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7일 수요일

"공복혈당장애, 내당능장애...그럼 제가 당뇨라고요?"

 

혈당은 검사결과 후 내용을 정확히 알고 의사와 상담해야 자신의 건강을 지킬 수 있다

“식후혈당, 당화혈색소, 내당능장애, 공복혈당장애…, 당뇨병은 검사 때부터 어려운 말들이 너무 많아 헷갈려요.”

혈액검사에서 혈당 수치가 높게 나온 분에게 최선을 다해 결과를 설명해도 이해시키기란 쉽지 않다. 용어부터 다양하고 어렵기 때문이다. 피검사로는 인체의 온갖 상태를 알 수 있지만, 그 가운데 핏속의 포도당이 어느 정도인지 알면 ‘만병의 뿌리’ 당뇨병을 조기진단할 수 있다. “내가 단것을 잘 먹지도 않는데…,” “자주 목마르고, 자주 소변 보고, 자주 물 마시는 삼다(三多) 증세도 없는데…”하고 혈액검사의 결과를 부정하는 분도 있는데, 대부분 당뇨병에 대해 설익은 이해 탓이다.

당뇨병은 한자어로 ‘소갈(消渴)’인데 국어사전에 ‘갈증으로 물을 많이 마시고 음식을 많이 먹으나 몸은 여위고 오줌의 양이 많아지는 병’으로 풀이돼 있다. 당뇨(糖尿) 역시 ‘설탕 성분이 많은 소변’을 뜻한다. 그러나 이런 증세는 당뇨병이 심해졌을 때 전형적으로 나타나고, 이런 증세 없이 당뇨병이 깊어지고 치명적 합병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고혈당병’이 당뇨보다 더 정확한 용어일 수도 있겠지만, 당뇨와 당뇨병이 너무 보편화돼 용어를 바꾸기는 어려워 보인다.

당뇨병은, 간단히 설명하자면, 췌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인 인슐린이 음식으로 섭취된 포도당을 근육이나 지방 세포에 저장하는 작용에 문제가 생겨 핏속에 포도당이 넘치는 병이다. 약간이라도 더 쉽게 표현하자면, 설탕 성분 탓에 피가 보통보다 끈적끈적하게 돼 온몸의 세포에 산소와 영양소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고 이 때문에 온몸에 온갖 합병증이 생기는 병이다.

혈당은 혈액 1㎗에 포도당 몇 ㎎이 있는지를 잰다. 1㎗는 1/10ℓ로 100㎖와도 같다. 혈당농도는 하루 종일 바뀌고 밥을 빨리 먹거나 과식하면 치솟기도 한다. 인슐린이 포도당을 근육에 흡수시키기 때문에 보통 2시간이면 식사 전까지 떨어져야 정상이지만 이 과정에 문제가 생겨 혈당이 떨어지지 않으면 당뇨병이 된다.

음식을 먹고나서는 혈당의 변화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8시간 음식을 먹지 않게 해서 재는 혈당을 공복혈당이라고 한다. 공복(空腹)은 한자 뜻대로 ‘빈속’이므로 빈속에 재는 혈당을 뜻한다.

그러나 공복혈당도 측정 때의 컨디션이나 전날 먹은 음식 등에 따라서 편차가 있을 수 있으므로 ‘당화혈색소 검사’가 필요하다. 적혈구에서 산소 운반을 담당하는 혈색소(헤모글로빈) 가운데 설탕에 절어 기능을 잃은 것이 어느 정도인지 비율을 표시한 수치다.

일반적으로 △공복 혈당 100mg/dL 미만 △식후 혈당 140mg/dL 미만 △당화혈색소 4~5.6%가 정상이고, △공복혈당 126mg/dL 이상 △식후 혈당 200mg/dL 이상 △당화혈색소 6.5% 이상을 당뇨병으로 분류한다. 그 사이는 당뇨병 전단계에 해당하는데 ‘내당능장애’라는 어려운 말을 쓰기도 한다. 영어로는 ‘Glucose Intolerance’라고 하는데 ‘포도당에 대처하는 능력이 떨어진 것’을 뜻한다. 공복혈당이 정상보다는 높지만 당뇨병 기준보다는 낮은 것을 ‘공복혈당장애’로 부른다.

내당능장애이면 5년 안에 당뇨병 확진 확률이 25%, 10년 안에 당뇨병 확진 확률이 60%이고, 당뇨병 합병증이 진행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 공복혈당장애도 마찬가지다.

건강검진에서 혈당이 높아지거나 내당능장애 이상으로 나오면 의사와 상담해서 자신에게 맞는 건강법을 찾아 실천해야 한다. 의사는 혈당, 당화혈색소 검사를 기본으로 해서 가족력, 생활습관, 기존 병 등을 모두 종합해서 피검자에게 적절한 식사요법, 운동요법을 알려주고 필요하면 약도 처방한다. 혈당은 당뇨병과 직접 연관이 있지만 췌장염, 췌장암, 간경변증, 갑상선기능항진증, 쿠증후군 등 다른 병 때문에 높아질 수도 있으므로 의사의 전문적 판단이 중요한 것.

문제는 혈당검사를 자기식으로 해석해서 ‘신비의 식품’만 먹으며 생활수칙을 지키지 않는 것.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사이에 온몸에서 합병증이 진행할 수 있다. 고혈당으로 인한 피해를 막는 데에 첫째는 적절한 검사이고, 둘째는 의사와 상담에 따른 생활수칙을 제대로 지키는 것이다. 그러면 혈당검사를 할 때마다 미소짓게 될 것이다.

(코메디 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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