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라는 용어는 참으로 독특하다.
소스코드, 아스키 코드, 음악 코드, 감성 코드, 할인 코드, 드레스 코드, 개그 코드, 대화 코드 등 IT 분야와 일상 속에서 두루 많이 쓰이는 단어이면서도 어디에 갖다 붙여도 어울릴 것 같은 속성을 지니고 있다. 코드는 '규약이나 관례, 정보를 나타내기 위한 기호체계'라는 사전적 의미에서도 내포하듯 우리 삶 속에 깊이 관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누군가와 '코드가 맞다'라는 건 결국 우리 사이에 공통분모가 존재하고 가치관이 비슷하며 서로 통한다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내가 던진 썰렁한 농담에도 웃어주는 개그 코드, 클래식을 좋아하는 음악 코드, 구수한 된장찌개를 좋아하는 음식 코드까지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얼마나 좋은가? 이런 사람과의 만남은 비단 궁합이 잘 맞는 배우자를 선택할 때만 통용되는 것만은 아니다. 직장 내에서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도 마치 퍼즐 조각을 끼워 맞추듯 코드가 맞는 사람과의 협업은 즐겁다. 내 인생의 콘센트에 코드를 꽂듯, 합이 잘 맞는 사람들과 만나고 인생을 즐기는 일도 멋진 일이 아닌가?
누군가와 '코드가 맞지 않는다'는 말은 같은 것을 보면서도 달리 해석한다는 것이고,삶을 바라보는 방향이 다르다는 것이며, 결국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다가온다. 오랜 시간 함께 일하면서도 서로의 간극을 좁히지 못해 감정의 에너지를 쏟아야 하고, 결국 우린 서로 다르다는 것만 확인하는 과정이 된다. 그런 면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최소한 오류 로그라도 남겨두는 컴퓨터가 사람보다 나아 보일 때가 있다. 실력은 있다고 하지만 매번 불편한 마음을 감수하면서까지 감싸 안을 수 있을까? 동료들과 코드가 이렇게 안 맞아서야 조직생활을 오래 지속되기 힘들다. 이 경우에는 기타 코드를 쉬운 것부터 힘이 필요한 어려운 것까지 순서대로 잡으면서 익히듯 어느 정도 기교를 갖출 때까지 순서대로 노력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우린 상대방의 코드를 존중해줄 준비가 돼 있는가?
서로의 코드를 맞추는 과정에서 대화는 소통의 기본이 된다. 자신의 주장만을 강요하고 타인의 생각을 묵살하는 것은 원활한 호흡을 어렵게 한다. 소스코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도 소통은 필요하다. 개발자는 코드를 공유하고 리뷰하며 소통한다. 이런 소통 방식이 오류를 줄여주고 점차 완벽에 가까운 코드를 만들어내듯 인간관계에서의 복잡한 문제 역시 진심 어린 대화를 통해 오해는 줄어들고 관계는 원만해진다.
내가 던진 농담에 웃어줄 수 있는 배려가 있는 사람이 향기롭다. 호감 가는 사람이라는 말은 이 배려가 좀 더 몸에 밴 사람이다. 나와 가치관이 통하고 같은 공간을 공유하는 것이 즐거움으로 다가오는 사람과의 만남은 언제나 가슴 벅찬 일이다. 자신에게 한번 물어보자. 나는 누군가와 쉽게 코드가 맞는 사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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