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 밤이 길어진다. 예전에는 베개에 머리만 대면 잠이 들었는데, 이제는 불을 끄고 누워도 이런저런 생각이 쉽게 떠나지 않는다. 몸이 보내는 작은 신호들, 자식들에 대한 걱정, 지나온 세월의 아쉬움까지. 밤은 낮 동안 미뤄 두었던 생각들이 하나둘 찾아오는 시간인가 보다.
살다 보니 한 가지 깨닫게 된다. 잠들기 전 어떤 마음을 품느냐에 따라 아침을 맞는 마음도 조금씩 달라진다는 사실이다. 걱정을 안고 잠들면 아침에도 걱정이 따라오고, 고마운 마음을 품고 잠들면 눈을 뜨는 순간이 조금은 가벼워진다.
물론 마음을 바꾼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아픈 곳이 저절로 낫는 것도 아니고, 걱정거리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해결할 수 없는 일을 밤새 붙들고 있다고 달라지는 것도 별로 없다. 그렇다면 하루의 끝에서만큼은 무거운 마음을 잠시 내려놓아도 좋지 않을까.
그래서 잠자리에 들면 오 분 동안 그날 고마웠던 일을 떠올려 본다. 따뜻하게 먹은 밥 한 끼, 안부를 물어 준 전화 한 통, 내 두 발로 걸을 수 있었던 일, 큰 탈 없이 하루를 마무리한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젊을 때는 더 많이 얻고 더 멀리 가는 것이 중요했다.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평범한 하루를 무사히 보내는 일이 얼마나 귀한지 알게 된다. 건강도, 곁에 있는 사람도 영원하지 않다. 오늘 누린 작은 평안이 내일도 주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감사란 모든 것을 가진 사람이 누리는 사치가 아니다. 부족한 것 속에서도 내게 남아 있는 것을 알아보는 마음이다. 걱정이 없는 삶이 아니라, 걱정 속에서도 고마운 것 하나를 발견하는 삶이다.
살아온 날이 길어질수록 남은 아침 하나하나가 소중해진다. 오늘 해결하지 못한 일은 내일의 몫으로 남겨 두자. 그리고 잠들기 전 마지막 오 분, 오늘 내게 주어진 것 중 고마운 일 하나를 조용히 떠올려 보자.
인생은 모든 걱정을 해결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끝내 풀지 못한 일도, 이루지 못한 꿈도 남기 마련이다. 그래도 오늘 하루를 무사히 살았다면 감사할 이유는 충분하다.
오늘은 감사로 마무리하고, 내일은 내일의 몫으로 남겨 두자. 살아온 날을 바꿀 수는 없어도, 오늘 밤 마음을 내려놓는 일은 아직 우리에게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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