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1월 25일 금요일

내 몸에는 과연 얼마나 많은 미생물이 살까.

 과학자들이 제시하는 수치는 까무러칠 정도로 크다. 100조 마리이다. 우리 몸의 세포가 10조 개이니 그보다 10배나 많은 박테리아, 바이러스, 곰팡이 따위의 미생물이 우리 몸에 터 잡고 살고 있는 것이다. 그 무게를 다 합치면 1~2킬로그램에 이른다. 체중에 신경을 쓰는 사람에게는 조금 위안이 될지도 모르겠다. 체중계의 눈금이 가리키는 것은 실제 내 몸무게와 수많은 작은 벌레들의 무게를 합친 것이니까. 물론 위안은커녕 갑자기 몸이 근질거리는 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몸에 사는 미생물은 알아도 좋고 몰라도 좋은 과학상식의 차원을 넘어선다. 인간 몸에 사는 미생물 연구를 통해 과학자들은 인간을 지금과는 다른 관점에서 이해하기 시작했으며 건강의 개념 자체를 새롭게 바라보고 있다.

최근 과학계에서는 내 몸의 주인이 내가 아니라 ‘미생물’일 수 있다는 내용의 연구가 자주 등장한다. 숙주 역할을 하는 사람 등의 행동, 성격 등이 ‘나의 의지’가 아니라 ‘미생물’의 조종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의 신체 안팎에 살고 있는 미생물은 기존에 알려졌던 몇 백 종이 아니라 1만여 종, 여기 담긴 유전자는 800만 개(인간의 360배)에 이른다는 사실이 새로 확인됐다. 미생물 숫자는 약 100조 마리, 우리 몸의 전체 세포 수 보다 많고 무게는 1.3~2.3㎏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인간 세포보다 크기가 훨씬 작기 때문에 체중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2%에 지나지 않는다. 반면 인체에서 배출되는 노폐물은 50% 이상이 이들 박테리아가 만든 것이다. 현재까지 연구결과를 보면, 사람의 몸에서 가장 다양한 종류의 미생물이 사는 곳은 큰창자로 세균 수가 무려 4000종이었다. 이어 음식물을 씹는 이에 1300종, 코 속 피부에 900종, 볼 안쪽 피부에 800종, 여성의 질에서 300종의 미생물이 발견됐다. 연구자들은 사람의 입속에만 적어도 5000종의 미생물이 살고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팔꿈치와 입속 등 부위마다 분포하는 미생물의 종류가 다르며 사람마다 살아가는 미생물의 종류도 차이가 난다. 음식과 나이에 따라서도 미생물이 달라진다.
미생물이 인간의 생존과 건강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는 것은 근래에 밝혀지기 시작한 사실이다. 미생물은 비타민과 장내 염증을 억제하는 화합물 등 인간이 생산하지 못하는 유익한 물질을 만들어낸다. 과민성대장증후군에서 천식, 크론병, 류머티즘성 관절염, 심지어 비만까지도 체내 미생물 분포와 관계가 깊다. 이를 두고 인간은 산호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생물체의 군집이라는 이론, 인간과 체내외 미생물을 합쳐 하나의 초유기체로 보아야 한다는 이론까지 나와 있는 상태다.
미국 아이다호 대학의 과학자들은 모유 속에서 무려 600종의 세균과 함께 아기는 전혀 소화시키지 못하는 올리고당이 들어 있음을 확인했다. 연구자들은 이 당분은 바로 세균을 먹이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모유는 아기만 키우는 것이 아니라 세균도 먹여 살리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 몸에는 장 속 박테리아를 위한 비밀 장소도 마련돼 있다. 우리가 흔히 맹장이라고 부르는 ‘충수’인데 대장 끝에 달린 조그만 꼬리 같은 기관인 충수는 오랫동안 필요 없는 기관이라고 생각돼 왔다. 그런데 미국 듀크대학교 연구팀의 실험결과, 이곳이 착한 박테리아가 숨는 공간이라는 게 밝혀졌다. 설사 같은 병이 나서 장 속의 박테리아가 모두 비워질 때, 일부 박테리아들이 충수에 숨어 있다가 병이 낫고 나면 장 속을 차지한다.

