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4일 토요일

서로 고마워서 사는 나이

 


옛말에 부부는 "예순 줄은 서로 고마워서 살고, 일흔 줄은 등 긁어주는 맛에 산다"고 했습니다. 여든이 넘어 이 말을 다시 읽으니, 그 뒤에 한 줄이 더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여든 줄은 "곁에 있어 주어서 산다"고요.

요즘 친구들을 만나면 이야기의 절반은 건강입니다. 누구는 요양원에 들어갔다 하고, 누구는 상처하고 혼자 되었다 합니다. 예전에는 자식 자랑이나 지난 시절의 무용담이 오가던 자리에서 이제는 어디가 아프고 무슨 약을 먹는지, 누가 어떻게 되었는지가 안부가 되었습니다. 우스갯소리로 시작해도 끝에는 잠깐 말이 끊기고 서로 찻잔만 들여다보게 됩니다.

저희 부부도 다르지 않습니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18홀을 무난히 돌던 아내가 이제는 9홀도 힘겨워합니다. 여러 검사를 해보아도 이상이 없다는데 밤이면 아파합니다. 곁에서 지켜보며 만감이 교차합니다. 안타깝고 답답하며, 한편으로는 우리에게도 그 시간이 왔구나 싶어 마음이 숙연해집니다.

옛말에 부부는 "예순 줄은 서로 고마워서 살고, 일흔 줄은 등 긁어주는 맛에 산다"고 했습니다. 이 나이에 이르러 보니 그 말이 과장이 아닙니다. 젊어서는 사랑이 뜨거워야 하는 줄 알았지만, 지금의 사랑은 "약 챙겨 먹었어?" 한마디이고 밤새 뒤척이는 사람 곁에서 같이 깨어 있어 주는 일입니다. 낯선 땅에서 맨손으로 시작해 오늘까지 함께 온 사람이 아직 옆에 있다는 것, 그것이 얼마나 큰 선물인지 이제야 압니다.

그래서 요즘은 이런 생각을 합니다. 잃고 나서야 소중함을 알게 되는 것은 이미 늦은 일이라고요. 얻으려는 마음은 끝이 없지만 지키려는 마음은 오늘 당장 할 수 있습니다. 같은 식탁에서 밥을 먹고, 같이 걷고, 쑥스러워도 "고맙소" 한마디를 건네는 것입니다. 마음속에만 두면 끝내 전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남은 날이 얼마인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래서 날수를 헤아리기보다 오늘을 어떻게 보낼지를 생각하려 합니다. 어제는 추억으로 두고, 내일은 기대로 남겨 두고, 오늘을 온전히 사랑하겠습니다. 아내가 아픈 날에는 곁에서 지키고, 조금 나은 날에는 가까운 공원이라도 천천히 함께 걷고, 맛있는 것을 먹고, 커피 한 잔의 여유도 누리려 합니다. 18홀이 9홀이 되고 9홀이 산책이 되더라도, 함께 걷는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욕심을 비우는 연습은 결국 이런 것인가 봅니다. 예전의 모습을 붙들고 아쉬워하기보다 지금 주어진 모습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즐거움과 고마움을 찾는 일입니다. 인생은 거창하게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작은 습관과 작은 기쁨을 조용히 지켜 나가는 일이라고 믿습니다.

오늘도 눈을 떴고, 아내가 곁에 있고, 두 다리로 걸을 수 있습니다. 이만하면 하루를 즐겁고 알차게 보낼 이유로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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