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수록 모든 사람에게 이해받으려 애쓰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 알게 된다. 오랜 이민 생활을 하면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부딪치며 살아왔지만, 세상에는 내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도 있고 아무리 설명해도 이해하려 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을 배웠다.
젊었을 때는 억울한 말을 들으면 해명하고 싶었고, 나를 오해하는 사람이 있으면 어떻게든 풀어 보려고 애썼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모든 오해를 풀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모든 사람에게 좋은 평가를 받을 수도 없다. 때로는 아무 말 없이 지나가는 것이 자신을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살다 보면 사소한 일을 크게 만들고, 남의 약점을 들추며, 근거 없이 비난하는 사람도 만난다. 그런 사람의 말 한마디를 붙잡고 밤잠을 설치거나 며칠씩 마음을 쓰다 보면 결국 손해를 보는 것은 나 자신이다. 상대방은 아무렇지도 않게 잊어버린 일을 나 혼자 오래 끌어안고 살아갈 이유가 있을까.
그렇다고 무조건 참거나 부당한 대우를 받아들이라는 뜻은 아니다. 필요한 경우에는 차분하게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모욕이나 괴롭힘이 반복된다면 거리를 두거나 주변의 도움을 구해야 한다. 모든 싸움에 뛰어들 필요는 없지만, 자신의 존엄까지 포기할 필요도 없다.
이럴 때 힘이 되는 것은 내 사정을 이해하고 믿어 주는 사람들이다. 내 말을 끝까지 들어 주는 사람, 함부로 판단하지 않는 사람, 내가 어려울 때 조용히 손을 내미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곁에 있다면 세상을 살아가는 마음이 한결 든든해진다.
나이가 들면 인간관계도 달라진다. 예전처럼 많은 사람을 만나고 넓은 인맥을 유지하는 것보다 마음 편하게 안부를 나눌 수 있는 몇 사람이 더 소중해진다. 건강이 예전 같지 않고 친구들이 하나둘 떠나거나 만남이 뜸해지는 시기에는 더욱 그렇다.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많은 사람의 박수보다 서로의 형편을 헤아려 주는 따뜻한 마음인지도 모른다.
나 역시 남에게 이해받기를 바라기 전에 다른 사람을 얼마나 이해하며 살아왔는지 돌아보게 된다. 내 편이 되어 주는 사람이 귀하다면 나도 누군가의 편이 되어 주어야 한다. 남의 잘못을 쉽게 이야기하기보다 사정을 한 번 더 살피고, 누군가 부당한 비난을 받을 때는 모른 척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제 남은 인생에서 굳이 모든 사람과 잘 지내려고 애쓰지는 않으려 한다. 나를 소모시키는 관계에는 적당한 거리를 두고, 서로 존중하고 믿을 수 있는 사람들과 시간을 나누며 살고 싶다. 그것이 노년의 마음을 지키는 현실적인 지혜라고 생각한다.
돌아보면 인생을 든든하게 해 주는 것은 나를 부러워하는 사람이 아니라 나를 이해하는 사람이다. 남은 세월만큼은 누구에게 인정받으려 애쓰기보다 서로의 편이 되어 주는 사람들과 조용히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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