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8월 17일 일요일

아파 본 사람들만 아는 ‘진리’

 <암이 예술을 만나면>

김태은 교수 그림

암은 몸뿐 아니라 ‘마음’도 관리해야 예후가 좋아집니다. 암을 낫기 위해 마음이 편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환자분들은 종종 미술 치료사인 저를 병상 앞에 앉혀놓고 자기 삶에 대해 얘기하시곤 합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자주 들려주는 말은 “아파 본 사람은 안다”는 말입니다. 이 말의 의미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실제로 아픔을 겪고 계신 분들의 목소리에는 단순한 신체적 고통을 넘어선 심리적, 사회적 고통이 함께 담겨 있습니다.


삶에서 몇 번 마주하기 어려운 이 깊은 이야기를 제게 들려주실 때, 저는 그것이 단지 고통의 나눔이 아니라, 아픔 속에서 깨달은 삶의 진리이자 얻어진 지혜를 나누는 귀한 순간임을 느낍니다. 그 순간만큼은 전적인 경청으로 그분의 이야기에 마음을 다해 응답하고자 합니다.

병원에 들어서는 순간, 그 사람이 어떤 직책을 가졌는지, 얼마나 비싼 옷을 입었는지, 얼마나 대단한 성취를 이룬 사람인지 더 이상 중요하지 않게 됩니다. 이전의 삶에서 이룬 것이 다 필요 없는 것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정말로 나의 몸의 건강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잃어보고서야 알게 되는 ‘진리’입니다.

그 모습을 볼 때마다 저는 ‘채’를 떠올립니다. 삶을 한 번 걸러내는 인생의 ‘진리의 채’. 투병의 시간은 마치 삶 전체를 그 ‘진리의 채’ 위에 올려 채를 쳐보는 시간이 아닐까요?

명예, 돈, 학벌, 성취 등을 우선시하던 사람들도 아프고 나면 보게 됩니다. 그동안 내가 얼마나 내 몸을 외면했는지, 얼마나 당연한 것으로 생각했는지를요. 그렇게 삶을 한번 쳐보면, 겉으로 빛나던 것은 모두 아래로 떨어지고, 채 위에 남는 단 하나의 단단한 돌. 그것이 바로 건강입니다.

아픔은 잊고 지냈던 삶의 본질을 다시 보게 합니다. 환자분들은 그 채를 통과한 삶의 한가운데에서 조용히 말씀하십니다. “진짜 중요한 게 뭔지, 이제야 알게 되었어요.”

그 진리를 저도 함께 배웁니다. 아파 본 사람은 삶의 중심을 바꿔냅니다. 아파 본 사람은 그 진리를 다른 이에게 나누려는 넉넉한 마음을 가집니다. 그리고 저는 그 나눔 앞에서 고개를 겸손히 숙입니다.

몸이 곧 삶이며, 건강이 곧 소중한 나의 시간이라는 것. 그 진리를, 아픔 속에서도 잊지 않고 나누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파 본 사람들만이 진정으로 깨닫는 '진리'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1. 당연했던 것들의 소중함

건강할 때는 숨 쉬는 것, 걷는 것, 잠드는 것, 심지어 식사하는 것조차 당연하게 여깁니다. 그러나 아파보면 이 모든 일상적인 행동들이 얼마나 큰 축복이었는지 깨닫게 됩니다. 통증 때문에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게 되거나, 제대로 된 식사를 할 수 없게 될 때, 평범한 일상이 사실은 가장 소중한 기적이었음을 알게 됩니다.

2. 마음과 몸은 하나라는 사실

많은 사람들이 마음과 몸을 별개로 생각하지만, 아파 본 사람들은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신체적인 고통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직접 경험합니다. 반대로, 몸이 회복되면서 마음의 평화도 찾아오는 것을 느낍니다. 이 두 가지가 서로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직접 겪으며, 건강은 단순히 신체의 문제가 아니라 삶 전체의 균형이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3. 삶의 우선순위 재정립

아프면 중요한 일과 중요하지 않은 일이 명확하게 구분됩니다. 불필요한 경쟁이나 사소한 다툼에 에너지를 낭비하기보다, 진정으로 소중한 사람들과의 관계, 그리고 자신의 행복에 집중하게 됩니다. 삶의 끝이 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우리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중요한 일에 몰두하게 만듭니다.

4. 진정한 위로와 공감의 가치

아파 본 경험은 타인의 고통을 더 깊이 이해하게 합니다. 단순히 "힘내"라고 말하는 것보다, 조용히 곁을 지켜주거나 진심으로 공감해 주는 것의 힘을 알게 됩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다른 사람을 위로하는 법을 배우고, 세상에 대한 연민과 따뜻함을 갖게 됩니다.

아픔은 분명 고통스러운 경험이지만, 그 속에서 우리는 삶의 가장 깊은 진실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진실은 우리를 더 강하고, 더 지혜로운 사람으로 성장시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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