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10일 토요일

「85세의 문턱에서 — 내가 생각하는 진짜 상팔자」



 젊었을 때는 돈이 많고, 자식이 잘되고, 남들에게 부러움을 받으면 팔자가 좋은 줄 알았다. 나 역시 그런 기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살아왔다.

그러나 85세의 문턱에 서니 생각이 달라진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재산이나 자식의 성공보다 내 하루를 내 뜻대로 살아갈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해졌다.

첫째, 돌아갈 내 집이 있다는 것.

크고 좋은 집이 아니어도 좋다. 내 물건이 제자리에 있고,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쉬었다 일어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은 노년의 큰 복이다. 다만 집을 지키는 일도 건강과 형편에 맞아야 한다. 집의 크기보다 그 안에서 누리는 마음의 평안이 중요하다.

둘째, 생활을 지탱할 수입이 있다는 것.

연금이 들어오고, 병원비와 생활비를 감당하며, 가끔 먹고 싶은 것을 사 먹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든든하다. 자식에게 도움을 주는 마음은 귀하지만, 내 노후를 희생하면서까지 베풀 필요는 없다. 자식에게 짐이 되지 않으려면 먼저 내 생활을 지킬 수 있어야 한다.

셋째, 혼자 있는 시간을 견딜 수 있다는 것.

나이가 들면 만나는 사람은 줄고, 연락이 뜸해지는 친구도 생긴다. 그렇다고 찾아오는 사람이 없다고 내 삶까지 초라해지는 것은 아니다.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창밖의 계절을 바라보며 조용히 하루를 보낼 수 있다면 혼자 있는 시간도 나름의 평화가 된다. 물론 외로움을 참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마음을 나눌 사람 한 명이 있다는 것 또한 큰 복이다.

넷째, 돈을 모으는 것만큼 잘 쓰는 것.

평생 아끼고 모으느라 정작 자신을 위해 쓰지 못했다면 그것도 아쉬운 일이다. 형편이 허락하는 범위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가까운 사람에게 밥 한 끼 대접하고, 필요한 곳에 마음을 나누는 것. 그렇다고 재산을 서둘러 자식에게 넘기거나 남김없이 쓰고 가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내 노후에 필요한 몫을 지키면서 기쁘게 쓰는 것이 현명하다.

다섯째, 내 몸이 허락하는 만큼 움직일 수 있다는 것.

아침에 눈을 뜨고, 두 발로 일어나 화장실에 가고, 내 손으로 밥을 먹고, 집 앞을 천천히 걸을 수 있다면 그것은 결코 작은 일이 아니다. 예전에는 당연하게 여겼던 일들이 이제는 감사할 일이 되었다. 건강이 완전하지 않아도 남아 있는 기능을 지키며 하루를 살아가는 것, 그것이 노년의 현실적인 행복이다.

돌이켜보면 인생의 복은 남보다 더 많이 가진 데만 있지 않았다. 내가 가진 것을 지킬 수 있고, 부족한 것은 받아들이며, 남은 시간을 불안과 욕심으로만 채우지 않는 데에도 복이 있었다.

이제는 남에게 잘 산 인생이라는 말을 듣기 위해 애쓰고 싶지 않다. 아침에 일어나 따뜻한 밥을 먹고, 몸이 허락하면 한 바퀴 걷고, 저녁에는 편안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 수 있으면 좋겠다.

85세의 문턱에서 내가 생각하는 진짜 상팔자는 부자가 되는 것도, 오래 사는 것만도 아니다. 내 삶의 주도권을 가능한 한 오래 지키면서, 오늘 하루를 큰 걱정 없이 마무리할 수 있는 것. 그것이 내가 뒤늦게 깨달은 노년의 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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