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28일 토요일

세포 얘기

 우리 몸의 세포도 살고 죽기를 거듭한답니다

**죽어야  사는 세포의 운명**

세포의 일생-분열과 노화,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여정

당신은 '생물'인가? 누구나 간단히 그렇다고 대답할 것이다그럼질문을 바꿔보자당신이 생물이라는 증거는 무엇인가당신이 무생물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많은 이들이 숨을 쉬고 있다’, ‘심장이 뛴다’, ‘의식이 있다’ 등등의 답을 할 지 모른다모두 일리가 있지만과학적으로 생물즉 생명체가 무생물과 구분되는 특징은 대략 다음과 같다자라서 유전과 증식(reproduction)을 한다물질대사(metabolism)를 통해 살아갈 에너지를 얻으며 스스로 생명을 유지한다환경에 대해 반응(response)하고 적응한다세대를 거치며 유전자를 변화시켜 천천히 진화(evolution)한다.인간은 이 모든 조건을 만족시키므로 생물즉 생명체라고 할 수 있다.'

세포는 위에 언급한 생명체의 특성을 모두 가지고 있는 가장 작은 단위다세포 분열을 통해 수를 늘리고(reproduction), 필요한 물질을 합성하거나 영양분을 분해하여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만들고(metabolism), 주위 환경에 반응하며(response), 오랜 세월을 통해 유전자를 변화시켜 나가는(evolution) 존재인 것이다.

지구상에는 아메바처럼 단 한 개의 세포로 이루어진 생물도 있고인간처럼 수십~수백 조 개의 세포로 이루어진 생물도 있다많은 세포로 이루어진 생물의 경우 비슷한 기능을 가진 세포가 모여 조직을 만들고(상피 조직결합 조직근육 조직신경 조직 등), 조직이 모여 기관을(허파심장대장소장혈관이자 등), 기관이 모여 기관계(소화계신경계호흡계순환계 등)를 이루어 비로소 하나의 생명체를 완성하게 된다

  세포의 생로병사에 관하여

세포도 생명체인 만큼 태어나고늙고죽는다모세포의 분열을 통해 태어난 세포는 다시 분열을 하여 새로운 세포를 낳는다새 세포는 수명을 다해 죽은 세포의 자리를 대신하게 된다위장 내벽 세포는 2시간 반 정도면 살다가 죽어 새로운 세포에게 자리를 내주고 적혈구는 3개월을 살고 교체된다신경 세포는 한번 출생 다음 해부터 더 이상 분열하지 않지만 간세포는 성장이 끝난 이후에는 분열을 멈추었다가 간의 일부가 파괴되었을 때 다시 분열을 시작하여 없어진 부분을 보충한다그러나 대부분의 인간 체세포는 25~30일 정도 살며 1년 정도면 몸에 있는 거의 대부분의 낡은 세포는 죽어 없어지고 새 세포로 교체된다.

1961년 해부학자 레너드 헤이플릭(Leonard Hayflick, 1928~)은 세포가 보통 70 정도 분열을 하면 더 이상 분열하지 못한다는 것을 발견하고 헤이플릭 한계라 이름 붙였다, 1980년대 분자생물학자 엘리자베스 블랙번(Elizabeth Blckburn,1948~)은 그 이유가 세포의 염색체에 양 끝의 텔로미어(telomere)와 관계있다는 것을 밝혔다.4) 텔로미어는 염색체를 보호하기 위해 양 끝에 특정한 염기가 수천 번 반복되어 생긴 뚜껑 같은 부분인데세포가 분열할수록 점점 닳아서 짧아진다결국 텔로미어가 너무 짧아지면 세포는 더 이상 분열할 수 없게 된다.5) 이처럼 더 이상 분열하지 못하는 세포를 노화되었다한다노화된 세포는 일단 크고 평평해 지며유전자 발현이 잘 되지 않고 갖가지 노화 관련 질병에 영향을 주는 물질을 분비하기도 한다이로 인해 개체는 동맥경화감각기관 기능저하상처회복 및 면역능력 약화 등을 겪게 되는 것이다개체의 노화 현상에는 세포 차원의 노화 외에도 많은 이유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전반적인 세포의 노화도 큰 상관관계가 있는 것을 알려졌다

세포의 죽음은 크게 아폽토시스(apoptosis)와 네크로시스(necrosis) 둘로 나눌 수 있다네크로시스를 괴사아폽토시스를 사멸이라고도 한다네크로시스는 심한 충격이나 방사선독극물 등의 외부 스트레스에 의해 세포가 괴사하는 것을 말한다가구 모서리에 다리를 부딪쳐 타박상이 드는 것도 세포의 네크로시스 때문이다네크로시스가 일어나면 세포는 팽창하면서 녹아내리고 여기에 백혈구가 모여서 염증 반응이 일어난다.

