힉의 법칙(Hick’s Law)
힉의 법칙은 영국의 심리학자 윌리엄 힉(William Hick)과 레이 하이먼(Ray Hyman)이 1950년대에 정리한 것으로, 선택지가 늘어나면 결정에 걸리는 시간도 함께 늘어난다는 원리입니다. 정확히는 선택지 수에 정비례하기보다 로그 함수에 가깝게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선택지가 2개에서 4개로 늘 때와 20개에서 40개로 늘 때, 늘어나는 고민의 양이 같지 않다는 뜻입니다.
선택지가 많을수록 마음은 무거워진다
해마다 가을이 되면 우편함에 두툼한 안내문이 쌓입니다. 메디케어 연례 등록 기간이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올해는 10월 15일부터 12월 7일까지입니다. 보험 플랜은 수십 가지이고, 플랜마다 보험료, 본인 부담금, 약 보장 목록, 이용 가능한 병원이 다릅니다. 식탁에 안내문을 펼쳐 놓고 한 시간쯤 들여다보다가 "올해도 그냥 두자" 하고 덮어 버린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입니다.
심리학에는 이런 순간을 설명하는 힉의 법칙이 있습니다. 선택지가 늘수록 결정에 걸리는 시간도 늘어난다는 것입니다. 선택지가 많다고 결정이 비례해서 어려워지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어느 선을 넘으면 사람은 고르기를 멈춥니다. 선택의 자유가 오히려 짐이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그냥 두자"가 늘 나쁜 결정은 아닙니다. 다만 그것이 신중하게 내린 결론인지, 피곤해서 포기한 것인지는 구별해야 합니다. 보험 플랜은 해마다 보장 내용과 약 목록이 바뀌므로, 지난해에 좋았던 플랜이 올해도 좋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선택지를 줄이는 방법을 권하고 싶습니다. 수십 가지를 모두 비교하는 대신, 나에게 정말 중요한 기준 몇 가지만 먼저 정하는 것입니다.
첫째, 지금 복용하는 약이 그 플랜의 보장 목록에 들어 있는가.
둘째, 오래 다닌 주치의와 병원을 계속 이용할 수 있는가.
셋째, 한 해 동안 내가 실제로 부담할 총비용은 얼마인가.
이 세 가지에 맞지 않는 플랜은 읽지 않고 넘깁니다. 그러면 수십 개가 두세 개로 줄어듭니다. 선택을 줄이는 것은 게으름이 아니라 지혜입니다. 모든 것을 알아보려는 욕심을 내려놓아야 중요한 것을 제대로 볼 수 있습니다.
혼자 짊어질 필요도 없습니다. 미국에는 SHIP(주 건강보험 지원 프로그램)처럼 메디케어 상담을 무료로 해 주는 기관이 있습니다. 자녀나 믿을 만한 사람과 함께 기준을 정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좋은 결정은 대개 혼자 오래 고민한 끝이 아니라, 기준을 분명히 세운 뒤에 나옵니다.
삶의 많은 선택이 그렇습니다. 선택지가 많아질수록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정보가 아니라, 무엇이 내게 중요한지 아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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