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사람들의 다양성
구글의 순다 피차이, 마이크로소프트의 사티야 나델라, 유튜브의 닐 모한, 월드뱅크의 아자이 방가, 팔로 알토 네트웍스의 니케시 아로라, 어도비의 샨타누 나라옌, IBM의 아르빈드 크리슈나, 스타벅스의 락스만 나라심한, 등등. 미국에서 백인 일색이던 최고 대기업 CEO들이 인도인들로 바뀌어가고 있다.
왜 인도인 대표들이 이렇게 많을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링크드인에서 찾은 글에서는 다음과 같은 이유들을 꼽았다.
고학력 (High Qualifications)
이민자로서의 겸손함 (Humility)
일에 대한 열정 (Passionate About their work)
끈기 (Resilience)
이 글에서 보면 결국 열심히 노력해서 그 자리에 까지 올라갔다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영어를 어려서부터 썼기에 동아시아인들과 다른 언어적 장점이나 문화적 장점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한국인들도 저 덕목을 다 갖추고 있다.
위의 이야기에 다 동의하지만, 내가 실리콘밸리에서 많은 인도인들을 만나면서 내가 느낀 그들의 강점은 바로 "다양성"이었다.
내가 만난 인도사람들은 하나로 규정짓기가 너무 힘들었다. 일본사람도, 중국사람도, 한국사람도 ‘일반적으로 이러이러한 사람들이다’라고 규정지을 수 있었다. 중국사람들은 하나의 가족같이 움직인다. 끌어주고 도와주고 특혜를 준다. 일본 사람들은 조용하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한국 사람들은 똑똑하고 성실하다. 그리고 중국처럼 크게 뭉치지는 않지만 끼리끼리 뭉치는 문화가 강하다. 이 사회들의 특징은 아마 교조화된 표준이 있고 표준에 맞지 않는 사람에게는 불이익을 준다는 점일 것이다.
그런데 인도 사람들은 정말 다 달랐다. 어떤 사람은 성실했고 겸손했다. 어떤 사람은 피해의식이 가득했다. 어떤 사람은 비열했고 치사했다. 어떤 사람은 여유로웠다. 어떤 사람은 협상가였고, 어떤 사람은 엔지니어였다. 물론 한국인들 내에서도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극적으로 만나는 사람마다 극명하게 다르지는 않았다. 적어도 대놓고 비열하고 치사한 사람은 없었다. 다종교 다언어 다계층 사회 인도에서는 표준을 정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표준에 들려는 경쟁 대신 각자의 방향에서 무한 생존 경쟁이 존재할 것이다.
한국 사람들의 획일화된 인재상
한국에서 오신 분들로부터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가 "실리콘밸리에서는 어떤 인재상을 추구하나요?"이다. 실리콘밸리에는 인재상이 없다. 그냥 각자도생이다. 저마다 다른 장단점을 가진 사람들이 시장의 선택을 받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그 시장은 시시각각 변화한다. 작년의 최고의 인재가 올해는 필요 없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
순다 피차이가 Google의 대표가 된 이유가 그가 회의에 들어가면 모두가 해피해져서 나오기 때문이라고 들었다. 각자의 입장을 이해하고 동기부여를 시켜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러려면 넓은 스펙트럼을 이해해야 한다.
모든 인도 사람이 협상에 능한 것은 아니다. 모든 인도 사람이 스펙트럼이 넓은 것도 아니다. 모든 인도사람이 똑똑한 것도 아니다. 그런데 인도사람들은 각자도생 하듯 각자의 강점을 주장한다. 다들 자기가 왜 이 회사에 중요한 사람인지 이야기한다. 그런데 그 이유들을 한국 사람들이 들으면 일도 못하면서 말만 많다고 어이없어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 문화에서는 다양한 기준으로 하는 평가가 잘 통용되지 않는다. 우리는 각자 잘난 이야기를 해도 공부를 잘하는지, 일을 잘하는지, 돈이 많은지로 평가된다. 성공과 실패는 내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에서 결정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 결정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결국 돈과 얼마나 회사에서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인가이다. 그런데 실리콘밸리에서는 일잘러는 별로 귀한 대접을 못 받는다. 회사에서 아무리 일을 열심히 해도 회사의 구체적인 문제를 해결해 주는 사람이 아니면 별로 필요가 없다. 그리고 돈을 가져다주는 사람은 어떻게 평소에 일을 하든 별로 상관도 없다.