대장 속에 사는 박테리아는 ‘제3의 장기’라고 불릴 정도로 중요한 일들을 한다. 몇가지 비타민을 만들고 사람이 소화시킬 수 없는 탄수화물이나 단백질도 소화시킬 수 있도록 돕는다. 사람이 음식을 먹고 얻는 에너지의 10~15%는 장 속 박테리아가 소화시켜 준 것이라고 한다. 세균은 이들 영양소를 섭취해 증식하고 세균이 내놓는 배설물은 다시 장 속으로 배출된다. 이런 세균 유래 유기산은 흡수되어 우리 몸의 여러 조직에서 에너지원으로 사용된다. 개를 포함한 일부 동물들은 자기의 변을 다시 먹음으로써 비타민을 보충한다. 토끼도 똥 속에는 식물의 섬유질을 분해하는 유용한 세균이 잔뜩 들어 있기 때문에 어미 토끼는 이것을 새끼에게 먹임으로써 소화기능을 전달한다.

그래서 장 속 박테리아는 비만에도 영향을 준다. 장 속 박테리아의 98%는 ‘펄미큐티스’라는 박테리아와 ‘박테로이데티스’ 박테리아로 나눌 수 있는데. 비만 생쥐에게 펄미큐티스 박테리아가 많다고 한다. 또 정상 생쥐의 장에 펄미큐티스 박테리아를 넣었더니 비만 생쥐가 되었다. 이건 펄미큐티스 박테리아가 소화가 잘 안 되는 음식을 잘게 부숴서 소장에서 흡수되기 쉬운 당과 지방산으로 바꾸기 때문이라고 한다. 따라서 장 속에 사는 펄미큐티스 박테리아를 조절하면 살을 뺄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아데노바이러스 36(AD-36)이라는 바이러스도 사람 및 동물의 체중 증가와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약효나 독성이 나타나는 것도 우리 몸 안의 미생물과 관련이 있다. 식물 약효 성분의 상당수는 식물체 내에서 배당체로 저장돼 있다. 배당체란 약효 성분이 물에 잘 녹는 포도당 같은 당분자와 결합된 형태로, 원래 불용성인 약효 성분이 세포액에서 녹을 수 있게 돼 저장이 쉬워진다.
그런데 약효 성분을 복용해도 배당체 상태로는 아무 효과가 없다. 배당체는 덩치가 커 세포막을 제대로 통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때 등장하는 해결사가 비피더스같은 장내 세균들이다. 이들은 약효 성분에서 당분자를 떼어내는 효소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강심제로 쓰이는 디지털리스나 인삼의 효과도 장안에 미생물이 없으면 나타나지 않는다. 그런가 하면 배당체일 때는 독성이 없다가 장내 세균이 당을 떼어내면서 독성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소철나무 열매에는 시카신이라는 배당체가 있는데, 장내에서 당이 떨어져 나가면서 MAM이라는, 암과 신경 질환을 유발하는 물질로 바뀐다.

인체에 상주하고 있는 세균들은 외부의 병원균이 침투하는 것을 막아주기도 한다. 우리 몸의 면역계와 공동전선을 펴고 있는 셈이다. 여성의 질 속에는 다양한 균들이 살고 있는데, 건강한 질의 환경유지에는 락토바실러스같은 유산균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정상적인 균들의 분포가 파괴되면 질내 감염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피부에도 포도상구균 등 다양한 세균들이 살고 있다. 이들은 평상시 병원성 균이 피부에 서식하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만일 몸을 깨끗이 한다고 이들 세균을 없애버리면 위생은 커녕 병원균의 침입을 받아 각종 질병에 시달리게 된다.
피부에 사는 어떤 세균은 보습 효과를 낸다. 이 세균은 피부 세포가 분비하는 왁스질의 분비물을 먹고 사는데, 수분 층을 만들어 피부를 촉촉하게 유지시킨다. 우선 피부에 사는 착한 박테리아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피부에 해로운 병원균이 살지 못하게 쫓아내거나, 피부에서 나오는 지방을 분해해서 피부를 촉촉하게 만들어줍니다. 그래서 샤워를 너무 자주 하면 오히려 착한 박테리아를 해쳐서 피부에 나쁜 영향을 줄 수도 있습니다.
이런 연구결과는 우리 몸의 세균은 결코 퇴치가 아니라 공존의 대상임을 보여준다. 병을 일으키는 미생물과 유익한 미생물 사이의 미묘한 균형이 깨져 병이 생기지 않도록 잘 관리해야 하는 것이다. 마치 유기농업과 비슷하다. 뿌리혹박테리아는 콩의 뿌리에 난 혹에서 사는 박테리아인데요. 이들은 공기 속에 있는 질소를 사용할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또 콩에게 질소를 만들어주는 대가로 영양소와 산소를 얻고 있다.

