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11일 수요일

두 번 패배한 사람



 두 번 패배한 사람

​

상대가

화를 낸다고 나도 덩달아 화를 내는

사람은 두 번 패배한 사람이다.

​

상대에게

끌려드니 상대에게 진 것이고 자기 분을

못 이기니 자기 자신에게도 진 것이다.

​

나이가 들어도

언제나 따뜻하고 편안하고 용서해 주는

표정의 사람이 있는가 하면,

​

가만히

있어도 깐깐하고 성깔이 있어 보이는

불쌍한 얼굴이 있다. ​

​

80~90이

다 되어도 그 누구를 그리도

미워하고 집착하여

​

스스로의

마음을 번민과 갈등에서 헤어나지 못하게

하는 경우를 본다.

​

人生 草露!

어차피 인생은 풀잎에 맺힌 아침 이슬이라 떠오르는

햇살에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을!

​

그 찰나의

순간을 살다 가면서 과연 우리는 무엇을 마음에

담아야 하고 무엇을 내려놔야 할까......

​

살인 누명 쓰고

절해고도에 갇힌 빠삐용은 어떻게든 탈출해서 누명을 벗으려 하지만

탈출에 실패하고 독방에 갇혀있을 때 악몽을 꾼다.

​

사막의

지평선에서 검사가 나타나 빠삐용을 바라보자 빠삐용은

"난 사람을 죽이지 않았소."

​

그러자 검사는 말한다.

​

"맞다.

너는 사람을 죽이지 않았다.

​

그렇지만

너는 살인보다 더한 죄를

저질렀다."

​

"그게 뭡니까?"

​

그것은 "인생을 낭비한 죄다."

"인생을 낭비했으므로 유죄다.."

​

​

'인생을 낭비한 죄'

​

​

빠삐용의

자유를 향한 초인적 집념보다 몇 배

더한 울림이다.

​

쓰레기를 버리려

아파트 동 밖으로 내려갔더니, 아주 고급스러운 책장들을 비롯한

꽤나 비싸 보이는 가구들이 한살림 가득하게 나와있다.

​

값께나

나갈 것 같은 서양화와 가구. 가족사진들이

쓰레기장 바닥에 널브러져 있다.

​

중고

가구점에 연락하면 헐값에라도 가져

갈만한 고급품이기도 하다.

​

그림들과

가족사진들은 태워버리지도 않고, 왜 저렇게

버렸는지 자식들이 욕먹을 것 같기도 하다.

​

죽으면

아무리 값진 것도 모두 다 버리고 가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새삼스럽게 들었다.

​

늙어서

죽는다는 것은 한 가정이 자연스럽게

해체되어 가는 모습이기도 하다.

​

한참 자식들이

태어나 쑥쑥 자랄 때는 식구끼리 모여서 웃고 떠들면서 맛난 거

먹으며 세상에서 내가 제일 행복한 것처럼 좋아했다.

​

집안이

시끌벅적 들썩거리던 기쁨!

그때의 사랑!

​

좀 더 고급 진

가구들을 꾸며 놓고서 만족해하던 시절, 자식이 공부

잘해 가슴 뿌듯해하거나, 공부 못해 가슴 졸이던 시절~~~

​

세월 따라

그런 오붓했던 시절은 점차 멀어지고, 자식들은 제각기

자기 가정 제 일을 찾아 뿔뿔이 흩어져서 산다.

​

기둥 같았던

엄마, 아빠는 이제 병들고 쇠잔해져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세상 떠나면,

​

그 가정은

허물어지듯 해체돼 버린다는

사실이다.

​

비단 내 이웃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나의 현실로서 내 코앞에

놓여있다는 사실을 회피할 수가 없다.

​

하나하나

정리해야 되는데도 아직 붙들고 있는

것이 너무 많은 것 같다.

​

젊은 시절에

읽던 책들 더러는 읽지도 않고 허영으로

모은 것도 있겠고,

​

내가 아껴 입던 옷들...!

드라이클리닝해서 비닐 커버를 씌워 놓고

입지도 않은 채 걸려 있는 옷들,

​

숱하게

찍은 사진들, 나름엔 욕심내서 구입한

가구들 등등...

​

한낱 거품 같은,

연기 같은, 물리적인 세물(世物)에 목숨

걸고 살아온 인생이여!

​

아등바등

아껴서 모아놓은 재산들...!수의에는 주머니가

없다고 하는데......

​

비단 그보다도

마음속에 아직 비우지 못한 갖가지 상념. 먼 욕(晩慾).

세상일에 대한 관심. 정치적 간섭. 분노

​

그리고

얼마 안 되는 인간관계에서 발생되는 갈등은

언제쯤에나 비워 없앨까.....?

​

불안과

우울함과 분노는 함께 붙어 다니는 3형제

정신질환이라 한다.

​

도대체

이런 것들은 언제부터 주변을

맴돌고 다니는지...

​

인생을

낭비한 죄.... 이 죄에서 나는 형량을 얼

마나 받게 될까?!

​

버릴 것과

가지고 있을 것 그리고 비울 것과 담아둘 것 들을 이제는

곰곰이 생각해 보고 정리해 나가야 할 때인 것 같다.

​

아름다운 황혼을 위하여.....

​

그리고 草露처럼 흔적을 지우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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