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1월 26일 토요일

늘 화 돋게 한다면 적당한 거리 유지하라

 **화는 내야 하나, 참아야 하나?**

화는 불교에서 세 가지 독이라고 말하는 탐진치(貪瞋痴, 욕심과 화, 어리석음) 중 하나로 깨달음을 얻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화는 지나쳐도 안 되지만 무조건 참아도 병이 된다. 화를 참되 적절하게 화낼 줄 알아야 건강한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다.

화는 왜 날까? 화는 무언가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 그리고 이를 받아들이기 어려울 때 나타나는 감정 반응이다. 자신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훼손될 때도 화가 날 수 있다.

화에는 좌절감과 함께 억울한 느낌 또는 무시당한 느낌이 동반된다. 마땅히 이뤄져야 할 일이 이뤄지지 않을 때, 부당한 대우를 받거나 존중받지 못할 때 또는 말이 안 통할 때 화가 난다.

화가 날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이런 복잡한 감정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다. 누구나 부당한 대우를 받고 받아들이기 어려울 때 화를 내는 것은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그러나 같은 일이라도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화는 덜 날 수도 있다. 스토아학파 철학자 에픽테토스(Epictetos)의 말처럼 어떤 사실 때문이 아니라 사실을 바라보는 관점 때문에 화를 내는 것일 수 있다.

공자는 《논어》에서 “남이 자신을 알아주지 않아도 화를 내지 않으면 어찌 군자가 아니겠느냐(人不知而不慍 不亦君子乎)”라고 했다. 인격 수양이 깊어지면 화낼 일, 화가 올라오는 일 자체가 줄어들 것이다.

그러나 화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일어나는 순간적 반응이라 의식적으로 조절하기가 쉽지 않다. 융도 그의 비서에게 호통을 치며 욕을 하는 투덜거림이 있더라도 절대 불쾌해하지 않아야 한다는 말을 했고, 화를 참지 못해 분노를 터뜨리고 미안해할 때가 있었다.

화를 느끼는 것은 이미 화가 난 다음이다. 화를 참으라는 말은 마음속으로도 화를 내지 말라는 뜻은 아니다. 화를 느끼되 밖으로 표현하기를 자제하라는 뜻이다.

화를 내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다. 적절하게 내는 게 어려울 뿐이다. 화를 낼 때와 참을 때를 구별하고 내더라도 적절하게 표현하는 게 필요하다.

화는 드러내야만 정당성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화나는 순간이 자신 또는 상대방의 콤플렉스를 이해하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한다. 화는 화를 내는 사람의 속마음을 여실히 드러내 준다.

화가 날 때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화가 날 때 제일 먼저 할 일은 자신이 화가 났다는 사실과 화에 수반된 감정을 인식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 언성을 높이고 흥분해 있으면서 본인은 정작 화가 난 게 아니라면서 자신이 언제 화를 냈느냐고 말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사람에 따라서는 내향적 사고형처럼 자신의 감정 상태에 둔해서 뒤늦게 화가 난 사실을 깨닫는 경우도 많다. 화가 났다는 사실과 자신의 감정 상태를 인지한 다음에는 화난 감정이 정당화될 수 있는지 생각해 본다.

우선 화가 난 게 내 문제는 아닌지, 나만의 어떤 부분(콤플렉스, 그림자)을 건드려서 과민 반응을 보이는 것은 아닌지, 같은 상황에서 남들도 나만큼 화를 낼지 생각해 본다. 좌절이 반복되면 사소한 좌절에도 과민해질 수 있다.

어려서 보살핌을 제대로 받지 못했거나 모성 콤플렉스가 있으면 사소한 욕구 좌절에도 민감해진다. 상대에게 무조건적 수용을 바라는 만큼 현실적으로 좌절을 겪게 되면서 화를 내게 된다.

아물지 않은 마음의 상처를 건드려도 아프기 마련이다. 열등감을 건드리면 발끈할 수 있다. 상대가 무시하거나 가르치려 들 때 불쾌한 이유기도 하다


화를 내면 대개 얻는 것 보다 잃는 것이 많다. 화를 냈다는 사실이 더 자존심 상하기도 한다. 화를 내도 상대는 달라지지 않고 관계만 나빠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상대가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달라질지 말지는 전적으로 상대에게 달린 일이다. 화를 내면서 가르칠 생각은 접는 게 바람직하다. 

그렇다면 상대방이 화를 내고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상대가 화난 상태라는 걸 인정하고 그 기분을 존중해 줄 필요가 있다. 기분을 존중하라는 말은 가능한 논리적으로 따지는 걸 피하라는 말이다. 

화내는 사람에게 왜 화를 내느냐고 따지는 것처럼 화나게 하는 일은 없다. 화가 난 사람은 자신의 화가 정당화되지 않을까 불안해한다. 차분하게 얘기를 들어 주면서 화난 이유를 공감해 주면 대개 화는 누그러진다. 

화를 내며 위협하거나 마음대로 조정하려 들 때 상대의 말 또는 행동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게 필요할 수 있다. 상대를 직접 비난하기보다는 상대의 말과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비칠지 생각해 보라는 말을 덧붙인다. 

