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도 인생도 뿌린 만큼 거둔다는 말을 저는 지금도 믿습니다. 다만 지금까 살아 보니, 이 말을 곱씹을수록, 젊을 때는 보이지 않던 깊은 뜻이 보입니다."
처음 미국에 와서 저는 가진 것이 없었습니다. 영어는 서툴렀고, 약사 자격에 모자란 학점은 주말 수업으로 채워야 했습니다. 강의를 녹음기에 담아 두고 출퇴근길에 돌려 듣고 또 들었습니다. 뉴욕에 살면서도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한 번 올라가 보지 못했습니다. 그때 뿌린 것은 거창한 씨앗이 아니라 하루하루의 성실이었습니다. 그것이 면허가 되고, 병원 일자리가 되고, 정년까지 이어진 직장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정직하게 말하면, 거둔 것이 뿌린 것과 꼭 같지는 않았습니다. 시험에 붙은 것은 제 노력 덕이지만, 좋은 사람을 만나 기회를 얻은 것은 운이었습니다. 저는 지금도 제가 받은 것이 제 몫보다 크다고 느낍니다. 반대로, 열심히 뿌렸는데 거두지 못한 사람도 많이 보았습니다. 그러니 "뿌린 만큼 거둔다"는 말은 "뿌리면 반드시 그만큼 돌려받는다"는 약속이 아닙니다. 뿌리지 않으면 거둘 것이 없다는 경고로 읽어야 맞습니다. 씨를 뿌리는 것은 내 몫이고, 비와 햇볕은 내 몫이 아닙니다.
여기서 현실에 맞는 지혜가 몇 가지 나옵니다.
첫째, 무엇을 뿌리는지가 중요합니다. 요즘 사람들은 부자의 집과 차는 부러워하면서, 그 뒤의 오랜 고생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거두는 모습만 보지 말고 뿌린 노력을 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실패했을 때는 왜 실패했는지, 성공했을 때는 왜 성공했는지를 스스로 따져 보아야 합니다. 그렇게 얻은 경험이라야 다음 해의 씨앗이 됩니다.
둘째, 사람에게 뿌린 것은 가장 늦게 돌아옵니다. 돈과 달리 정성은 장부에 적히지 않고, 돌려받으려고 뿌리면 오히려 서운함만 남습니다. 그래도 신용과 염치, 작은 친절은 시간이 지나면 이름으로 남습니다. 저는 나이가 들수록 많은 사람을 남기는 삶보다 좋은 사람을 남기는 삶, 그리고 떠나기 전에 내가 먼저 좋은 사람이 되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셋째, 노년에는 거두는 일보다 지키는 일이 먼저입니다. 젊어서는 더 뿌리고 더 거두는 것이 맞지만, 인생의 황혼에는 이미 거둔 것을 잘 지키는 것이 지혜입니다. 건강, 배움, 취미, 친구, 마음의 평안이 그렇습니다. 이것들도 하루하루 뿌려 온 결과입니다. 오늘 걷고, 오늘 배우고, 오늘 안부를 묻는 사람이 내일도 그것을 누립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있습니다. 뿌린 사람이 반드시 거두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뿌린 것을 자식과 손주가, 이웃이 대신 거두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더 이상 "내가 얼마나 거두었나"를 헤아리지 않습니다. "오늘 무엇을 뿌렸나"만 생각합니다. 오늘이야말로 어제 세상을 떠난 이들이 그토록 살고 싶어 했던 날이니까요.
뿌린 만큼 거두는 것이 장사이고 인생이라는 말은 결국 같은 뜻입니다. 오늘 뿌리는 일을 멈추지 말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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