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정도가 적절한 콜레스테롤 수치일까? 아직까지 현실에 맞는 공식적인 지침은 없지만, 최근 발표된 주요 연구에서 우리는 힌트를 얻을 수 있다.
1. 총콜레스테롤: 저명한 의학저널 ‘네이처’에 발표된 총콜레스테롤과 사망률에 대한 한국인 연구(약 1200만 명, 10~13년 추시) 결과, 총콜레스테롤이 200~240인 사람의 사망률이 가장 낮게 나왔다 (아래 도표) [1]. (*현재 가이드라인 적정수치는 200 이하.)
그러나, 이런 연구의 단점은 이미 심혈관 질환을 앓는 사람들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분들이 약을 먹어서 수치가 낮을 가능성이 있고, 이로 인해 사망률이 증가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질문은 다른 면으로 볼 수도 있다. 심혈관 질환자가 약을 먹어 콜레스테롤을 잘 관리해도 사망률이 증가했다면, 그 약이 무슨 효용성이 있는가? 따라서 콜레스테롤 수치를 과도하게 많이 낮추는 건 좋은 게 아니다.
2. LDL: 영국의학저널에 발표된 약 11만 명의 덴마크인을 평균 9.4년 추시한 결과, 모든 원인 사망률이 가장 낮은 LDL 수치는 140이었고,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은 132일 때 가장 낮았다. 즉 130~140 정도의 수치를 가진 사람들이 가장 장수했다 (아래 도표) [2].(*현재 가이드라인 적정 수치는 100 이하.)
3. 중성지방: 미국 심장학회지에 보고된 1만5천 명의 관상동맥 질환자를 22년 추시 관찰한 연구에서, 중성지방 수치가 100 이하 군에서 사망률이 가장 낮았다. 100~150으로 비교적 관리가 잘된 군도 100 이하 군과 비교하면 사망률이 6% 증가했다. 200 이상인 경우엔 사망률이 30% 이상 증가했다 (아래 도표) [3]. (*현재 가이드라인 적정수치는 150 이하.)
4. HDL: 노르웨이에서 34만 명 성인을 평균 22년간 추적 조사한 연구에서, HDL 수치가 45~75 사이 구간에서 가장 사망률이 낮았다. HDL은 높을수록 좋은 게 아니라 75 이상에서는 오히려 사망률이 더 증가했다 (아래 도표) [4].(*현재 가이드라인 권장 수치는 40 이상)
그렇다면, 전문가 아닌 일반인들도 이 복잡한 수치들을 다 알고 있어야 할까? 그렇지 않다. 총콜레스테롤 수치만 신경 쓰면 된다.
HDL, LDL, 중성지방, 총콜레스테롤 등 숫자와의 싸움...우리가 꼭 알아야 할 것은
총콜레스테롤 수치를 200~240 정도로 유지하면 나머지는 몸이 알아서 적당히 배분한다. 왜냐면 각각의 수치는 다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총콜레스테롤 수치란 “LDL + HDL + 중성지방/5”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흔히들 “나쁜” 콜레스테롤이라 불리는 LDL 수치에 집착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엄밀한 의미에서 “나쁜” 콜레스테롤, “좋은” 콜레스테롤이란 건 없다.
LDL은 간에서 만들어진 콜레스테롤을 필요로 하는 기관에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HDL은 쓰고 남은 콜레스테롤을 다시 간으로 이송하는 역할을 한다. 즉, 각자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하고 있을 뿐이지, 콜레스테롤은 아무 죄가 없다.
검사에서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게 나왔다면, “왜 수치가 올라갔을까?”를 먼저 생각하고 원인 교정을 할 생각을 해야지, 약을 덜렁 먼저 먹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 약은 안전하지 않기 때문이다.
고지혈증을 치료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채식과 운동이다. 고지혈증약(스타틴)은 LDL 수치는 낮추지만, 중성지방 수치는 낮추지 못한다. 운동은 중성지방 수치는 낮추지만, LDL 수치를 낮추지 못한다. 콜레스테롤은 중성지방과는 달리 에너지원이 아니기 때문이다.
고지혈증약을 먹을까? vs. 생활습관을 바꿀까?
하지만 채식은 LDL과 중성지방 수치를 둘 다 낮추기에 약보다 훨씬 더 효과적이다 [5]. 389명의 만성질환자를 대상으로 단지 15일간의 채식만으로 총콜레스테롤 평균 44 감소(채식 전 200 이상인 자), LDL 평균 33 감소(채식 전 100 이상인 자), 중성지방 평균 32 감소(채식 전 150 이상인 자)했다는 최신 연구도 있다 [6].
드물게, 식사를 포함한 생활습관을 개선해도 여전히 각종 수치가 매우 높고 심근경색, 뇌졸중 등 병력이 있는 경우에는 약을 먹는 게 나을 수도 있겠지만, 될 수 있으면 약 없이 치료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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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약은 독”이라는 말처럼, 부작용 없는 약은 없다. 스타틴 사용자의 40~75%는 사용 시작 후 1년 안에 약을 중단하는데, 이유는 대부분 부작용 때문이다 [7].
하지만 현실에서 흔히 보는 부작용과는 달리 제약회사 주도의 임상시험에서는 부작용 빈도가 10% 미만으로 나온다 [8]. 왜 이렇게 다를까? 방법은 간단하다.
먼저 약물 임상시험 하기 전에 1~2달 미리 약을 먹어보라고 한 다음, 약속을 잘 따르는 사람들만 임상시험에 참여시키는 것이다. 이런 걸 ‘도입 기간’(run-in period)이라 하는데, 합법적일 뿐 아니라 용인되는 관행이다. 약을 먹다 초기에 부작용이 생겨 스스로 약 복용을 중단한 사람들을 “약속을 준수하지 않았다”고 임상시험에서 다 빼버리니, 최종 결과에 부작용 수치가 낮게 나올 수밖에 없다 [9].
또 다른 방법으로 부작용 조사 항목에서 예를 들어, 가장 흔한 부작용 중 하나인 근육통에 대한 질문을 빼 버리는 것이다. 스타틴 논문 44개를 메타 분석한 연구에서 단지 1개의 논문에서만 근육통에 대한 질문이 있었다고 한다 [10]. 그러면 당연히 근육통이란 부작용 빈도는 낮게 나올 것이다.
“It's your body, your choice.”
놀랍지 않은가? 따라서 제약회사 주도 연구의 결과를 해석할 때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사실 스타틴은 효과에 견줘 부작용들이 너무 많다. 우리 몸에서 일어나야 할 정상적인 대사과정을 차단하기 때문이다 [11]. 스타틴과 연관된 부작용은 다음 편에서 더 자세히 설명할 예정이다.
결론
1. 스타틴은 LDL 수치는 낮추지만, 심장마비 예방에 큰 효과는 없다.
2. 절대 위험과 상대 위험을 모르면 약의 효능을 과대평가하게 된다.
3. 현재 통용되는 고지혈증 치료 가이드라인은 재평가가 필요하다.
4.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분은 약보단 생활습관 교정이 우선이다.
의사들은 제약회사에서 가져오는 편향된 자료를 과신하면 안 된다. 특히 건강한 사람에게 단지 수치가 높다고 약을 쉽게 처방해서는 안 된다.
환자들도 의사에게 건강에 대한 결정권을 다 떠넘기는 것은 무책임하고 위험한 행동이다. 치료의 주체는 의사가 아니라 바로 환자 자신이기 때문이다. “It's your body, your choice.”
송무호 의학박사·정형외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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