인간의 유전자는 이제 다 알려지게 됐다. 그 중 세균으로부터 온 유전자가 2백개가 넘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에이즈 바이러스가 속하는 레트로바이러스의 DNA가 전체 DNA의 1-2% 정도라고 한다. 이 사실은 과거 어느 시점에서 우리 몸 안에 살고 있던 미생물들의 유전자가 세포 속으로 들어와 자리 잡았음을 의미한다. 즉, 미생물과 사람 간에 서로 유전자까지도 교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지구 생명의 역사를 더 거슬러 올라가면 오늘날의 모든 동식물 유전자의 조상도 미생물 유전자로부터 진화해온 것이니 미생물과 우리는 좀 더 큰 생명 체계의 운행에서 같이 어울려 순행하는 것이다.

[인간의 신체 안팎에 살고 있는 미생물은 기존에 알려졌던 몇백 종이 아니라 1만여 종, 여기 담긴 유전자는 800만 개(인간의 360배)에 이른다는 사실이 새로 확인됐다. 미생물 숫자는 약 100조 마리, 그 세포수는 인체세포의 약 10배, 무게는 0.9~2.3㎏으로 추정된다. 인체 미생물 전체의 유전자 정보를 해독한 지도, 즉 데이터베이스가 지난 14일 발표됐다. 미국국립보건원이 1억7300만 달러(약 2000억원)를 들여 5년간 진행한 ‘인체 미생물 군집 프로젝트(Human Microbiome Project)’의 성과다. 세계 80개 연구소의 200여 명이 건강한 미국인 자원자 242명에게서 박테리아, 바이러스 등을 채취해 분석했다. 연구성과는 지난 14일 과학잡지 ‘네이처’와 ‘공공과학도서관(PLoS)’ 산하 3개 저널 등에 14개의 논문과 보고서로 발표됐다.

미생물이 인간의 생존과 건강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는 것은 근래에 밝혀지기 시작한 사실이다. “인간은 스스로가 먹는 음식을 소화하는 데 필요한 효소를 모두 가지고 있지 않다.” 이번 프로젝트의 매니저인 국립보건원 소속 리타 프록토 박사의 설명이다. 장내 미생물이 음식 중 단백질, 지질, 탄수화물 중 많은 부분을 분해한 다음에야 인체는 이들 영양소를 흡수할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우리의 척추동물 선조는 약 4억5천만년전 대장 미생물을 처음 몸 속으로 끌어들였다. 박테리아의 효소를 이용하면 좀더 다양한 종류의 먹거리로부터 더 많은 에너지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미생물은 비타민과 장내 염증을 억제하는 화합물 등 인간이 생산하지 못하는 유익한 물질을 만들어낸다. 과민성대장증후군에서 천식, 크론병, 류머티즘성 관절염, 심지어 비만까지도 체내 미생물 분포와 관계가 깊다. 이를 두고 인간은 산호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생물체의 군집이라는 이론, 인간과 체내외 미생물을 합쳐 하나의 초유기체로 보아야 한다는 이론까지 나와 있는 상태다.
건강한 사람 거의 모두가 병을 일으키는 박테리아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도 새로 확인됐다. 이들 병원균이 발호하지 못하는 이유는 우리가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유익한 미생물 덕분이다.실제로 여성의 질내 박테리아 구성비는 출산을 앞두고 극적인 변화를 나타낸다. 이는 태아가 처음으로 미생물을 접하게 되는 산도를 좀 더 적절하게 정비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태아는 무균상태지만 출산시 산도를 통과할 때 엄마의 질에 있는 박테리아를 얻는다. 출생 후 2, 3년간 아기의 미생물 군집이 성숙해가는 동안 면역계도 이와 조화를 이루면서 함께 발달하면서 이들 미생물이 적군이 아니라는 사실을 배운다.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기의 미생물 군집은 자연출산한 아기의 것과는 큰 차이가 나는데 이런 상태가 이들이 성숙한 다음에도 유지되는 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또한 건강한 사람의 99%는 장 속에 페칼리박테리움 속(屬) 박테리아를 지니고 있지만 크론병이나 제1형 당뇨병 환자는 그 보유율이 크게 떨어진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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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수프 캔 하나를 채울 정도의 양이다. 미 국립보건원(NIH)의 인간 미생물군집 프로젝트(HMP)의 프로그램 코디네이터인 리사 프록터는 사람 1명당 1.35~2.25㎏ 정도의 박테리아를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HMP에서는 인체 내외에 살고 있는 미생물군집을 연구 중인데 인체에는 인간의 세포 숫자보다 10배나 많은 박테리아가 살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인간 세포보다 크기가 훨씬 작기 때문에 체중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2%에 지나지 않는다. 반면 인체에서 배출되는 노폐물은 50% 이상이 이들 박테리아가 만든 것이다. 최근까지 인체에 사는 박테리아들의 목록은 잘 정리되지 않았지만 HMP와 같은 프로젝트들이 출범하면서 속속 정체가 드러나고 있다.

