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살면서 성공보다 실패를 훨씬 많이 경험한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성장하고 어려운 문제를 풀기 위해 수없이 부딪히면서 발전하는 것이 삶이다.
비싼 수업료로 배운 것, 그리고 남은 날들을 위한 준비
새 물건을 사면 설명서가 들어 있습니다. 그런데 인생에는 처음부터 주어지는 설명서가 없습니다. 이민자의 삶은 더욱 그렇습니다.
낯선 땅에서 금융도, 부동산도, 사업도 아는 것 없이 시작했습니다. 물어볼 선배도, 길을 일러 줄 멘토도 없었습니다. 그저 부딪쳐 보고,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며 배웠습니다. 돌아보면 모르는 채로 너무 서둘렀던 일이 많았습니다. 조금만 더 알았더라면, 조금만 더 기다렸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왜 없겠습니까.
그러나 황혼에 서서 돌아보니, 그것은 제가 치른 비싼 수업료였습니다. 학교에서 배웠다면 얼마 들지 않았을 공부를 인생의 현장에서 배우다 보니 값이 비쌌을 뿐입니다. 성공이 점수를 알려 주는 성적표라면, 실패는 어디가 틀렸는지 짚어 주는 해설집입니다. 성적표만 모아서는 실력이 늘지 않고, 해설을 읽어야 다음 문제를 풉니다.
다만 실패가 저절로 설명서가 되지는 않습니다. "운이 나빴다", "그 사람 때문이다" 하고 덮어 버리면 같은 자리에서 같은 실수를 되풀이할 뿐입니다. 무엇이 문제였는지, 내가 무엇을 놓쳤는지, 다음에는 어떻게 하겠는지를 스스로 묻고 그 답을 내 것으로 만들 때 비로소 경험이 됩니다. 그렇게 제 돈과 제 시간을 치르고 깨달은 것은 몸에 남아 쉽게 흔들리지 않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크게 서두르지 않습니다. 솔깃한 이야기 앞에서도 한 번 멈추고, 지킬 것을 먼저 생각하고, 최악의 경우에도 버틸 여유가 있는지 따져 봅니다. 젊은 날의 실수가 가르쳐 준 습관입니다.
그런데 황혼에는 이전에 겪어 보지 못한 새 과목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병원, 간병, 요양원처럼 살아오며 한 번도 배운 적 없는 일들입니다. 이번에도 아무것도 모르고 부딪치면 또 비싼 수업료를 내게 될 것입니다. 이번 수업료는 돈이 아니라 건강과 가족의 마음으로 치러야 할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달리하려고 합니다. 미리 알아보고, 먼저 겪은 분들께 묻고, 가족과 충분히 의논하며, 급하게 결정하지 않겠습니다. 지난날 멘토 없이 걸었던 길을 이번에는 혼자 걷지 않겠습니다.
바람이 있다면 부부가 함께 탈 없이 지내며 자식들에게 짐이 되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나 세상일이 어디 제 뜻대로만 되던가요. 그래서 제 몫만 하려 합니다. 할 수 있는 준비는 미리 해 두고, 나머지는 순리에 맡기겠습니다. 바란다고 다 되지는 않지만, 준비한 사람은 어떤 일 앞에서도 덜 흔들립니다.
앞으로 얼마나 더 살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미 치른 수업료가 헛되지 않으려면, 그 배움을 이 마지막 과목에 써야 할 것입니다. 실패가 가르쳐 준 설명서를 이제는 더 현명하게 펼쳐 읽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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