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오늘이면 너무나 사랑했고 이세상 다 끝날때까지 영원히 함께 할줄 알았던 집사람이
지난 9월 29일, 갑자기 세상을 떠난지가 한달 하고 19일 지났다.
4년 6개월전 어느날 청천벼락같이 들려온 이야기가 집사람이 Brain Cancer (림프종) 란다.
이 희귀한 병명의 암진단을 받고 황급하게 병원에 실려가 그날부터 모지게 삶과 죽음의
문턱을 넘나들며 6개월동안 엄청난 고통과 죽음의 공포속에 키모치료를
받고 치료를 모두 마친후 담당의사로부터 위로의 말을 들으며 참으로 기뻤었다.
오늘날 Brain Cancer는 의술의 발달로 85%의 완치율로 대부분의 환자는 완치할수 있다며 안심하라고
위로와 안심의 말을 해줬다.
삶과 죽음의 문턱에서 환자는 얼마나 공포스러웠을까...
그렇게 치료를 마치고 편안하게 회복하면서 쉬고싶다고 아무 친척도 아는 사람도 없는 이곳 이민사회를 떠나 태어난
고향에서 2년만 휴식을 취하고 돌아오겠다고 하면서 서울에 들어가 2여년의 세월을 보내고 다시
이곳으로 돌아와 암 정기점검을 받으면서
오늘날 까지 아무문제 없이 살아왔었다.
암치료이후 나타나는 현상들은 참으로 변화가 많았었다.
기본적으로 깊은잠을 못자고 새벽 한밤중에 깨어 뜬눈으로 새우곤 했다.
뇌속의 암을 키모치료하다 보니 어떤때는 엉뚱한 소리도 하고
기억력도 많이 손상되어 가끔 딴소리를 해 주변사람을 당혹하게 만들기도 하였다.
그래도 세월이 가면서 점차 많이 좋아져서 희망이 솟곤 했었다.
그럭저럭 5년이 지나면 완전완치 판정을 받는다고 그날만을 손꼽아 기다려왔었다.
그런 그사람이 최근 얼마전부터는 자꾸 잠이 온다면서 주로 잠을 많이 자고 가끔은 토하기도 하고 머리도 아프다고 하였다.
그래도 본인은 그런 증상들이 재발 같지는 않다고 하면서 곧 정기점검일이 다가오니 그때 병원에 갈려고 준비하고 있었다.
최근에는 몸의 컨디션이 안 좋아서 YMCA사우나에 가서 사우나를 즐기곤 하였는데
몸이 약해진상태인줄 모르고 일요일 사우나에 들어갔다가 그만 심장마비를 일으켜 운이 없게도 일요일오후라 통행인이
없어 발견이 안되어 사우나안에서 그만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그날이 39일전의 이야기이다.
그렇게 집사람은 세상을 떠났다.
이제와서 통탄할일은 암치료를 마친 환자는 절대로 사우나에 들어가면 안된다는 사실을 몰랐었다
너무나 충격이었고 2달이 다 되어오는 지금까지도 도저히 믿어지지않는다.
집사람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그야말로 나의 삶이 완전히 끝나버렸다.
갑작스런 죽음에 아무친적도 형제도 없는 이곳 이민사회에서 홀로 남겨진 배우자에게는 너무나 비극적인
이 상황을 어떻게 수습해야할지 망연자실, 어떻게 표현할수 없는 슬픔, 상실감, 불쌍함등 어떻게 표현할수없는
여러감정들이 점철되어 어떻게 표현할수 없는 슬픔속으로 빠져든다.
그래도 어떻게 수습을 마치고 이제 시간이 지나니 하루하루 슬픔과 절망감의 동굴속에서 아주 아주 느리게나마
빠져나오는 느낌이 들어 스스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너무나 뜻밖의 슬픔과 절망의속에 화장을 마치고 나니 더이상 그집에 살기가 과거에 대한 추억과 그리움때문에 너무
힘들어 서둘러 다른집으로 이사를 하였다.
점점 해가 짧아지고 어두움이 빨리 오니 컴컴한 집안의 불빛속에 밀려오는 외로움은 견디기가 너무나 힘이든다.
나에게는 34세된 아들과 딸이 있다.
아직 결혼에 대한 생각조차 없는 아이들이지만 평소 연락이 없다.
너무나 외롭기도 하고 이아이들이 전화라도 해줬으면 좋으련만 아무리 전화를 해도
한번도 직접 받는경우가 없고 내가 전화를 7~8번 정도하면 마지못해 한번 정도 걸어올뿐이다.
젊은시절 막연한 꿈과 희망으로 이민을 와 30여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혼자가 되어버린 나를 바라보면서 캄캄한 밖을 내다보며 지나온 발자취를 더듬으며 갑자기 외로움에 잠기곤 한다.
많지않은 재산이지만 이제 70이 되어버린 나를 생각하며 나 또한 어느날 갑자기 세상을 달리할수도 있는데
미리미리 상속에 관한 부분을 유언장으로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아이들에게 전화를 걸어 상의해보고 싶지만
언제나 마찬가지로 전화를 안받으니 통화를 할수가 없다.
혼자 남겨진 내가 극도로 외로움, 그리고 먼저 간 집사람에 대한 그리움, 아이들에게 대한 노여움.실망.단념
이런 복잡한 감정이 밀려온다.
연락도 없고 관심도 없는, 길거리에서 오가며 지나치는 사람과 다를게 없는 내자식이라는 아이들에게 그래도 혈육이라고
비록 큰 유산은 아니지만 내가 가지고있는 재산들을 상속해주는게 과연 현명할 생각일까?
사실 나는 내가 얼마나 살지는 몰라도 자연사를 한다면 이세상 다할때까지 나자신을 위하여 모두 쓰고 떠나고싶다.
누구한테 상속이고 뭐고 나자신을 위해 모두 쓰고가고 싶다.
그러나 자연사가 아닌 어느날 갑자기 사고등의 이유로 내가 세상을 떠난다면 그럴때를 대비하여 유언장이란것을 만들어 놓아야한다고 생각하는데 괴로운 마음이다.
욕심이겠지만 아이들이 다른사람들의 여느아이들처럼 부모를 찾아오고 연락을 한다면 당연히,
그리고 망설임없이 아이들한테로 상속의 유언장을 작성하겠지만 지금 아이들이 나에게 하는 그런 행동들이
그아이들이 나이를 더 먹는다해서 개선이 될거라고는 생각치 않는다.
갑자기 세상을 떠난 집사람을 그리워하는 내마음이 내스스로 통제할수없고 그렇게 갑자기
이세상에 남겨진 내가 너무나 외롭다.
아이들에게 대한 섭섭함,노여움이 밀물처럼 밀려온다.
절망감과 단념.... 나는 앞으로 세상을 어떻게 살아갈것인가...?
두달전만해도 나는 이세상에서 행복한 사람이라고 스스로 생각하며 늘 기쁘고 성공한 사람이었는데...
갑작스런 집사람의 죽음으로 갑자기 절망의 구렁텅이로 빠진 천애고아가 되어진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