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드는 일은 막을 수 없습니다. 거울 속 얼굴이 달라지고, 계단 앞에서 한 번 더 숨을 고르게 되고, 어제 들은 이름이 오늘은 입가에서 맴돌기도 합니다. 이런 변화를 부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늙는 것과 낡는 것은 다릅니다. 늙음은 시간이 하는 일이고, 낡음은 마음이 멈출 때 시작되는 일입니다.
『장자』에는 공자가 여량 폭포를 지나다 급류에 뛰어든 사내를 보고 놀라 달려갔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사내는 멀쩡히 헤엄쳐 나와 이렇게 말합니다. 물이 빨아들이면 따라 들어가고, 솟구치면 따라 솟을 뿐, 따로 힘을 쓰려 하지 않는다고요. 이 이야기를 가만히 있으라는 뜻으로 읽을 필요는 없습니다. 사내는 물을 이기려 하지 않았을 뿐, 평생 물과 함께 살며 몸으로 익힌 사람이었습니다. 순응은 포기가 아니라 오랜 연습 끝에 얻는 기술입니다.
그러니 노년의 지혜는 내려놓을 것과 붙잡을 것을 가려내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젊은 날의 속도, 체면, 이겨야 한다는 마음, 내 방식이 옳다는 확신은 내려놓아도 좋습니다. 반대로 매일 걷는 일, 약속 시간에 맞춰 사람을 만나는 일, 새로운 것을 궁금해하는 마음은 끝까지 붙잡아야 합니다. 몸은 쓰지 않으면 더 빨리 굳고, 마음은 닫아 두면 더 빨리 좁아집니다.
사람이 나이 들며 가장 경계할 것은 고집이라고 느낍니다. 지난 이야기만 되풀이하고, 상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가르치려 들고, 사소한 일에 불쑥 화를 내는 모습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습니다. 그래서 더욱 듣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말을 줄이고 끝까지 들어 주는 어른은 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 주변을 편안하게 합니다.
물론 두려움이 없다고는 못 하겠습니다. 가을바람에 낙엽이 구르는 소리가 유난히 가슴에 닿는 날이 있습니다. 그 쓸쓸함을 억지로 밀어내지 않고 "그럴 때도 있지" 하고 받아들이면, 쓸쓸함은 어느새 차분함으로 바뀌곤 합니다. 늦가을은 쇠락의 계절이기도 하지만, 열매가 익고 하늘이 가장 맑아지는 계절이기도 합니다.
생업에 쫓기던 시간에서 벗어나 비로소 계절의 흐름을 느끼고, 곁의 사람을 바라보고, 지나온 날을 차분히 헤아릴 수 있게 된 것. 이것이 나이 듦이 주는 선물일 것입니다. 곱게 늙는다는 것은 곱게 꾸미는 일이 아니라, 살아온 대로 정직하게 익어 가는 일입니다.
꽃은 지면 다시 피지만 지나간 청춘은 돌아오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오늘이 덜 소중해지지는 않습니다. 물살을 거스르지도, 그렇다고 휩쓸려 가지도 않으면서, 내 몫의 걸음을 계속 내딛는 것. 그것이 제가 생각하는 현실적이고 단단한 노년의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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