지 않는 것에 마음을 덜 쓸 수 있다. 무엇이 됐든 존재하는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다. 버리고 싶은 마음과 행위가 생겨난 이유와 긍정적인 의도를 파악해서 소망으로 바꿔야 한다. ‘나는 왜 불행할까?’라는 문제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어떻게 하면 좀더 행복해질 수 있을까?’를 생각하라.

둘째, 버리기에 앞서 채우는 것을 조절하라. 현대인들은 신체 비만뿐 아니라 정보 비만(information obesity)에도 시달린다. 수많은 경로를 통해 쏟아지는 정보 때문에 뇌는 잠시도 쉴 틈이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무언가를 집어넣지 않으면 처진다는 느낌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러나 정보 비만은 우리의 기억력과 집중력을 떨어뜨리고 선택능력과 실행능력을 저하시킨다. 적정 칼로리를 섭취하는 것이 비만관리의 핵심이듯 우리 역시 업그레이드 강박증에서 벗어나 정보 다이어트가 필요하다. 구체적으로는 컴퓨터나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는 시간을 정해보고, 무언가를 천천히 즐기는 시간을 마련하라. 이러한 휴식은 성공한 사람들만 누리는 특권이나 목표 없는 사람들의 게으름이 아니라, 몰입과 생산성을 높이는 효율적 행위다. 휴식은 남는 시간이 아니라 말 그대로 재창조(recreation)의 시간이라는 점을 명심하자.

셋째, 삶의 중심을 단단히 한 뒤 마음의 가지치기를 하라. 버리라고 무조건 다 잘라내라는 것은 아니다. 핵심은 남겨두고 주변을 가지치기해야 한다. 이 때문에 ‘비전’이나 ‘사명’이라는 인생의 큰 가위가 필요하다. 열매 맺는 삶을 살고 싶다면 먼저 자신이 무슨 씨앗으로 심어졌는지를 알자. 그 뒤에 비전이나 사명을 세워 불필요한 관심사를 잘라내라. 가지치기, 버림의 목적을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 당신이 버리는 이유는 삶에서 진심으로 중요한 것들을 보호하고 달콤한 열매를 얻기 위함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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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해 보면 우리는 참 많은 것들을 버리면서 살지요낡고 헐은 옷도 버리고간직해왔던 쓸모없는 책도 버리고망가진 가구도 버립니다하지만 때로는 버리지 못해 힘들 때도 있습니다되돌릴 수 없는 사랑을 붙든 채 놓지 못하고나에게 상처를 준 일도 마음 밖에 내놓지 못하고세상의 소문을 좇는 내 안의 수많은 욕망들도 버리지 못합니다포기하는 것과 버리는 것은 다릅니다포기하는 것은 내가 상처 받을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내 그릇을 작게 줄여 그 안에 숨는 것입니다하지만 버리는 것은 나에 대한 집착을 버림으로써 내 그릇을 엄청나게 키우는 것입니다나이가 들수록 그릇이 작아지는 사람은 불행합니다요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내어 버릴 줄 아는 사람은 자신의 행복뿐 아니라 모든 생명의 환희를 담을 수 있는 큰 그릇을 갖게 되지요.

(옮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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