아폽토시스는 사고사가 아닌 정해진 운명에 의해 일어나는 죽음이다. 세포가 수명을 다하거나 필요 없어지면 저절로 죽어 없어지는 것도 사멸의 과정이다올챙이의 꼬리가 없어지는 것물갈퀴가 달린 개구리 발처럼 이어져 있던 태아의 손가락이 하나하나 분리되는 것이 바로 세포의 아폽토시스 때문이다.
 

왼쪽은 올챙이가 개구리가 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아폽토시스, 인간의 손이 발생할 때 일어나는 아폽토시스 (출처 dev.biologists.org), 오른쪽은 아폽토시스가 제대로 일어나지 않는 사람의 발가락(출처 위키미디어커먼즈)

아폽토시스는 외부 스트레스 때문에 세포가 크게 손상되었을 때도 실행된다방사선이나 바이러스 감염화학약품활성산소 등으로부터 공격을 받아 손상된 세포는 일단 고치는 것을 시도한다그러나 그 손상이 너무 크면복구보다는 세포를 모두 없애고 정상 세포를 증식하는 플랜 B를 작동시키는 것이다아폽토시스로 쪼그라들고 쪼개진 세포의 시체는 면역 세포의 하나인 대식 세포가 먹어치운다이 과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손상된 세포는 좀비 세포가 되어 정상세포로 갈 영양소까지 모두 빨아들이며 무섭게 커져 결국은 개체의 생명도 위협한다. 암이나 자가면역질환, AIDS, 알츠하이머 등이 그것이다결국 세포는 죽어야 산다는 아이러니한 메커니즘을 가진 셈이다.
 

 
  오래 살고 싶다면 세포 다이어트

그렇다면 텔로미어가 짧아지지 않게 하여 개체의 노화를 막을 수도 있지 않을까존스홉킨스대 캐럴 그라이더 교수는 텔로미어를 짧아지지 않게 해 주는 효소를 발견해 엘리자베스 블랙번 교수와 함께 노벨상을 받았다캐럴 그라인더 교수는 대부분의 암세포가 아무리 분열을 많이 해도 텔로미어가 짧아지지 않는데 주목했고그것이 텔로미어를 만드는 데 관여하는 텔로머라제(telomerase)라는 효소 때문임을 밝혀냈다현재 이 텔로머라제를 이용하여 노화와 암 증식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연구되고 있다.

이 외에도 세포 차원에서 노화를 막아보고자 하는 노력은 전 세계에서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다장수와 관련된 유전자에 관한 연구나 미토콘드리아에서 에너지를 만들 때 만들어져 생물체를 늙게 만든다는 활성 산소에 대한 연구 등이 그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관련 연구 성과들이 속속 보고되고 있다명경재 단장이 이끄는 IBS 유전체 항상성 연구단은 지난 4월 SHPRH라는 단백질이 노화와 암 진행을 막는 데 큰 역할을 한다는 새로운 사실을 밝혀냈다SHPRH는 원래 손상된 DNA를 고치는 단백질인데망가진 DNA가 없을 때는 엠토(mTOR;mammalian target of rapamycin)6)라는 대사 경로에 작용해 노화와 암 진행을 늦춘다는 것이다. mTOR 대사는 세포의 영양분이 부족할 때 리보솜 DNA의 전사를 억제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리보솜 DNA를 RNA로 전사할 때는 SHPRH 단백질이 DNA 프로모터와 결합하고그것이 다시 RNA 중합효소와 결합하는데세포내 영양분이 부족해지면 SHPRH 단백질들이 뭉치면서 결합을 막는다는 것이다때문에 단백질 합성 공장인 리보솜이 덜 만들어지고결국 단백질 생산이 줄어들어 노화와 암진행도 느려진다는 것이다.

또한 IBS 식물 노화․ 수명 연구단(단장 남홍길)은 지난 3, 포스텍 연구팀과 공동으로 그 동안엔 알려지지 않았던 RNA와 노화의 상관관계를 밝혀내기도 했다. , 나이가 들면 RNA도 많은 손상을 입으므로 RNA를 최적의 상태로 유지하면 노화도 늦츨 수 있다는 것이다. RNA를 최적의 상태로 유지하는 데는 기능이 떨어지거나 비정상적으로 생성된 RNA를 제거하는 NMD(nonsense-mediated mRNA decay) 현상에 의해 이뤄진다. 연구팀은 특별히 오래 사는 예쁜꼬마선충을 관찰한 결과 노화해도 NMD 작용이 활발해짐을 밝혔으며, 특히 신경세포 내의 NMD 작용을 활성화하는 것이 수명 연장에 매우 중요하다는 결과를 얻었다. 

2천 여 년 전 진시황은 불로불사의 약을 얻기 위해 신하들을 전 세계 곳곳으로 보냈다고 한다. 현대 과학은 머지않아 그 비밀을 실험실의 작디작은 세포 속에서 발견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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