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혀끝에서 죽고
곰은 쓸개 때문에 죽는다
옛날 박상길이라는 상놈이
푸줏간을 열었는데
박상길을 아는 양반 두 사람이
시장에 들렀다가 이 푸줏간에 들어왔다
첫 번째 양반 한 사람이 주문했다
야, 상길아 고기 한 근만 다오
예, 여기 있습니다
박상길은 양반이 주문한
고기 한 근을 베어 내놓았다
두 번째 양반도 고기를 주문하려는데
박상길의 나이가 꽤 든 것 같은지라
말을 좀 다듬었다
박 서방, 나도 고기 한 근 주시게
예, 알겠습니다
이렇게 대답한 박상길은
처음보다 훨씬 많은 양의 고기를 썰어
두 번째 양반 앞에 내놓는 것이었다
앞에 시킨것 보다 두 배는 족히 되어 보였다
그러자 첫 번째 양반이 역정을 내며 말했다
아니 이놈아 같은 고기 한 근을 주문했는데
어째서 이렇게 차이가 크게 난단 말이냐
예 그거야 앞 엣 고기는 상길이가 잘랐고
뒤 엣 고기는 박 서방이 잘라서 그렇답니다
박상길이 이렇게 천연덕스럽게 말하니
앞의 양반은 아무 대꾸도 하지 못했다
상길이와 박 서방은 이렇게 다른 사람이었다
아니 말 한마디에 따라
서비스의 질이 이렇게 다른 것이다
사람을 신분이나 나이는 물론 계급이나
생김새로 구분해서 대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또한 입은 옷이나 소유나 재산이나
타고 온 자동차나 외양으로 대우해선 안 된다
말 한마디에 상길이와 박 서방이 되는 것처럼
인간의 감정이란 의외로 단순한 면이 있다
인생이 실패하는 이유 중에서
80%가 인간관계의 실패 때문이라는 얘기도
알고 보면 사람과 대화 중의 실패가
그만큼 많다는 얘기인지도 모를 일이다
부주의한 말 한마디가
싸움의 불씨가 되기도 하고
잔인한 말 한마디가
삶 자체를 파괴시키기도 한다
쓰디쓴 말 한마디가 증오의 씨를 뿌리고
무례한 말 한마디가 사랑의 불을 끄기도 한다
은혜스런 말 한마디가
길을 평탄하게 하기도 하고
부드럽고 즐거운 말 한마디가
하루를 빛나게도 한다
때에 맞는 말 한마디가 긴장을 풀어주고
사랑의 말 한마디가 축복을 주기도 하지만,
역사 이래 총이나 칼에 맞아 죽은 사람보다
혀끝에 맞아 죽은 사람의 숫자가
훨씬더 많다고 한다
곰은 쓸개 때문에 죽고
사람은 혀 때문에 죽는다고 보면 된다
진정으로 강한 사람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억제할 수 있는 사람이다
- 좋은글 중에서(출처/향기나는 샘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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