상대가 말이 전혀 통하지 않고 막무가내이거나 진정성이 없는 경우라면, 내 생각은 다르다고  명확하게 말하면서 비합리적 반응에 대한 감정적 반응을 자제하고 거리를 두고 대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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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를 낼지 말지 고민하기에 앞서 마음속에 화를 누그러뜨리거나 줄일 방법은 없을까? 


화는 뜻대로 안될 때 그리고 어떻게 할 수 없을 때 난다. 세상일이 반드시 합리적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현실은 마땅히 되어야 하는 대로 되지 않는다. 당위와 현실은 차이가 있음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뜻대로 안 되는 것과 삶의 비합리적인 면 그리고 어떻게 할 수 없는 현실을 겸허하게 수용할 수 있다면 화를 줄일 수 있게 된다. 사람에 대한 기대를 낮추는 것도 화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사람의 가면 뒤 모습은 생각보다 훌륭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생각하지 못한 부도덕한 면이 숨겨져 있을 수 있다. 믿었던 사람에게서 예상과 다른 행동을 보았다면, 그 사람의 평소 보지 못했던 면을 보았을 뿐 그리 실망하고 분노할 일이 아니다. 

자신이 특별한 존재라는 생각도 접어야 한다. 자신이 스스로 생각하는 자신만큼 훌륭하지 않을 수 있다. 남달리 정의로운 사람처럼 행세하고 남들도 그렇게 보아주리라 믿고 있다가 부도덕한 사람으로 간주되면 분노가 폭발할 수 있다. 

자신 내면의 어두운 인격인 그림자를 인식하고 받아들이면 화낼 일은 줄어들게 된다. 인간이 어리석은 존재라는 사실을, 이기적인 면과 본능적 욕구에 사로잡힐 때가 있음을 인정하면 자신과 타인에게 좀 더 너그러워질 수 있다. 누구나 미숙한 면이 있고 실수도 할 수 있고 남이 알까 두렵고 부끄러운 부분이 있기 마련이다. 

도덕적 우월감과 죄책감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어느 순간 분노 표출로 이어질 수 있다. 사람들에게 인정받지 못하거나 부정적인 평가를 받을 때 화가 난다. 자신에 대한 타인의 평가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화나는 이유가 타인의 평가 때문이 아니라 그것을 받아들이는 자신의 생각 때문임을 이해해야 한다. 타인의 무시로 인해 자신이 별 볼 일 없는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타인의 평가나 시선에 너무 얽매이지 말아야 한다.

다른 사람의 평가가 옳다면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그냥 받아들이면 될 일이다. 열등한 부분이나 콤플렉스를 건드리면 발끈하게 된다. 

화를 줄이는 방법은 열등감과 콤플렉스의 존재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콤플렉스를 건드리면 당혹스럽거나 아픈 것은 어쩔 도리가 없다. 그러나 자신에게 콤플렉스가 있음을 알면 당황하고 불편할 수는 있으나 과민한 반응은 줄일 수 있게 된다. 

학벌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으면 학교 얘기만 나오면 자신을 무시한다고 오해하고 화를 낼 수 있다. 학력에 대한 열등감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학교 얘기에 불편할 수는 있으나 그렇게까지 화나지 않을 수 있다. 

말이 안 통할 때 사고방식의 차이를 이해하면 화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성격 유형에 따라 보는 관점과 사고방식이 다른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눈에 보이는 것을 중시하는 감각적 성격의 사람은 직관적인 사람이 모호하고 비현실적이라고 비판한다. 

직관적인 사람은 감각적인 사람이 겉에 보이는 것에 사로잡혀 본질을 보지 못한다고 답답해하며 결국 대화는 평행선을 달리다 화가 폭발할 수 있다. 함께 기숙사 생활을 하며 치약을 밑에서부터 짜서 쓰지 않고 중간에서 눌러 짠다고 룸메이트에게 화를 내자 뭐 그런 걸 가지고 야단이냐고 하면서 크게 다툼이 벌어지는 때도 있다. 

깔끔하게 정리 정돈하는 사람과 늘어놓고 일하는 사람 사이의 갈등도 성격 유형의 차이에 기인한다. 상대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가르치려 들거나 변화를 기대하는 것은 갈등만 증폭시킬 뿐이다. 

사람은 쉽게 달라지지 않는다. 달라질 사람은 때가 되면 스스로 알아서 달라진다. 그때까지 기다려 볼 수는 있다. 그러나 당장 설득해서 달라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 

설득이라는 명분하에 내 감정을 발산한다는 이상의 의미는 없다. 상대가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안 되어 있으면 설득은 화만 돋운다. 화를 돋우는 사람과는 가능하면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 하다. 

지나치게 무례하고 모욕적 언사를 일삼는 사람, 혼자만 옳다고 주장하고 남의 말을 듣지 않는 사람, 매사 자기 뜻대로만 하려 들고 지배하려 드는 사람, 사사건건 간섭하며 내 영역을 침범해 오는 사람, 진정성 없이 상대를 자신의 욕구 충족의 수단으로 대하는 사람들과는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화를 줄이는 최고의 방법일 수 있다. 

출처 : 마음건강 길(https://www.mindg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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