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4일 목요일

치매, 제대로 알자

 

치매, 제대로 알자

치매와 관련하여 많이 받는 질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알츠하이머 병이 치매와 어떻게 다른가 하는 것입니다. TV 프로그램에서 치매에 대해 설명을 할 때면 치매와 알츠하이머 병을 섞어서 이야기하곤 합니다. 혈관성 치매, 루이소체 치매 등의 이름들을 함께 접하면 더더욱 헷갈립니다. 오늘은 치매의 기본적 이해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먼저 증례를 살펴보겠습니다.

 

​1. A 씨는 75세의 남성입니다. 1년 전부터 서서히 시작된 기억력의 저하를 주소로 정신건강의학과에 내원하였습니다. 함께 내원한 아들은 A 씨가 옛날 일은 생생하게 기억하는데, 최근에 발생한 일들을 자꾸 잊는다고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A 씨는 평생을 수학 교사로 일하였는데 최근에는 간단한 계산도 종종 틀리곤 합니다. 가족, 친구들과의 약속을 잊어버리는 일이 종종 있어 메모를 하지 않으면 약속을 빼먹곤 합니다. 방금 전에 했던 이야기를 잊는 일 때문에 A 씨는 점점 바깥에서 사람들을 만나는 일을 피하고 싶어 합니다. 이러한 인지 기능의 저하 때문에 A 씨는 아들 내외의 도움 없이는 일상생활이 어렵습니다.

 

​2. B 씨는 75세의 여성입니다. 최근 3년간 두 차례 뇌졸중을 겪었습니다. 당시 병원에서 B 씨는 뇌의 큰 혈관이 막혔다고 듣고 시술을 받았습니다. 보호자들은 B 씨의 혈액 공급이 이루어지지 못한 동안, 막힌 혈관이 담당하던 영역의 뇌가 손상되었을 수 있다는 설명을 의료진으로부터 들었습니다. B 씨는 한쪽 팔다리를 움직이기 어려워합니다. B 씨는 1년 전 두 번째 뇌졸중 이후 갑작스럽게 언어 기능의 저하를 겪기 시작했습니다. 말을 잘 알아듣기 어려워하고 언어 표현을 힘들어하였습니다. 이와 더불어 기억력이 뚜렷하게 저하되며, 최근에는 혼자서 일상생활을 해 나가기 어려운 상태가 되었습니다.


두 증례는 달라 보이지만, 모두 치매에 해당합니다. 치매는 원인 질환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원인에 의해서 인지 기능이 떨어져 일상생활이 어렵게 된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요리에서 비유를 찾자면 치매는 찌개와 같은 개념입니다. 된장찌개, 김치찌개, 순두부찌개는 서로 다른 음식이지만 찌개라는 점에서 같습니다. 모두 다 찌개이지만, 들어가는 재료에 따라 맛도 다르고 조리법도 다릅니다. 치매도 원인 질환에 따라서 발생하는 양상도, 치료적인 접근법도 다릅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인지 기능이 떨어지고 일상 기능의 독립적 수행에 문제가 생긴다는 점에서는 함께 묶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는 진단을 내릴 때 ‘알츠하이머 병에 의한 치매’, ‘혈관성 질환에 의한 치매’, ‘루이소체에 의한 치매’, 이렇게 이름을 붙입니다.

​알츠하이머 병은 뇌신경 세포가 서서히 죽어가는 퇴행성 질환으로, 진행하여 치매에 이릅니다. 알츠하이머 병에 의한 치매는 전체 치매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아직까지는 뚜렷한 치료 수단이 없습니다. 그러나 다른 질환에 의한 치매 가운데는 예방 가능하고 치료 가능한 것들이 적지 않습니다. 혈관성 질환에 의한 치매가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치매와 알츠하이머 병, 퇴행성 질환이 동일시되면서 치매가 어떻게 해볼 수 없는 질환이라는 인식을 많이들 가지고 계시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기억력이 떨어지거나 치매가 의심된다면 전문의를 찾아 자신의, 부모님의 상태에 대해 확인하는 과정이 꼭 필요합니다.

