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 19일 월요일

[알아봅시다] 알츠하이머 원인과 진단기술 진화

'이상 단백질' 뇌세포 지워… 혈액 진단법 개발중
치매 환자 60~80% 차지… 발병 10년내 합병증 사망
40~50대도 발병… 30년뒤 국내 치매환자 200만 전망
부검전 확진 어려워… KIST 혈액진단장비 개발 진행
[알아봅시다] 알츠하이머 원인과 진단기술 진화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대뇌에서 가장 심각하게 영향받는 부분이 언어중추(변연계)와 기억 중추(해마)다.


일상생활을 방해하는 수준의 인지기능이나 기억의 상실을 흔히 치매라고 합니다. 치매는 알츠하이머병, 전두측두엽 치매, 혈관성 치매 등 70가지 이상의 다양한 병이 원인이며, 그 원인에 따라 증상과 예후 방법도 천차만별이고 그중 약 10∼15%만 완치가 가능합니다. 특히 치매의 60∼80%를 차지하는 알츠하이머병은 시간에 따라 점진적으로 기억력, 사고력, 행동상의 문제를 일으키는 가장 흔한 퇴행성 뇌질환입니다.

만약 수년째 집 열쇠를 분실하시거나 텔레비전 리모컨을 냉장고에 넣고 거실에서 찾는다면 다행히도 가벼운 건망증 수준의 노화 현상이라고 봐도 됩니다. 하지만 알츠하이머병의 증상은 일반적으로 노화에 의해 야기되는 느릿느릿한 사고 속도와 기억력 저하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기억력 감퇴 정도의 증상만 보이지만 차츰 뇌의 다른 부위도 망가지며 운동 능력 저하 등이 일어나다 일반적으로 발병 10년 안에 합병증으로 사망하게 됩니다.

◇머릿속의 지우개 '베타아밀로이드'=국내에 알츠하이머병을 대표적으로 알린 것은 영화 '내 머리속의 지우개'입니다. 지난 2004년 개봉한 이 영화는 젊은 나이에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여성의 삶을 통해 알츠하이머병의 심각성을 알렸습니다. 극 초반 의사가 "머릿속에 이상 단백질이 축적되고 있어. 이것이 뇌세포를…"이라며 알츠하이머병을 진단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여기서 잠깐 언급된 '이상 단백질'이 바로 뇌세포를 지워서 기억을 파괴하는 머릿속의 지우개 '베타아밀로이드'입니다. 베타아밀로이드는 1902년 독일인 의사 알로이스 알츠하이머가 기억력 장애와 편집증적 망상 증상을 나타내다 사망한 51세 환자의 부검 결과 뇌조직에서 발견한 이상 단백질입니다. 베타아밀로이드는 일반인도 지니고 있지만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경우 특이하게 신경세포 바깥쪽에 집적물의 형태(용혈반)로 발견됩니다. 이는 주로 베타아밀로이드가 서로 달라붙어 형성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에서 집적물 형태로 발견되는 베타아밀로이드는 단백질 분해효소가 대사해 만들어집니다. 질병의 진행에 따라 특이한 복합구조를 갖게 되는데, 그중 변형이 활발한 '소중합체'와 '피브릴 전구체'가 뇌세포를 파괴하는 주원인입니다.신경의학 저널에 보고된 임상 연구 결과에 의하면, 베타아밀로이드는 알츠하이머병의 발병 시기보다 약 20년 먼저 뇌에 축적되기 시작하는데 이는 베타아밀로이드를 이용한 조기 진단이 가능하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에서만 특이적으로 베타아밀로이드가 생성되는 원인과 장기간 만들어진 베타아밀로이드가 고령에 이르면 갑자기 독성을 나타내는 원인 등은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알아봅시다] 알츠하이머 원인과 진단기술 진화



◇알츠하이머병 '확진'은 여전히 불가능=알츠하이머병을 포함한 노인성치매는 질환 자체로 인한 노동력 상실뿐만 아니라 환자들을 보살피기 위한 막대한 경비와 인력 지출도 따라붙게 됩니다. 미국에서는 알츠하이머병의 간병비로 매년 약 880억달러(약 92조원)를 지출하고 있습니다. 비단 미국 만의 일은 아닙니다. 국립중앙치매센터의 보고에 따르면 2013년 국내 치매 환자 수는 약 53만명이며, 30년 뒤인 2043년에는 200만명에 이를 전망입니다. 최근에는 40∼50대에서도 알츠하이머병이 발생하고 있어 문제가 심각합니다. 혈액 진단 같은 싸고 편리한 방법 개발을 통해 30년 뒤에 찾아올 '아수라장'을 미리 방지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현재 환자 사망 이전에 알츠하이머병을 확진할 수 있는 진단 방법은 없습니다. 알츠하이머병의 확진은 부검을 통해서만 가능하기 때문에 환자가 찾아오면 다른 치매성 뇌질환들과 동일한 검사 과정을 거쳐 가능성을 타진하는 방향으로만 진단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가족 동반 문진, 체액을 통한 유전자 검사, 간이 정신상태 검사 및 자기공명단층촬영법(MRI) 등의 우회적인 방법을 통해 알츠하이머병일 확률을 확인할 수 있을 뿐입니다.

MRI를 사용한 뇌영상으로 학습과 기억을 관장하는 대뇌와 해마의 부피 변화를 측정해 알츠하이머병을 예측하는 방법이 있으나 다른 뇌질환에서도 동일한 변화가 나타날 수 있어 정확도는 80∼90% 수준입니다.

알츠하이머병의 진단 방법으로 가장 주목받고 있는 기술은 방사성 동위 원소를 사용하는 PET 영상법입니다. 환자 뇌 조직에 자리 잡고 있는 베타아밀로이드 집적체를 보여줄 수 있는 방사성 동위원소를 몸에 주입해 뇌영상을 촬영하는 방법입니다. 베타아밀로이드의 존재뿐만 아니라 농도까지 측정할 수 있는 매우 유용한 기술로 현재까지 알려진 진단법 가운데는 환자를 부검하기 전에 알츠하이머병의 확진이 가능한 유일한 방법입니다. 단 방사성 동위 원소를 제작할 수 있고 인체에 해가 없이 약물을 합성할 수 있는 특수 방사성 물질 전용 시설을 갖추고 있는 의료 기관에서만 촬영이 가능하다는 제한이 있습니다.

◇'피 한방울'로 알츠하이머병 진단=병의 발병 이전에 객관적으로 조기 진단하는 방법 중 또 하나는 혈액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알츠하이머병 환자는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의 혈중 농도 역시 뇌와 마찬가지로 일반인에 비해 변화가 큽니다. 알츠하이머병의 혈액 진단도 가능하다는 말입니다. 채취가 쉽고 특수한 방법을 필요로 하지 않는 혈액 진단을 이용할 수 있다면 빠르고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약물치료 반응의 모니터링이나 환자 치료도 쉬워질 것으로 보입니다.

혈액 진단을 상용화하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은 변동이 심하고 농도가 낮은 혈중 베타아밀로이드를 안정적으로 정량 검출할 수 있는 기술입니다.

김영수 KIST 뇌과학연구소 박사팀이 지난해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의 농도변화를 혈액 검사로 손쉽게 알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현재 KIST 개방형 연구사업단(단장 김태송)은 이 연구결과를 이용해 병원, 기업체 등과 협력해 매우 적은 양의 베타아밀로이드를 정밀 분석할 수 있는 장비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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