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은 가을을 맞아 최승자 시인의 시 '20년 후에, 지(芝)에게'서 가져온 문안으로 광화문글판을 새단장했다고 1일 밝혔다.
이번 문안은 삶이 고단하고 지치더라도 하루하루 성실하게 살아가다 보면 아름다운 결실을 보게 된다는 의미를 담았다. 희망을 잃지 않고 서로 응원하며 살아가자는 응원의 메시지도 전한다.
아슬아슬하게 아름다운 하루
우리는 내일을 약속하며 살지만, 내일이 주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아침이면 당연하다는 듯 눈을 뜨고, 밥을 먹고, 사람을 만나고, 저녁이면 집으로 돌아온다. 그 평범한 하루가 내일도 이어질 것이라고 믿지만, 삶은 생각보다 얇은 줄 위에 놓여 있다. 어제까지 건강하던 사람이 오늘 병원에 누울 수 있고, 아침에 웃으며 헤어진 사람이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자주 잊는다. 숨 쉬는 것도, 걷는 것도, 사랑하는 사람의 목소리를 듣는 것도 당연하게 여긴다. 삶의 소중한 것들은 대부분 '당연함'이라는 이름 뒤에 숨어 있다. 나이가 들면서 조금씩 알게 되었다. 잘 걷는 하루가 축복이고, 맛있게 밥 먹는 일이 행복이며, 전화할 사람이 있다는 것이 감사한 일임을.
"잘 지내지?" 하고 물을 수 있고, "밥은 먹었어?" 하고 물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그 사소한 안부 속에 삶의 아름다움이 있었다.
젊을 때는 높은 곳에 올라가야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살아 보니 아름다움은 정상에만 있지 않았다. 넘어질 뻔하고도 다시 일어선 순간, 견디기 어려웠지만 끝내 견뎌낸 시간,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고도 다시 밥을 먹고 길을 걷고 누군가에게 웃어 준 날들. 그런 날들이 모여 한 사람의 인생이 된다.
삶은 완벽해서가 아니라 깨질 수 있어서 아름다운지도 모른다. 꽃은 언젠가 지기 때문에, 노을은 곧 사라지기 때문에, 사람은 영원히 머물 수 없기 때문에 아름답다. 끝이 있다는 사실이 지금을 빛나게 한다.
수없이 많은 우연과 인연을 지나 오늘 여기까지 왔다. 그 모든 고비를 넘어 지금 내가 서 있다는 것만으로도 삶은 충분히 신비롭다. 광화문 글판의 "이상하지."라는 첫마디가 이제야 조금 이해된다. 이토록 약한 존재가 수십 년을 견뎌 왔다는 것이, 많은 이별을 겪고도 다시 사랑한다는 것이, 끝을 알면서도 오늘 꽃을 보고 아름답다고 말한다는 것이 참 이상하고도 아름답다.
살아 있다는 것은 떨어지지 않으려고 줄을 붙잡는 일이 아니라, 아슬아슬한 줄 위에서도 풍경을 바라볼 줄 아는 일인지 모른다.
그러니 이제는 남은 날의 길이보다 오늘 하루의 깊이를 생각하며 살고 싶다. 보고 싶은 사람은 만나고, 고맙다는 말은 미루지 않고, 좋은 풍경 앞에서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사랑한다는 말도 아끼지 않으면서.
오늘 아침에도 눈을 떴다. 창밖으로 햇살이 들어오고, 나는 다시 하루를 시작한다. 생각해 보니 이것만으로도 꽤 놀라운 일이다. 아니, 참 아슬아슬하게 아름다운 일이다. (내용이 좋아 옮긴 글)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