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5일 월요일

잔소리의 가치를 다시 생각하며

 


지적이 사라진 시대

요즘은 누구도 남을 쉽게 지적하지 않는다. 자칫 간섭으로 보일 수 있고, 꼰대라는 말을 들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상대를 존중한다는 명분 아래 서로의 삶에 적당한 거리를 두려 한다. 그러나 문득 생각해 보면, 우리가 잃어버린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건전한 지적과 충고가 아닐까 싶다.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완성된 존재가 아니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타인과 어떤 거리를 유지해야 하는지를 배워야 한다. 과거에는 그 역할을 부모와 가족, 이웃과 공동체가 맡았다. 때로는 잔소리로, 때로는 꾸중으로, 때로는 따뜻한 충고로 사람을 다듬어 갔다. 당시에는 귀에 거슬렸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 말들 속에 삶의 경험과 질서가 담겨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

그런데 오늘날은 상황이 달라졌다. 부모는 자녀의 인격 형성보다 성적과 경쟁력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학교는 인성보다 성취를 중시한다. 사회는 성장과 성공을 이야기하지만 성숙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적게 이야기한다. 덕분에 많은 것을 배웠지만 정작 자신을 돌아보는 훈련은 부족해진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특히 디지털 시대에는 누구나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분명 긍정적인 변화다. 하지만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능력만큼 다른 사람의 비판을 받아들이는 능력도 중요하다. 듣기 좋은 말만 듣다 보면 자신의 한계를 발견할 기회를 잃게 된다. 성장의 출발점은 칭찬이 아니라 부족함을 인정하는 데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돌이켜보면 인생에서 도움이 되었던 사람들은 늘 나를 칭찬한 사람들이 아니었다. 때로는 불편한 진실을 말해 주고, 내가 놓친 부분을 지적해 주고,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을 때 멈춰 세워 준 사람들이었다. 당시에는 서운했지만 시간이 흐른 뒤에는 그 말들이 오히려 고마움으로 남는다.

물론 모든 잔소리가 가치 있는 것은 아니다. 상대를 억누르거나 상처 주기 위한 말은 충고가 아니라 폭력에 가깝다. 그러나 진심 어린 지적은 다르다. 그것은 상대를 바꾸려는 욕심이 아니라 더 나은 방향을 바라보는 관심에서 비롯된다.

어쩌면 오늘날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자유가 아니라 피드백일지도 모른다. 개성과 권리는 충분히 강조되고 있다. 그러나 인간은 혼자서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어렵다. 누군가의 조언과 지적이 있을 때 비로소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나이가 들수록 잔소리를 듣는 일은 줄어든다. 부모도 떠나고, 친구들도 굳이 말하지 않는다. 그래서 노년으로 갈수록 오히려 자신을 돌아보는 일이 더욱 중요해진다. 젊은 시절에는 듣기 싫었던 잔소리가 사실은 나를 붙들어 주던 울타리였음을 뒤늦게 깨닫게 되는 것이다.

인생은 칭찬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때로는 불편한 말 한마디가 삶의 방향을 바꾸고, 따끔한 지적 하나가 사람을 성장시킨다. 그래서 지적과 잔소리의 진정한 가치는 상대를 불편하게 만드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사람으로 살아가도록 돕는 데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알아서 잘하는 시대'일수록 우리에게는 나를 다듬어줄 타인의 시선과 거울이 필요하다. 부모의 따뜻한 잔소리든, 동료의 날카로운 피드백이든, 누군가 나에게 건네는 지적의 소리에 귀를 기울일 때 비로소 우리는 모난 구석을 깎아내고 모범적인 사회적 존재로 끊임없이 다듬어질 수 있다.

세상이 아무리 달라져도 사람답게 사는 데 필요한 기본까지 달라질 수는 없다.
시대는 변해도 예의와 책임, 배려와 양심은 여전히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마지막 기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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