미국국립보건원(NIH)은 2007년부터 '인체 미생물 군집 프로젝트'를 세계 80개 연구소와 함께 벌이고 있다. 5년간 약 2000억원을 들인 이 사업의 목적은 사람 몸에 살고 있는 미생물의 유전자 정보를 해독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확인된 우리 몸의 미생물은 1만종에 이른다. 생물다양성을 연구하기 위해 아마존의 열대우림에 갈 것이 아니라 우리 몸속을 탐험해야 할 판이다.

현재까지 연구결과를 보면, 사람의 몸에서 가장 다양한 종류의 미생물이 사는 곳은 큰창자로 세균 수가 무려 4000종이었다. 이어 음식물을 씹는 이에 1300종, 코 속 피부에 900종, 볼 안쪽 피부에 800종, 여성의 질에서 300종의 미생물이 발견됐다. 연구자들은 사람의 입속에만 적어도 5000종의 미생물이 살고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이번 연구로 인체는 수많은 미생물이 사는 생태계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팔꿈치와 입속 등 부위마다 분포하는 미생물의 종류가 다르며 사람마다 살아가는 미생물의 종류도 차이가 난다. 음식과 나이에 따라서도 미생물이 달라진다. 새롭게 드러난 미생물의 영향도 놀랍다.
최근 미국 연구진은 임신한 여성의 질에는 임신 전과 현저히 다른 미생물 집단이 산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새롭게 주도권을 쥐는 미생물은 위장에서 흔히 젖을 소화하는 효소를 분비하는 박테리아였다. 출산 과정에서 아기는 이 박테리아의 세례를 받을 것이 분명한데, 덕분에 모유를 소화할 준비를 갖추게 된다. 이 예는 새끼에게 자신의 배설물부터 먹이는 토끼를 떠올리게 한다. 토끼의 똥 속에는 식물의 섬유질을 분해하는 유용한 세균이 잔뜩 들어 있기 때문에 어미 토끼는 이것을 새끼에게 먹임으로써 소화기능을 전달한다. 당연히 이런 세균 전달은 제왕절개를 통한 출산에서는 일어나지 않지만 그 부작용은 밝혀지지 않은 상태이다.

미국 아이다호 대학의 과학자들은 모유 속에서 무려 600종의 세균과 함께 아기는 전혀 소화시키지 못하는 올리고당이 들어 있음을 확인했다. 연구자들은 이 당분은 바로 세균을 먹이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모유는 아기만 키우는 것이 아니라 세균도 먹여 살리는 것이다.
피부에 사는 어떤 세균은 보습 효과를 낸다. 이 세균은 피부 세포가 분비하는 왁스질의 분비물을 먹고 사는데, 수분 층을 만들어 피부를 촉촉하게 유지시킨다. 쥐 실험에서 드러난 '비만 세균'이 사람에게도 있는지도 관심거리다.

이런 연구결과는 우리 몸의 세균은 결코 퇴치가 아니라 공존의 대상임을 보여준다. 병을 일으키는 미생물과 유익한 미생물 사이의 미묘한 균형이 깨져 병이 생기지 않도록 잘 관리해야 하는 것이다. 마치 유기농업과 비슷하다.

우리 몸은 나와 100조 마리의 미생물이 공존하는 커다란 또 하나의 유기체인 셈이다.

박테리아, 함께 살아줘서 고맙소!

