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 23일 토요일

수에즈와 파나마 운하 위기, 18세기로 돌아간 해상 무역

 공급 과잉 해소, 인플레이션 둔화, 팬데믹 우울증 완화 등 세계 경제의 순조로운 항해로 시작된 한 해가 세계 양대 운하가 위기에 봉착하면서 해양 무역 산업과 이에 의존하는 소매 업체들에게 또 다른 폭풍우가 몰아치는 가운데 마무리되고 있다.

위기의 근원은 매우 다르지만 심각성은 비슷하다.

후티 반군은 이스라엘과의 전쟁에서 하마스를 지지하는 표시로 예멘 해역에서 이집트 수에즈 운하를 오가는 상선을 공격하고 있다.

서쪽으로 약 7,200마일 떨어진 파나마의 또 다른 주요 수로인 파나마 운하도 가뭄으로 인해 심각한 운항 차질을 빚고 있다.

세계 무역의 거의 20%를 처리하는 항로에 타격을 입힌 이 문제로 인해 전 세계 상선이 대규모 우회 항로를 이용하고 있으며, 운임이 상승하고 해운 회사의 주가가 상승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디지털 화물 플랫폼 플렉스포트의 수요일 데이터에 따르면, 홍해에서 공격을 피하기 위해 약 180척의 컨테이너선이 아프리카 주변을 우회하거나 정지한 채 지시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한다.

서방 세력이 공격을 계속하겠다고 공언한 후티 반군을 진압할 수 있다는 확신을 업계에 주지 않는 한 수백 척이 더 합류할 것이 거의 확실시된다. 마찬가지로 파나마에서도 낮은 수위로 인해 통행 횟수가 제한되면서 몇 주 동안 우회 항로가 계속되고 있다.

운하로부터 광범위한 경로 변경은 장난감과 자동차 부품에서 천연가스, 연료, 원유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운반하는 선박의 발목을 잡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비용이 상승하고 기간이 몇 주 지연되며 일부 제품 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 또한 예측 가능한 해상 일정에 의존하는 육상 기반 기업의 물류에도 타격을 줄 것이다.

목요일에 발표된 드루리 세계 컨테이너 지수에 따르면, 40피트 컨테이너에 담긴 제품을 아시아에서 북유럽으로 운송하는 비용은 지난주 16% 상승했으며, 이번 달에는 41% 상승했다.

마찬가지로, 일부 원유 메이저와 유조선 회사들이 홍해 남부를 피하겠다고 밝히면서 연료 운임도 급등하고 있다.

잠재적인 경제적 영향은 세계 무역이 치명적인 바이러스처럼 만연하거나, 에버 기븐 같은 선박 한 척이 주요 동맥을 거의 일주일 동안 막는 것처럼 무작위로 발생하는 장애에 취약하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준다.

이번에는 중앙아메리카의 강우량 부족, 두 차례의 지역 전쟁, 반군이 바다로 발사한 미사일과 공중 드론이 세계 최대 규모의 시스템을 마비시킬 수 있다는 현실이 그 원인이다.

좋지 않은 시점

물류 산업에게는 시점이 좋지 않았다.

수에즈 운하에서 우회하는 모든 선박과 대기 중인 모든 선박의 최종 항구 입항이 최소 1~2주 이상 늦어질 것이다.

이 시기는 연말연시가 끝나고 2월 설 연휴를 맞아 중국 공장들이 문을 닫기 전에 소매 업체들이 재고 보충을 위해 중국 제품 수입 물량을 늘리는 연중 가장 바쁜 시기 중 하나다.

금리 인상으로 인플레이션과 전쟁을 치르고 있던 중앙은행들이 이제 종전을 저울질하는 가운데, 세계 경제의 전망에 또 다른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최근에야 재고를 정상 수준으로 조정했던 미국과 유럽의 많은 기업들이 불안정한 지정학적 상황을 고려할 때, 2024년 수요를 계획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요즘은 사업을 하기에 쉬운 시기가 아닙니다. 재고 부족으로 인한 비용이 신속 서비스보다 높을 수 있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재고 부족 가능성을 고려해야 합니다. - 트라인 넬슨, 플렉스포트의 유럽 해상 화물 담당 책임자

항공 운송 옵션

옵션을 저울질하는 선사들은 아시아의 수출 강국과 북미와 유럽의 발전된 산업 엔진 사이에 두 개의 지름길이 건설되기 전 수 세기 동안 일반적으로 사용했던 남반구 항해로 회귀하고 있다.

한 대형 물류 회사의 임원은 화물 소유주들이 최근 운임이 급등했음에도 불구하고 항공 화물을 포함하여 두 운하를 피할 수 있는 모든 대안을 고려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고 말한다.