치매에 대한 궁금증,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의학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우리나라 국민들의 평균 기대수명이 80세를 훌쩍 넘겼습니다. 수명이 길어진 것은 좋은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노인 인구가 증가하면서 치매 환자도 급격히 늘어나서 환자 본인은 물론 보호자들의 어려움도 커지고 있습니다. 오늘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함께 치매에 관한 궁금증을 풀어 보는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

 

Q 요즘 어르신들께서 가장 걱정을 많이 하시는 병이 치매라고 들었습니다. 그만큼 본인에게도 보호자들에게도 부담이 큰 질환인 것 같은데요, 치매란 어떤 병인지 간략하게 설명 부탁드립니다.

A 이전까지는 뇌기능에 문제가 없었던 사람에서 어느 순간부터 인지기능이 저하되고, 그것으로 인해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심한 상태가 지속될 때 치매라고 진단할 수 있습니다. 치매에서 문제가 되는 인지기능에는 대표적으로 기억력이 저하되고 그 이외에도 언어 능력, 시공간 능력, 집중력, 실행 능력이 저하될 수도 있습니다. 치매를 일으키는 가장 흔한 원인인 알츠하이머병에서 가장 먼저 나타나는 증상이 기억력 저하이기 때문에 건망증이 있으신 분들께서 치매를 걱정하셔서 병원에 많이 오십니다.

 

Q  그렇군요. 치매의 원인 중 가장 흔한 알츠하이머병은 어떤 병이고 전체의 어느 정도를 차지하나요? 그 이외에 또 어떤 병이 치매에 걸리게 할 수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전체 치매의 70%이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한 치매입니다. 알츠하이머 병의 병태생리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명확하게 밝혀지는 않았지만 치매환자의 뇌를 부검해보면 베타 아밀로이드와 타우 단백질 같은 물질이 쌓여 있고 정상적인 신경세포들은 손상되어 뇌의 크기가 줄어든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알츠하이머병 이외에도 뇌에 생기는 여러 퇴행성 질환과 뇌에 영향을 미치는 신체 질환이 치매를 일으킬 수 있는데요, 두번째로 흔한 치매의 원인은 뇌졸중이나 뇌출혈 이후에 발생하는 혈관성 치매입니다. 이외에도 운동기능에 이상이 생기는 것으로 알려진 파킨슨병도 치매를 일으키고, 머리를 다치거나 감염병이 뇌를 침범했을 때, 알코올을 오랫동안 사용했을 때도 치매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알츠하이머병이나 파킨슨병 같은 퇴행성 질환으로 인한 치매는 증상이 비교적 서서히 진행되는 반면에 혈관성 치매나 외상, 감염병 등으로 인해 유발된 치매는 인지기능이 급격히 악화되는 양상을 보입니다.

 Q 3분의 1이라니 정말 많네요. 그런데 건망증이 있는 분들 중에 어느 정도면 병원에 가야할 지 고민을 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아요. 정상 노화에서 보이는 건망증과 치매에서 보이는 기억력 감퇴는 어떻게 다른 건지 알려주시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A 정상적인 노화로 인한 기억력 감퇴를 건망증이라고 해보겠습니다. 건망증이 있으신 분들은 분명히 알고 있는 내용인데, 그것이 필요할 때 바로 떠오르지 않고 한참 후에 생각나세요. 꼭 재채기가 나올 듯 말 듯할 때처럼 단어만 잘 떠오르지 않는 것도 있습니다. 또, 어떤 일을 하려다 가도 중간에 잠깐 주의를 빼앗기면 애초에 하려고 했던 일을 잠시 잊어버리는 것도 건망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치매에서 보이는 기억력 저하는 오랜 시간을 기다리거나 심지어 힌트를 드려도 결국에 기억하지 못하시는 차이가 있어요. 그리고 최근의 사건이나 대화 내용의 일부 또는 전체를 기억하지 못하십니다. 아이러니하게도 훨씬 옛날의 기억이나 익숙한 활동에 대해서는 기억력 저하가 시작되고 한참 후까지도 별 이상이 없으십니다.