  [항우연의 푸른하늘] 2011년 11월 20일
박테리아(세균)는 억울합니다. 사람들이 더럽고 위험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박테리아 중에는 배탈을 일으키는 대장균도 있고, 결핵균이나 콜레라균처럼 전염병을 일으키는 녀석도 있습니다. 하지만 세상 모든 박테리아가 이렇게 나쁜 역할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착한 박테리아계의 대표주자인 ‘뿌리혹박테리아’만 해도 그렇습니다. 뿌리혹박테리아는 콩의 뿌리에 난 혹에서 사는 박테리아인데요. 이들은 공기 속에 있는 질소를 사용할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합니다. 또 콩에게 질소를 만들어주는 대가로 영양소와 산소를 얻고 있습니다. 이렇게 콩과 뿌리혹박테리아는 서로 도우면서 함께 사는 ‘공생 관계’에 있습니다.
질소는 공기의 78%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많은 물질입니다. 하지만 뿌리혹박테리아가 없다면 콩은 질소를 하나도 활용하지 못하고 말라죽게 될 것입니다. 뿌리혹박테리아가 만든 질소는 단백질로 바뀌어서 콩 속에 가득 들어차게 되는데요. 이것은 결국 우리에게도 중요한 영양소가 됩니다. 뿌리혹박테리아는 콩뿐만 아니라 다른 생물에게도 좋은 일을 하는 셈입니다.
착한 박테리아는 콩 속에만 사는 게 아닙니다. 우리 인간의 몸속에도 착한 박테리아가 많습니다. 우리 몸에 살고 있는 박테리아는 100조~1000조 개 정도가 되는데요. 사람의 세포가 약 60조 개라는 걸 생각해보면, 몸에 살고 있는 박테리아가 사람의 세포보다 훨씬 많은 어마어마한 수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박테리아의 종류도 무척 다양합니다. 사람의 피부에 사는 박테리아의 종류는 약 150종, 장 속에 사는 박테리아는 약 400종이나 된답니다. 물론 이중에는 우리 몸을 아프게 하는 나쁜 박테리아도 있습니다. 하지만 뿌리혹박테리아처럼 사람과 서로 도우면서 사는 착한 박테리아도 많습니다.
우선 피부에 사는 착한 박테리아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피부에 해로운 병원균이 살지 못하게 쫓아내거나, 피부에서 나오는 지방을 분해해서 피부를 촉촉하게 만들어줍니다. 그래서 샤워를 너무 자주 하면 오히려 착한 박테리아를 해쳐서 피부에 나쁜 영향을 줄 수도 있습니다.
우리 몸에 있는 소화기관 중 하나인 대장 속에 사는 박테리아는 ‘제3의 장기’라고 불릴 정도로 중요한 일들을 합니다. 우선 사람에게 꼭 필요한 비타민을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합니다. 또 사람이 소화시킬 수 없는 탄수화물이나 단백질도 소화시킬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사람이 음식을 먹고 얻는 에너지의 10~15%는 장 속 박테리아가 소화시켜 준 것이랍니다.
장 속 박테리아는 면역작용에도 한몫하고 있습니다. 장 속 박테리아는 탄수화물을 발효시켜 ‘짧은 사슬 지방산’을 만드는데요. 이 물질은 대장세포를 튼튼하게 만들어 암 같은 병이 잘 걸리지 않게 만듭니다. 또 핏속에 있는 나쁜 지방인 콜레스테롤도 낮춰 줍니다. 나쁜 박테리아들이 우리 몸에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 것도 장 속 착한 박테리아입니다.
참고로 우리 몸에는 장 속 박테리아를 위한 비밀 장소도 마련돼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맹장이라고 부르는 ‘충수’인데요. 대장 끝에 달린 조그만 꼬리 같은 기관인 충수는 오랫동안 필요 없는 기관이라고 생각돼 왔습니다. 그런데 미국 듀크대학교 연구팀의 실험결과, 이곳이 착한 박테리아가 숨는 공간이라는 게 밝혀졌답니다. 설사 같은 병이 나서 장 속의 박테리아가 모두 비워질 때, 착한 박테리아들이 충수에 숨었던 거죠. 병이 낫고 나면 착한 박테리아들은 충수 속에서 나와 나쁜 박테리아들보다 먼저 장 속을 차지한답니다.
장 속 박테리아는 비만에도 영향을 줍니다. 장 속 박테리아의 98%는 ‘펄미큐티스’라는 박테리아와 ‘박테로이데티스’ 박테리아로 나눌 수 있는데요. 미국 워싱턴대학교의 제프리 고든 박사팀이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비만 생쥐에게 펄미큐티스 박테리아가 많았습니다.
정상 생쥐의 장에 펄미큐티스 박테리아를 넣었더니 비만 생쥐가 됐는데요. 이건 펄미큐티스 박테리아가 소화가 잘 안 되는 음식을 잘게 부숴서 소장에서 흡수되기 쉬운 당과 지방산으로 바꾸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장 속에 사는 펄미큐티스 박테리아를 조절하면 살을 뺄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박테리아로 병을 치료한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뉴욕 몬테피오레병원에서 있었던 환자의 일인데요. 이 환자는 박테리아를 죽이는 약인 항생제 처방을 너무 많이 받아 장 속 박테리아들의 균형이 무너져 있었습니다. 의사는 환자의 장에 남편의 똥을 넣는 치료를 했고, 똥 속에 있는 박테리아들이 장 속 박테리아의 균형을 되찾아 줬답니다.
이렇게 자세히 살펴보니 더럽고 해롭다고 생각했던 박테리아에게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이제부터는 우리와 함께 살고 있는 착한 박테리아에게 고마운 마음을 가져야겠습니다. “박테리아야, 함께 살아줘서 고마워!”라고 인사해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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