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는 날 이탈리아의 경제 중심지 밀라노에서 택시를 타려면 긴 줄에 서서 인내심을 발휘해야 한다. 무역 박람회와 패션쇼 기간 동안에는 훨씬 더 힘들어진다. 수요는 급증하지만, 택시 수는 그대로기 때문이다.
화창한 날에도 이탈리아 전역의 공항과 기차역에는 가득 찬 트렁크를 든 여행객들이 의지할 데 없이 택시를 기다리고 있다. 많은 현지인들은 시도조차 하지 않는 일이다.
오랜 기간 이탈리아의 택시 기사들은 택시 면허 수를 제한하고 우버 같은 차량 공유 회사들을 제한하도록 로비를 함으로써 경쟁으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해왔다. 택시 기사들과 대결하려는 시장들은 도시를 마비시키는 파업과 도로 봉쇄에 직면할 수 있다.
마르코 마리아니 부부는 밀라노의 중심 광장에서 택시를 기다리면서 "이 같은 기다림은 말도 안 되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요"라고 말한다. 부부는 밀라노로 쇼핑 휴가를 왔지만, 호텔로 돌아가는 길을 찾지 못했다.
밀라노와 로마에서 택시를 오랫동안 기다리는 것은 성가신 일 그 이상이다. 많은 이탈리아인들은 이 문제를 지난 30년 동안 거의 성장하지 못한 자국의 둔화된 경제를 바꾸지 못한 당혹스러운 사례로 보고 있다.
이탈리아를 침체되게 만든 주요 원인은 경쟁과 혁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방해하는 데 성공한 기득권 집단의 힘 때문이다.
택시 산업은 이탈리아를 작동하지 못하게 만드는 하나의 증상입니다. - 가브리엘 그레아, 밀라노 보코니 교통 전문 대학 경제학 교수
세계은행에 따르면, 이탈리아 경제는 글로벌 금융 위기 이전인 2007년보다 1.5% 후퇴했다. 같은 기간, 독일 경제는 17%, 프랑스는 13%, 미국은 28% 성장했다.
이탈리아는 팬데믹으로 인한 2020년 깊은 경기 침체에서 빠르게 반등하면서, 오랜 경제적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었지만 단명으로 끝났다.
2021~2022년 총리를 역임한 마리오 드라기는 일부 경제학자들과 기업가들의 조언에 따라 경제를 되살릴 수 있는 일련의 정책을 추진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많은 변화가 시행되기도 전에 집권당의 내분으로 인해 사임할 수밖에 없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이어진 에너지 가격 급등을 포함한 높은 인플레이션과 금리 상승은 곧 회복세에 제동을 걸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이탈리아 경제는 올해와 내년에 0.7%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최근 이탈리아 경제 쇠퇴에 관한 책을 공동 집필한 경제학자이자 컨설턴트 로렌조 코도뇨는 이탈리아가 정체된 원인 중 상당 부분은 공공 부문과 민간 부문에 스며든 능력주의의 결여에서 비롯되었다고 말한다. 능력주의의 결여가 가장 뚜렷하게 드러나는 한 곳이 바로 이탈리아의 성별 격차라고 그는 말한다.
EU 통계청은 이탈리아의 취업 연령 여성 인구 중 일자리를 갖고 있는 비중은 55%로, 유럽연합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한다. 이는 독일의 80%, 프랑스의 71%와 비교된다.
코도뇨와 다른 경제학자들은 알맞은 자녀 보육의 부족을 포함하여 다양한 요인들이 이탈리아에서 이 비중을 낮추고 있는 반면, 많은 여성들이 아이들을 기르기 위해 직업을 포기하게 만드는 가정과 직장의 문화적 규범을 꼬집는다.
정치인, 고용주, 노동조합이 모두에게 동등한 기회를 제공하고자 했다면, 남녀를 막론하고 노동자들이 일과 가정생활을 더 잘 조화롭게 만들 수 있는 해결책을 찾았을 것입니다. - 로렌조 코도뇨
개인의 능력보다 연장자를 우선시하는 뿌리 깊은 제도도 이탈리아의 경제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 그 결과 15~34세 이탈리아인의 거의 21%가 취업이나 학업, 훈련을 하지 않고 있으며, 이는 EU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 또한 프랑스의 13%, 독일의 10%와 비교가 된다.
또한 수십 년 동안 이탈리아는 고통스러울 만큼 느린 민사 사법 제도를 개선하지 못하고 있으면서, 이를 투자자들, 대규모 지하 경제, 높은 국가 부채, 만성적인 탈세 및 남북 간 커다란 빈부 격차의 탓으로 돌리고 있다.
다른 서구 국가들과 비교할 때, 이탈리아는 국제적으로 성공한 스타트업이 거의 없고, 벤처 자본을 거의 유치하지 못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세계 100대 대학의 선두 순위에 거의 들지 못하고 있고, 이탈리아 고등학생들은 대부분의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저조한 성적을 보이고 있다.
이탈리아 해변은 경쟁의 결핍과 변화에 대한 저항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다. 매년, 같은 업체들이 당국에게 소액의 수수료를 내고 파라솔과 등받이 의자를 빌려주는 수익성 있는 이권을 독차지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경쟁을 통한 공공 입찰이 부족하고, 이탈리아 정부가 그러한 이권을 주고 거둬들이는 수입이 미미하다고 한탄해왔다.
이탈리아의 해변과 택시 정류장의 문제는 이 나라의 불행이 나라에 내재된 재능이나 기업가 정신의 부족보다는 나쁜 법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탈리아의 규칙은 변화를 힘들게 하지만 경제의 중추를 이루는 중소기업들이 일할 수 있도록 해준다면 시장의 변화에 적응할 것입니다. - 카를로 마리아 카페, 유럽과 남미 기업들에게 기술 컨설팅을 해주는 BIP의 CEO
택시 기사들은 우버 같은 차량 호출 앱들을 심하게 제한하는 법률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탈리아의 우버 운전자들은 면허를 받아야 하고 고급차를 가져야 하는데, 이것은 서비스를 일반 택시보다 비싸게 만들고, 대부분의 장래의 사용자들에게 매력을 잃게 만든다.
지난 20년 동안 이탈리아의 많은 도시에서 택시 기사들은 새로운 택시 면허 발급을 막으면서, 자신들의 면허 가치를 보호해왔지만, 승차감을 좋게 하는 데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러면서 국민의 동정심을 잃고 있다.
택시 기사 협회는 시장이 개방되면 그들이 살아남을 만큼 충분한 돈을 벌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볼로냐의 한 택시 기사가 트위터의 전신인 X에 매일 촬영한 사진을 올리면서 소셜 미디어에서 컬트적인 영웅이 되었다. 이번 달 택시 협동조합이 이미지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그에게 일주일간 정직 처분을 내리면서 그의 인기는 더욱 높아졌다.
택시 면허를 더 발급한다고 택시 문제가 저절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선제적 조건입니다. 대중교통과 자가용이 통합된 이탈리아 도시의 이동성을 개선하기 위한 그런 일반적인 전략이 필요합니다. 그것을 해결하면 사람들은 변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 가브리엘 그레아
자료 출처: The Wall Street Journal, “Why Can’t Italy’s Economy Get Into Gear? Consider the Taxi 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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