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월 22일 월요일

[정세분석] 중동전쟁에 뜻밖의 변수, “역내 무역·관광 위축에 경제 휘청”

 

- 전쟁으로 경제적 혼란에 직면한 중동- 이스라엘 및 전쟁 당사국들 경제도 충격파- 중동 경제 위기, 전 세계로 번질 가능성도...


[전쟁으로 경제적 혼란에 직면한 중동]


이스라엘과 하마스간의 전쟁에 이어 후티반군의 홍해 기습 등으로 혼란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중동 정세를 좌우할 수 있는 뜻밖의 변수가 발생해 주목된다. 가자지구 전쟁이 주변 접경지로 번지고, 홍해에서는 후티 반군과 미군 충돌이 이어지면서 중동과 인근 북아프리카 지역의 경제가 붕괴할 수도 있다는 진단이 나왔기 때문이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18일(현지시간) “미국과 이란 모두 전쟁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지금까지는 전면적인 중동 전쟁으로 확산되지는 않았지만, 분쟁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이미 막대하다”면서 “무역로가 차단되어 글로벌 운송이 중단되고 있으며 지역 경제도 황폐화되고 있고 중동에서 가장 생산성이 높은 산업까지도 타격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어 “오랫동안 위기에 처해있던 중동 경제가 최근 전쟁으로 인해 무너질 위험이 커졌고, 레바논과 서안지구에서는 어려움이 가중되면서 더 많은 폭력이 발생할 위험이 있으며, 이로인한 영향은 전 세계에 미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하기 이전에는 이스라엘의 첨단 기술 제품부터 걸프만의 석유에 이르기까지 중동 국가들의 전체 수출량의 5분의 1은 역내 무역이 차지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와 관련해 “중동 내에서 서로 적대적이었던 국가들도 서로 무역을 점차 늘려가고 있었지만, 전쟁 발발로 인해 수출 경로가 막히면서 역내 무역이 중단됐고 상품 운송 비용도 상승했다”면서 “특히 친이란 무장조직인 후티 반군이 홍해에서 항행 선박들을 공격하면서 상황은 더 심각해졌으며, 많은 수출업체들이 문을 닫을 지경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후티의 무력 도발이 시작된 이후 세계 무역량의 10%를 담당하던 홍해의 컨테이너 물동량은 기존의 30% 정도까지 떨어졌다. 지난 16일에는 석유 및 가스 다국적기업인 쉘(Shell)마저도 홍해 항로를 피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이미 홍해 연안 국가의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특히 홍해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일부 국가에서는 후티 반군의 미사일 공격이 훨씬 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면서 “에리트레아의 경제는 어업·농업·광업 생산물을 홍해를 통해 수출해 유지되고 있지만, 이 통로가 마비됐고 내전 중인 수단 역시 해외 원조를 받는 유일한 통로가 막히는 바람에 현재 2천480만명에게 원조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코노미스트는 또한 “이 지역 최대 국가로 수에즈 운하를 운영하는 이집트도 더 큰 혼란으로 인해 재정적 파탄에 직면할 수 있다”면서 “홍해와 지중해를 잇는 수에즈 운하를 통해 이집트는 지난 한 해 102억5천만달러(13조7천억원)를 벌어들였고, 이는 외환위기를 겪는 이집트의 주 수입원이 됐는데, 수에즈 운하 통행량이 줄어 통행료 수입이 감소하면 현재 외환위기를 겪고 있는 이집트 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올해 들어 이집트의 수에즈 운하 통행료 수입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40% 감소했다. 문제는 지금의 상태가 지속된다면 이집트는 달러가 부족해지면서 자칫 디폴트가 발생할 우려가 있고, 이로인해 정부가 혼란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는 점이다.


더불어 요르단도 전쟁으로 국내총생산(GDP)의 15%를 차지하는 관광 산업이 침체 국면으로 빠져들었다. 실제로 하마스의 공격 이후 요르단을 찾는 관광객 수는 54% 감소했다. 이렇게 관광업 수입 감소가 지속된다면, 요르단도 이집트와 마찬가지로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


[이스라엘 및 전쟁 당사국들 경제도 충격파]


하마스와 전쟁을 치르고 있는 이스라엘도 경제 충격을 피해 가지 못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이스라엘에서 가장 유망한 산업으로 GDP의 5분의 1을 차지하던 첨단 기술 분야가 타격을 받아 투자자들이 자금을 회수하고, 고객들은 주문을 취소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해당 업계에서 일하던 이스라엘 인력들이 전쟁에 투입됐기 때문이다.


또한 전쟁의 가장 위험한 경제적 결과는 더 큰 폭력으로 쉽게 폭발할 수 있는 화약고인 레바논과 서안지구의 주민들이 겪는 어려움일 수 있다.


이스라엘 북부 국경에서 이스라엘군과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가 서로 공격을 주고받으면서 레바논 남부가 파괴됐고 레바논에서 5만명, 이스라엘 북부에서 9만6천명의 피란민이 발생했다.


그런데 공습으로 파괴된 건물들을 복구하려면 돈이 들지만, 경제 위기를 겪는 레바논에는 이를 감당할 자금이 없다. 레바논은 2019년 디폴트 이후 임시 정부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 몇 달 동안 국내총생산의 70%를 차지하는 외국인 관광객과 은행들이 정부의 권고에 따라 레바논을 떠나면서 경제 침체가 가속화되고 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가 통치하는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는 이스라엘로 매일 출퇴근하던 20만명의 공장 근로자가 일자리를 잃었고, 공무원 16만명은 전쟁이 시작한 뒤로 월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 또한 서안지구에서 공공 서비스가 중단되고 공무원들의 대출 상환이 이뤄지지 않으면 은행 위기가 발생할 수도 있다.


[중동 경제 위기, 전 세계로 번질 가능성도...]


이와 관련해 이코노미스트는 중동의 경제 위기가 전 세계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그간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에도 나머지 세계 경제에는 그로 인한 비용이 거의 발생하지 않았지만, 중동의 많은 국가가 채무 위기에 빠진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이어 “채무 위기는 특히 젊은층 실업으로 이어지면서 정치를 극단화하고, 이러한 파장이 전 세계에 미칠 수 있다”고 관측했다.


결국 이러한 역내 경제 위기가 이란 및 후티반군, 헤즈볼라 등에 대해 압력을 가하는 요소가 되면서 극적인 휴전으로 나아갈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이스라엘과 하마스간의 분쟁, 그리고 후티반군의 홍해 공격으로 인한 확전을 막기 위해, 이집트를 비롯한 주변국들과 카타르 등의 중동국가들이 적극적으로 휴전 성사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결국 이란을 포함한 주변 아랍국가와 사실상의 동맹세력들이 경제 상황이 악화된다면 바로 이 점이 전쟁 중단을 불러오는 기폭제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다 같이 죽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또한 역내 경제상황이 나빠진다면, 이들 지역들의 민심도 동시에 악화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이 점 또한 주목해 볼만하다. 자칫 정치지도 체제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과연 중동지역의 역내 경제적 위기가 지금의 중동 정세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지 주목된다. 더불어 이러한 경제 위기가 갑자기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서 중동 정세의 확전을 가로막는 새로운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http://whytimes.kr/news/view.php?idx=17542



[전쟁으로 경제적 혼란에 직면한 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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