언제 병원에 와야 하는지 고민하시는 분들께 중요한 포인트는 치매는 진행성 경과를 보이기 때문에 현재 상태보다는 증상 변화에 초점을 두시고 주기적으로 점검을 하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Q 조금 전에 치매 전단계라는 얘기도 나왔던 것 같은데 치매와는 어떻게 구별이 되는 건지 궁금합니다.

A 치매 전단계는 경도인지장애라고 합니다. 예전보다 기억력 등 인지기능이 떨어지고 병원에서 시행한 신경인지검사상에서도 기능의 저하가 명백하나 아직 일상생활에 현저한 지장은 없으신 분들이 이에 해당하세요. 정상적인 건망증이 아닌 어르신들 35% 중에 25%의 어르신들께서 경도인지장애에 해당됩니다.

다만, 치매가 아닌 경도인지장애라고 안심할 수는 없습니다. 경도인지장애로 진단받은 분들 중 10%는 1년 뒤에 치매 상태에 이르시고, 6년이 지나면 전체의80%의 환자분들께서 치매로 진행이 되시기 때문에 경도인지장애를 치매 전단계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어차피 치매로 이어질 것이라고 실망하지 말고 치매 전단계부터 적극적으로 건강관리를 하시면 치매로 진행되는 것을 늦추고, 악화를 예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Q 치매가 진행되는 특징이 있다고 하셨는데 진단된 이후로는 어떤 경과를 밟게 되는 건가요?

치매의 진행경과는 초기, 중기, 말기 세 단계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초기에는 최근 일에 대한 기억력 감퇴로 시작해서 점차 익숙한 단어나 이름을 잊어버리는 증상을 보입니다. 중기로 넘어가면 언어기능에 문제가 생기고 감정 조절이나 의사결정에 어려움을 겪게 되어 일상생활에 지장이 커지니 어르신 혼자 지내시는 게 어렵게 됩니다. 말기에는 인지기능이 더 현저히 저하되어 가족들을 못 알아보게 되고, 화장실이 아닌 곳에 용변을 본다 거나 헛것을 보는 등 문제행동증상이 심해져서 전문적인 돌봄이 필요하게 됩니다.

 

Q 가족조차 못 알아보게 된다고 하니 치매를 걱정하는 분들의 마음이 이해가 됩니다. 치매에 걸리지 않으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치매의 위험을 높이는 일을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과도한 음주는 치매 발생 위험을 2.6배 증가시킬 수 있고, 흡연은 치매위험을 1.6배 높입니다. 운동이 부족한 사람도 위험이 1.8배 높고 비만, 고혈압, 우울증, 고지혈증이 있는 경우에도 비슷한 정도로 위험성이 높아집니다. 따라서 성인병을 예방할 수 있는 생활 습관을 들이고 우울증을 잘 관리하면 치매 위험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규칙적인 신체 활동도 치매를 예방할 수 있는데요, 주 3회 이상 땀이 나고 숨이 찰 정도의 운동을 하면 치매 위험이 3분의 1로 줄어듭니다. 그것이 너무 힘들다면 매일 3km 정도를 걷기만 해도 비슷한 효과를 얻을 수 있으니 자신의 건강상태에 맞는 운동을 선택해서 하시기 바랍니다.

Q 알츠하이머 병 이외에도 치매를 일으키는 병이 정말 많네요. 그런데 대부분의 어르신들이 나이를 드시면 기억력 감퇴를 호소하시던데 그 분들이 전부 치매 초기라고 할 수도 있는 건가요?

A 아닙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사람이 나이가 들면 신체능력이 떨어지는 것처럼 인지능력도 저하되는 것이 정상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기억력 감퇴를 호소하시는 어르신들 중 65%는 정상적인 노화에 따른 기억력 감퇴입니다. 하지만 나머지 35%, 즉 세분 중에 한분은 단지 노화로 인한 것이 아닌 치매 전단계이거나 이미 치매에 걸려서 기억력이 떨어진 분들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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