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팔십을 넘기고 보니 이런저런 관심사가 하나둘 줄어들고, 마지막에 남는 것은 건강 하나입니다. 젊어서는 일이 먼저였고 자식 걱정, 살림 걱정이 앞섰습니다. 이제는 아침에 눈을 떠서 몸이 가뿐한지, 밤에 잠을 잘 잤는지가 하루의 첫 안부가 되었습니다. 뭐니 뭐니 해도 건강이 으뜸이라는 말을 오래 살아서야 비로소 온몸으로 알게 됩니다.
건강의 기둥으로 흔히 스트레스, 음식, 운동 세 가지를 꼽습니다. 우리 나이에 이 세 가지는 젊은 시절과 조금 다른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마음의 평온
우리 나이의 스트레스는 일에서 오지 않습니다. 오히려 할 일이 없어서, 보고 싶은 사람이 하나둘 곁을 떠나서, 몸이 예전 같지 않아서 찾아오는 쓸쓸함이 더 큽니다. 이럴 때 걱정을 억지로 없애려 하면 오히려 더 붙잡히기 마련입니다. 저는 걱정과 싸우기보다 걱정이 머물 틈을 줄이는 쪽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아침에 일어나 같은 시간에 하루를 시작하고, 전화 한 통으로 안부를 묻고, 동네 사람과 인사를 나누고, 하루에 한 번은 소리 내어 웃어 보는 것입니다. 이 작은 일상들이 약보다 낫다는 것을 이 나이에 배웁니다.
먹는 즐거움과 지혜
젊어서는 살을 빼려고 덜 먹는 것이 건강이었지만, 우리 나이에는 거꾸로입니다. 입맛이 줄고 씹는 힘이 약해져 자칫 끼니를 거르기 쉬운데, 그러다 보면 근육이 빠지고 기운이 떨어집니다. 그래서 이제는 "잘 챙겨 먹는 것"이 보약입니다. 생선, 두부, 달걀 같은 단백질을 끼니마다 조금씩 올리고, 채소와 과일을 곁들이고, 물을 자주 마시고, 음식은 싱겁게 먹습니다.
움직이는 몸
"걸을 수 있을 때까지가 내 나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걷기는 가장 쉽고 가장 값진 운동입니다. 여기에 일주일에 두세 번, 의자에서 일어났다 앉기나 가벼운 아령 들기, 한 발로 서 보기를 더하면 낙상을 막는 데 큰 힘이 됩니다. 우리 나이에 넘어지는 것은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인생의 흐름을 바꾸는 일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니 무리하지 않되 멈추지 않는 것이 요령입니다. 오늘 못 한 운동을 자책하기보다, 내일 다시 신발 끈을 매는 마음이 더 중요합니다.
셋은 하나입니다
살아 보니 이 세 가지는 따로 떨어져 있지 않았습니다. 걸으면 잠이 잘 오고, 잠을 잘 자면 마음이 평온하고, 마음이 편하면 밥맛이 돕니다. 밥을 잘 먹으면 다시 몸에 힘이 붙어 걷고 싶어집니다. 하나만 잘 붙들어도 나머지가 따라오니, 모든 것을 잘하려고 애쓸 필요는 없습니다. 오늘 할 수 있는 한 가지, 산책 한 번이나 밥 한 끼, 웃음 한 번이면 충분합니다.
맺으며
이제 우리에게 건강은 오래 살기 위한 수단이 아닙니다. 남은 하루하루를 내 발로 걷고, 내 입으로 맛있게 먹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웃으며 보내기 위한 조건입니다. 거창한 계획은 필요 없습니다. 오늘 아침 가볍게 걸었고, 한 끼 잘 챙겨 먹었고, 마음 편히 웃었다면 그날은 건강하게 잘 산 하루입니다. 그런 하루가 쌓여 우리의 황혼을 따뜻하게 물들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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