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1월 21일 월요일

스튜어디스 이야기

 


스튜어디스 이야기

대한항공 객실 승무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서OO 씨 이야기입니다.

10여 년 전 샌프란시스코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객실 승무원들이 한 차례의 서비스를 마친 후, 일부가 벙커(비행기 안에 있는 승무원들의 휴식처)로 휴식을 취하러 간 시간이었습니다.

서씨가 더 필요한 것이 없는지 객실을 한 바퀴 도는데 할머니 한 분이 계속 화장실을 들락날락거리며 어쩔 줄 몰라하고 있었습니다.

뭔가 도움이 필요할 것 같아 서씨가 다가가 여쭸습니다.

“도와드릴까요? 할머니 어디 편찮으신 데 있어요?”

할머니는 잠시 아주 난처한 표정을 짓더니 서씨 귀에 대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가씨~ 내가 틀니를 잃어버렸는데, 어느 화장실인지 생각이 나지 않아. 어떡하지?”

서씨는 “제가 찾아보겠다”며 일단 할머니를 안심시킨 후 좌석에 모셨습니다.

그러곤 손에 비닐장갑을 끼고 객실 안에 있는 화장실 쓰레기통을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첫번째 없고, 두번째도 없고, 마침내 세번째 쓰레기통에서 서씨는 휴지에 곱게 싸인 틀니를 발견했습니다.

할머니가 양치질을 하느라 잠시 빼놓고 잊어버리고 간 것을 누군가가 쓰레기인 줄 알고 버린 것이었습니다.

서씨는 틀니를 깨끗이 씻고 뜨거운 물에 소독까지 해서 할머니께 갖다 드렸고, 할머니는 목적지에 도착해 내릴 때 까지 서씨에게 여러 번 “고맙다”는 인사를 했습니다.

세월이 한참 흘러 그날 일이 서씨의 기억 속에서 까맣게 잊혀질 즈음 서씨의 남자친구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남자친구와 결혼을 약속하고 지방에 있는 예비 시댁에 인사드리기로 한 날이 며칠 남지 않은 날이었습니다.

남자친구는 서씨에게, “미국에서 외할머니가 오셨는데, 지금 서울에 계시니 인사를 드리러 가자”고 했습니다.

예비 시댁 어른 중 나이가 가장 많은 분이라 서씨는 잔뜩 긴장한 채 남자친구를 따라 할머니를 뵈러 갔습니다.

그런데 할머니를 뵌 순간 어디서 뵌 듯 낯이 익어 이렇게 얘기했답니다.

“할머니, 처음 뵙는 것 같지가 않아요. 자주 뵙던 분 같으세요.”

그러자 할머니께서는 서씨의 얼굴을 가만히 쳐다보시더니 갑자기 손뼉을 치며 말했습니다.

“아가! 나 모르겠니? 틀니, 틀니!”  

그러곤 그 옛날 탑승권을 여권 사이에서 꺼내 보이는데, 거기에는 서씨 이름이 적혀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언젠가 비행기를 타면, 그때 그 친절했던 승무원을 다시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이름을 적어 놓았다고 합니다.

할머니는 “외손자와 결혼할 처자가 비행기를 타는 아가씨라 해서 혹시나 했는데, 이런 인연이 어디 있느냐”며 좋아했고, 서씨는 예비 시댁 어른들을 만나기도 전에 사랑받는 며느리가 되었습니다.

흔히 “세상 정말 좁다…이렇게 만날수가…” 라고 말하며 깜짝 놀랄 때가 많습니다. 우리나라는 한 다리만 건너면 다 아는 사람이다.” 라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닙니다.

페이스북은 2016년 자사의 네트워크를 분석한 결과 당시 전 세계 16억명의 페이스북 이용자들이 3.57단계를 거치면 모두 연결된다는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혈연, 지연, 학연이 얽힌 우리나라는 그 경로가 더 짧아 3.6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즉,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도 3~4명을 거치면 모두 연결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내 일이 아니라고, 귀찮다고, 돈이 안되는 일이라고, 마음에 안든다고, 나와 생각이 다르다고 업신여기고 무시하고 비난하면 그 화살을 언젠가는 내가 받게 됩니다.

다시 안보면 그만이라고 손절을 했어도 언젠가는 또 연결이 되어 우연히 만날 수도 있고 그를 아는 누군가와 연결이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첫인상도 중요하지만 헤어질 때의 마무리는 더 중요합니다.

워싱턴 어빙은 “친절은 그의 주변을 신선하게 만들어 모든 것을 웃음의 동산으로 만드는 기쁨의 샘이다.”라고 말했고, 탈무드에서는 “최고의 지혜는 친절과 겸손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테레사 수녀는 이렇게 권면했습니다.

"당신을 거쳐가는 사람은 누구든지 더욱 좋아지고 행복해져서 떠나게 하라. 하나님의 사랑이 생동감있게 표현되도록 하라. 당신의 얼굴에 친절이, 당신의 눈에도 친절이, 당신의 미소 속에도 친절이, 당신의 따뜻한 인사 속에도 친절이 서려 있게 하라"

내가 누군가에게 나누고 베푸는 친절한 말과 행동은 행복의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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