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17일 토요일

느려도 괜찮습니다, 배움은 계속되니까

 

저는 컴퓨터를 몇 년 배웠지만 끝내 잘하게 되지는 못했습니다. 변하는 속도가 너무 빨라서, 하나 익히면 또 새로운 것이 나와 있었거든요. 지금도 타자는 두 손가락으로 칩니다. 제대로 배운 적이 없으니까요.

영어도 그렇습니다. 미국에서 55년을 살았고 일할 때 쓰는 영어는잘 하지는 못해도 살아가는 데는 큰 불편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일상의 영어는 또 다른 세계더군요. 은퇴하고 커뮤니티 칼리지 영어 수업을 6개월 들었고, 지금도 꾸준히 공부하지만 솔직히 실력은 그저 그렇습니다. 느리게, 아주 느리게 늡니다.

그런데도 왜 계속하느냐고 물으신다면, 저는 이렇게 답합니다.

첫째, 배움은 결과보다 과정이 즐겁기 때문입니다. 젊어서의 공부는 밥벌이와 자리를 얻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지금은 시험도 승진도 없으니 잘하든 못하든 부담이 없습니다. 오늘 모르던 단어 하나를 알게 되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둘째, 스스로 깨우친 것은 쉽게 흔들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남이 알려 준 지식은 금방 잊혀도, 애써 몸으로 익힌 것은 오래 남습니다. 더디게 얻은 것이라 더 제 것이 됩니다.

셋째, 배우는 동안 마음이 살아 있기 때문입니다. 나이가 들면 체력은 줄어도 정신이 맑으면 무너지지 않습니다. 저는 노년을 지켜 주는 것으로 건강, 배움, 취미, 친구, 마음의 평화를 꼽는데, 그중 배움은 나이와 상관없이 오늘도 시작할 수 있는 일입니다.

잘하면 만족하되 자랑하지 말고, 못하면 더 노력하되 부끄러워하지 않으면 됩니다. 두 손가락 타자로 한 줄 한 줄 쓰는 이 글도 그렇게 쓰고 있습니다. 세월에 쫓기지 않고 나란히 걸어가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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