아베크롬비 & 피치는 해상 운송 차질을 피하기 위해 항공 화물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인도, 스리랑카, 방글라데시에서 출발하는 모든 화물이 이 항로를 따라 미국에 도착하기 때문에 홍해 항로가 자사 운영에 중요하다고 말했다. 스웨덴 가구 대기업 이케아는 일부 제품의 부족 가능성을 경고했다.

영국의 침대 및 매트리스 제조업체인 버튼 & 스프링은 중국과 인도에서 일부 실내 장식용 원단을 공급받고 있으며, 이번 사태로 인해 일부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회사의 공동 설립자 아담 블랙은 대부분의 원단을 영국과 유럽에서 조달하고 있다며, 원단이 희망봉을 거쳐야 한다면 공급망에 차질이 생기고 리드 타임이 길어지며 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고 말한다.

패션 소매업체와 더 크고 저렴한 가격의 제품을 운송하는 회사가 특히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물량 감소

자체 고객을 대신하여 해상 운송 업체와 많은 거래를 하는 기업들은 화물의 새로운 도착 시간을 정확히 파악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덴마크의 물류 업체 DSV는 운송 시간이 길어지고 선박이 장기간 묶여 있으면 수송 능력이 20%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다른 물류 회사 지오디스의 화물 운송 담당 부사장 에릭 마틴-노빌은 희망봉을 경유해야 하는 선박이, 수에즈를 통과하는 데 40일이 걸리던 것에 비해, 중국에서 유럽까지 이동하는 데 약 60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비용도 4~5배 정도 더 들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이러한 추정치는 아시아에서 미국 동부 해안으로 운송하는 회사들에게도 대략적으로 적용된다고 덧붙였다.

중국에서 유럽으로 가는 항공 화물은 약 48시간이 소요되지만, 많은 기업, 특히 무겁고 저렴한 물품을 운송하는 기업에게는 엄청난 비용이 소요된다.

일반적으로 중국에서 러시아를 거쳐 유럽까지 약 2주 동안 횡단하는 철도를 이용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이러한 경로 대부분이 폐쇄되었다.

더딘 해결

수에즈나 파나마 사태의 해결은 수일 내에 이루어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홍해를 통한 해상 무역을 보호하기 위해 국제 해군 태스크포스를 구성하려는 미국의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예멘의 후티 반군은 선박을 계속 표적으로 삼겠다고 공언했다.

이 태스크포스의 주요 접근 방식은 방어적인 접근 방식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선주들은 홍해로 돌아가기 전에 얼마나 성공적인지 보고 싶어 할 수 있다.

날씨와 관련된 파나마 위기는 적어도 2월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주에 위기가 전개됨에 따라 유가는 반등했지만 2020년 이후 처음으로 연간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원유 및 천연가스 대기업 BP Plc와 에퀴노르 ASA는 이 지역을 멀리할 것이라고 밝혔고, 일부 유조선 선주들도 경계하고 있다.

수에즈 운하를 가득 채우고 항해할 수 있는 가장 큰 유조선의 운임도 급등하고 있다. 런던 발틱 거래소의 데이터에 따르면, 수에즈 운하를 만선으로 통과할 수 있는 최대 크기이기 때문에 이름이 붙여진 수에즈막스급 유조선은 일주일 전 약 75포인트에서 90포인트로 상승했다.

지속되는 문제

S&P 글로벌 커머디티 인사이츠의 해운 분석 및 연구 책임자 라훌 카푸어는 선박의 안전한 운항이 회복될 때까지 경제 비용이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소비자 수요 약화로 운임 상승폭은 제한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지난 몇 년 동안 우리는 지정학적 긴장과 갈등이 글로벌 상업과 무역에 점점 더 큰 위협이 되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분석에 따르면, 해운 업계가 수주 내에 용량을 재조정함에 따라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블룸버그의 유로 지역 수석 이코노미스트 매바 카즌은 운임이 소비자 물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기 때문에, 무역에 대한 위협이 확대되고 수개월 동안 지속되지 않는 한, 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한다.

항로를 변경하고 지연에 대비하는 것만이 잠재적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고려해야 할 유일한 요소는 아니다. 아프리카 주변을 항해하는 데는 예측할 수 없는 날씨와 악명 높은 거친 물살 등 여러 가지 어려움이 따른다.

해도를 보고 "괜찮아, 몇 천 해리만 더 가면 되니까 조금만 더 빨리 항해하면 돼"라고 말하기는 쉽지만, 아프리카 남쪽으로 가면 항해가 순탄치 않습니다. 물론 더 빠르게 항해할 수는 있지만, 그 해역을 지나면 날씨와 관련된 지연도 예상해야 합니다. - 라스 젠슨, 베스푸치 마리타임의 CEO

 




자료 출처: Bloomberg, "Twin Crises Send Cargo Ships Back to 18th Century Trade Routes"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