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3일 토요일

몸의 계산서

 젊을 때는 몸이 늘 우리 곁에 있어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밤을 새워도 괜찮고, 술을 조금 많이 마셔도 금세 회복된다. 며칠 무리해도 다시 원래대로 돌아온다. 그래서 몸의 소중함을 미처 느끼지 못한 채 살아간다.

하지만 몸은 우리가 지나온 시간을 모두 기억한다.

먹은 음식, 걸어온 발걸음, 부족했던 잠, 참아냈던 걱정과 스트레스까지. 몸은 말없이 그 모든 시간을 품고 살아간다.

젊을 때는 그 기억이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사람은 자신의 건강이 영원할 것처럼 착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 몸은 천천히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한다. 예전보다 쉽게 피곤해지고, 여기저기 통증이 생기고, 건강검진 수치가 달라지기도 한다.

그것은 몸이 우리를 벌주는 것이 아니다.

오랜 시간 함께 살아온 흔적을 보여주는 것에 가깝다.

우리는 건강을 잃고 나서야 과거를 돌아본다.

"그때 조금 더 일찍 자둘걸."

"조금만 덜 무리할걸."

누구나 한 번쯤은 그런 생각을 한다.

하지만 후회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금이다.

몸은 생각보다 관대하다.

젊은 날의 무리함을 모두 되돌릴 수는 없지만, 오늘부터의 변화는 기꺼이 받아들인다.

조금 덜 먹고, 조금 더 걷고, 조금 더 쉬는 일.

그런 작은 습관들이 쌓여 몸의 새로운 기록이 된다.

사실 몸은 평생 우리 편이었다.

피곤하면 쉬라는 신호를 보내고, 아프면 잠시 멈추라고 알려준다. 그러나 우리는 바쁜 삶 속에서 그 목소리를 놓칠 때가 많다.

몸은 화를 내지 않는다.

다만 조용히 기다린다.

언젠가 우리가 다시 귀를 기울여 주기를.

나이가 들수록 건강은 특별한 능력이 아니라 자신을 대하는 태도라는 생각이 든다. 몸을 아끼고 돌보는 일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제시간에 잠드는 것.

무리하지 않는 것.

틈틈이 걷는 것.

그리고 마음의 긴장을 조금 내려놓는 것이다.

몸은 우리의 가장 오래된 친구다.

태어날 때부터 지금까지 단 하루도 우리를 떠난 적이 없다.

그래서 몸이 보내는 신호에 조금 더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다행인 것은 아직 늦지 않았다는 점이다.

몸의 장부는 오늘도 새롭게 쓰이고 있다.

젊은 날의 기록은 남아 있지만, 앞으로의 기록까지 정해진 것은 아니다.

오늘의 작은 선택 하나가 내일의 건강이 되고, 그 건강이 남은 삶을 조금 더 편안하게 만들어 준다.

몸은 과거를 기억한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도 준다.

그래서 건강은 후회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희망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황혼의 문턱에서 — 몸의 계산서를 받아보니」

젊을 때는 몸이 이렇게까지 오래 나와 함께할 줄 몰랐다.

밤을 새워도 괜찮았고, 과식한 다음 날이면 또 아무렇지 않게 일했다. 피곤해도 참고, 아파도 며칠 지나면 괜찮아질 것이라 생각했다. 건강은 늘 그 자리에 있는 것처럼 여겼다.

그런데 이 나이가 되어 보니 생각이 달라진다.

아침에 눈을 뜨면 먼저 몸부터 살핀다. 오늘은 무릎이 괜찮은지, 허리가 불편하지 않은지, 어제보다 걸음이 무겁지는 않은지 자연스럽게 확인한다. 예전에는 아무 생각 없이 오르내리던 계단도 이제는 손잡이를 한 번 더 잡게 된다.

약도 하나둘 늘었다. 정기적으로 혈압과 혈액검사를 확인하고, 조금 이상하다 싶으면 병원을 찾는다. 젊을 때는 이런 일을 노인의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이것이 노년의 일상이라는 것을 안다.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다만 모든 병이 젊은 날의 잘못 때문에 생기는 것은 아니다.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약해지는 부분도 있고, 유전이나 환경처럼 내 뜻대로 할 수 없는 일도 있다. 그러니 지나간 세월을 후회하는 것보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요즘 내가 지키려고 하는 것은 거창하지 않다.

배가 부를 때까지 먹지 않고, 조금이라도 매일 걷는다. 무리해서 운동하지 않고, 피곤하면 쉰다. 잠을 소홀히 여기지 않고, 마음을 지나치게 소모시키는 일도 줄이려고 한다.

젊을 때는 건강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건강이란 완벽하게 아프지 않는 것이 아니라, 지금 가진 몸으로 오늘을 무리 없이 살아내는 힘인지도 모른다.

이 나이가 된 지금, 몸은 나에게 큰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잘 먹고, 잘 자고, 조금 걷고, 무리하지 말라고 한다. 그리고 오늘 할 수 있는 일을 오늘의 몸에 맞게 하라고 한다.

돌이켜보면 몸은 평생 나와 함께 일해 온 가장 오래된 동반자였다.

그러니 남은 세월만큼은 몸을 함부로 부리지 말아야겠다.

인생의 마지막 계산서는 아직 받아들지 않았지만, 지금부터라도 하루하루 성실하게 살아간다면 그 계산서의 무게는 조금 가벼워질 것이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