다양한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쓸모있는 몇몇 사람들이 있게 마련이다. 그런데 한 종류의 사람들만 있으면 어떤 상황에서는 집단 전체가 쓸모 없어져버린다. 한국 사람들이나 인도사람들이나 다 성실하고 똑똑하고 열정적이다. 그런데 한국인들은 다양한 브랜딩을 추구하지 않는다. 대부분 세상에서 일을 제일 중요하시하고, 정말 일을 센스있게 잘하는 "일잘러"가 되려고 한다. 일잘러가 필요한 곳도 많지만 협상가, 가족을 일보다 중시하는 사람, 여행이 일보다 중요한 사람, 일 못하는 사람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 등 다른 시각과 재능이 필요한 곳도 많다.
사업을 하면서 가장 놀란 점이 한국에서 20년 넘게 배운 지식은 모두 일잘러가 되는 방법이었다는 것이다. 일 잘하는 노동자가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협상의 기술, 사업의 기술은 전혀 배우지 못했다. 오히려 말 잘들으면 위에서 알아서 잘 해줄 것이고, 협상을 시도하면 혼날 거라는 말만 배웠다. 협상을 시도하면 좋은 니고시에이터가 아니라 떡 하나 더 달라고 우는 아이 취급을 받았다. 실리콘밸리에 와서 매니저와 리더가 하는 일은 100% 협상이라는 것을 듣고 깜짝 놀랐었다. 탁월하게 열심히 일하면 매니저가 되는지 알았지 협상을 잘해야 매니저가 된다는 말은 처음 들었었다.
실리콘밸리에서 다양성은 생존의 문제이다
군국주의 국가에서는 다양성은 독이 된다. 군대처럼 움직여야 되는 조직에서는 다양성이 있으면 명령 체계가 무너질 수 있다. 개발 도상국에서 다양성은 귀찮은 걸림돌이 된다. 한 방향으로 움직여야 할 때 다양한 의견은 발전을 느리게 만들 뿐이다.
선진국은 하나의 방향으로 갈 수가 없다. 누군가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불확실한 미래를 개척해 나가는 입장에 서게 된다. 한쪽에 베팅을 할 수가 없고 다양한 베팅이 필요하다. 불확실성이 클 때에 한쪽에만 베팅을 하면 망하는 지름길이 된다.
실리콘밸리가 계속 발전하는 이유도 다양성 때문이다. 실리콘밸리에는 수많은 회사들이 망한다. 대기업들도 순식간에 망하고 새로운 기업들이 그 자리를 대체한다. 그리고 새로운 기업들도 순식간에 망한다. 각 개별 기업은 계속 명멸하지만 실리콘밸리 전체적으로 보면 어떤 흐름이 와도 그 흐름을 탈 수 있는 회사들이 있고 그 회사에 인재와 돈이 몰린다. 그래서 실리콘밸리는 망하지 않고 발전한다.
온갖 다양한 사람들이 신분과 지역에 따라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되는 거대한 사회에서 각자도생 하며 각자가 다른 장점을 가지고 자랑하기도 하고 서로 속고 속이기도 하고, 순식간에 망하기도 하는 곳이 실리콘밸리이다. 그리고 어찌 보면 인도 사회는 실리콘밸리와 그 다양성과 야생적 측면에서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인도를 배우자는 뜻은 아니다. 실리콘밸리를 배우자는 뜻도 아니다. 그런데 다양성이 없는 집단은 환경의 변화에 따라 도태될 수도 있고 멸종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는 개발도상국의 특정 환경에서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였지만 이제 환경이 크게 변화해버렸다. 대기업이 변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대기업도 망할 수 있고, 개인도 망할 수 있고, 망해도 또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곳이 되어야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Brunch story에서 퍼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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