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이후의 이스라엘
전혀 예상치 못한 사태가 벌어졌다. 이스라엘판 9.11이라는 표현이 딱 맞는 상황이었다. 기습적인 공격과 막대한 민간인 인명피해의 충격은 이스라엘 사회를 오랫동안 흔들어놓을 것 같다.
1)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나.
여러가지 이야기가 있지만 가장 주된 요인은 이스라엘의 교만심이 자리하고 있는 것 같다. 하마스라는 집단이 껄끄럽기는 하지만 언제라도 적절한 수준의 무력으로 눌러놓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귀찮음과 무신경함이 있다. 가자지구라는 폭탄을 옆에 두고 있지만 이스라엘은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체하거나 해결하려 하지 않았다. 그냥 현상유지를 하면서 어떻게든 넘어가겠지 생각했던 것 같다. 230만이 실질적인 감옥 생활을 하면서 쌓이는 분노와 무력감, 자포자기 등의 심리적 흐름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전술적으로는 최근 서안지구의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상대적으로 문제가 없던 가자지구 인접 병력을 대거 이동배치한 것이 문제를 촉발시켰다고 여겨진다. 이것이 하마스의 전체적인 그림 속에서 이루어졌는지, 아니면 상황을 하마스가 잘 이용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떻든 큰 틈을 보여주었고, 하마스는 그 틈을 후벼팠다.
시간이 지나면 이스라엘 내부적으로는 결국 책임소재를 둘러싼 갈등이 터져나올듯 싶다. 극우세력이 서안지구를 뒤흔들어놓으면서 문제를 유발한 것이 사태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보는 쪽, 그리고 22년말까지 집권하던 측은 가자지구에서 뭔 일이 벌어졌는지 왜 파악을 못했냐고 주장하는 측이 대립할듯 보인다.
2) 시가전 이후의 과제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대규모 병력을 투입할 준비를 하고 있다. 큰 희생을 치르더라도 하마스를 발본색원해서 소멸시키겠다는 결심은 분명해 보인다.
이 과정에서 큰 희생은 불가피해보인다. 시가전은 약자에게 상대적 어드벤티지를 주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이 러시아처럼 열압력폭탄을 동원해 시가지를 초토화시킬지 아니면 과거 레바논에서 했던 것 처럼 자주포로 건물 하나하나를 무너뜨리며 나갈지는 모르겠지만 그 과정이 순탄치는 않을 것이다.
이스라엘군, 하마스, 민간인 그리고 인질들까지 많은 희생이 발생할 것은 명약관화하다. 그런 희생을 치르고라도 하마스를 제거하겠다는 의지에 따라 전투는 이어질 것이다.
문제는 그렇게 해서 하마스를 제거한 다음 가자지구를 어떻게 할 것인가? 라는 문제는 그대로 남는다. 하마스 이외에도 15개가 넘는 무장단체들이 존재하고 있는 그곳을 그냥 놓아둔다면 이는 또 다른 사태를 예비해놓는것에 불과하다.
문제는 여기까지 이스라엘이 과연 생각하고 있는지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문제 자체의 해결을 위한 전략적 판단과 접근보다는 하던 방식대로의 전술적 대응을 스케일을 키워서 하는 방식을 선택할 것처럼 보인다.
3) 국제전으로 비화?
이란이 배후에 있을 것이라는 심증과 보도가 이어지고 있지만 거기까지 문제를 제기할 것 같지는 않다. 그렇게 된다면 너무 커지고 복잡해지며 당장의 현안을 가려버리기 때문이다.
이란에 대한 공급이나 타격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그렇다고 이란이 이스라엘에 대한 4개의 전선 전략을 중단할것 같지도 않다.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수교협상은 일단 브레이크가 걸리겠지만 결국은 접점을 찾아가며 24년중에는 결과가 나올것 같다.
하지마 이런 예측은 지나치게 평면적이고 기존의 흐름들이 이어진다는 안이한 전망에 기초한 것이다. 언제 어디서 어떤 흐름이 나타날지 알 수 없는 불확실성이 높아지다보니 예측이라는 것이 무의미해지는것 같다.
예멘에서 어떻게 사우디가 발을 빼고 정리해 나갈 것인지도 과제이고, 이집트가 경제난을 꾸역꾸역 헤쳐나갈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시리아와 레바논 역시 폭탄을 안고 있는 상황인데 누구도 적극적으로 달려들어 문제를 해결해보고자 하지는 않는다.
어쩌면 큰 그림을 그리고 그 그림을 실현하고자 하는 스케일 큰 정치인과 이념적 지도자가 없는 현 시대의 운명을 중동이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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