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7일 화요일

사고 싶은 것과 필요한 것 사이에서

 


힘든 하루를 보낸 날, 우리는 무언가로 마음을 달래고 싶어집니다. 누구에게는 따뜻한 음식 한 그릇이, 누구에게는 시원한 맥주 한 잔이, 또 누구에게는 새 물건을 사는 일이 위로가 됩니다. 소비는 분명 짜릿한 즐거움을 줍니다. 그것을 부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문제는 그 즐거움이 오래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쾌락 적응(hedonic adaptation)'이라고 부릅니다. 처음에는 반갑던 물건도 며칠이 지나면 일상의 풍경이 되고, 마음은 어느새 다음 물건을 찾습니다. 같은 만족을 얻으려면 더 많이, 더 자주 사야 하고, 그러다 보면 지갑이 먼저 지칩니다.

살아온 햇수가 쌓일수록 이 이치가 더 선명하게 보입니다. 오래 살다 보면 집 안 서랍과 창고에는 한때 마음이 설렜던 물건들이 조용히 쌓여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오래 기억에 남는 것은 물건이 아니라 사람과 함께한 시간입니다. 식탁에 둘러앉아 나눈 이야기, 함께 걸은 길, 배우고 깨닫던 순간들이 그렇습니다.

그렇다고 소비를 죄악시할 일은 아닙니다. 다만 사기 전에 스스로에게 물어보면 좋겠습니다. "이것은 정말 필요해서 사는가, 지금 기분을 달래려고 사는가?" 이 질문 하나만으로도 충동은 한 박자 늦춰집니다. 같은 돈을 쓰더라도 물건보다 경험에, 나를 위한 지출보다 누군가와 나누는 지출에 쓸 때 만족이 더 오래간다고 합니다.

기분이 가라앉는 날에는 꼭 무언가를 사지 않아도 좋습니다. 산책을 하거나, 오랜 벗에게 전화를 걸거나, 좋아하는 차 한 잔을 천천히 마시는 일도 훌륭한 위로가 됩니다. 돈이 거의 들지 않는 위로가 의외로 마음 깊이 닿을 때가 많습니다.

결국 풍요로운 삶은 얼마나 많이 가졌는가보다, 가진 것에 얼마나 오래 감사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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