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의 문턱에서 — 결국 곁에 남는 사람
어느 날 문득 내가 걸어온 길을 뒤돌아보게 된다.
젊었을 때는 앞만 보고 살았다.
먹고사는 일에 바빴고, 가족을 책임져야 했고, 조금이라도 더 나은 내일을 만들기 위해 쉬지 않고 달렸다. 그때는 사람을 만나는 일도 많았고, 웃으며 지내는 친구도 적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의 나이가 되어 지나온 길을 돌아보니 생각이 조금 달라진다.
사람을 많이 아는 것과 마음을 나눌 사람이 있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었다.
함께 웃고 식사하고 이야기를 나누던 사람들도 세월이 흐르면서 하나둘 멀어졌다. 이사를 간 사람도 있고, 건강 때문에 만나기 어려워진 사람도 있고, 아무런 다툼도 없이 자연스럽게 연락이 끊긴 사람도 있다.
나도 그랬다.
살다 보면 서로에게 서운한 일이 생기고, 마음을 다 보여주지 못한 채 관계가 끝나기도 한다. 그때는 상대를 탓하기도 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나 역시 완벽한 사람이 아니었다.
돌아보면 내가 놓친 것은 사람이 아니라 마음을 나눌 기회였는지도 모른다.
이제는 누가 나를 얼마나 자주 찾아오는가보다, 만났을 때 마음이 편안한 사람이 누구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말이 많지 않아도 어색하지 않고, 오랜만에 만나도 지난 세월을 설명할 필요가 없는 사람. 그런 사람이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노년의 삶은 크게 외롭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관계를 억지로 붙잡지 않으려 한다.
떠날 사람은 보내주고, 남아 있는 사람에게는 조금 더 잘하려 한다. 내가 먼저 안부를 묻고, 고맙다는 말을 아끼지 않으려 한다. 나 역시 누군가에게 편안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도 늦게나마 배웠다.
황혼의 나이가 되어 깨닫는다.
인생의 마지막에 필요한 것은 많은 사람이 아니다.
내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 하나, 내 침묵을 불편해하지 않을 사람 하나, 그리고 내가 힘들 때 조용히 곁에 있어 줄 사람 하나면 충분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런 사람을 기다리기 전에 먼저 생각한다.
“나는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었는가.”
어쩌면 노년의 외로움을 이겨내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좋은 사람을 찾는 것이 아니라, 내 곁에 남아 있는 사람에게 내가 먼저 좋은 사람이 되어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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