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1월 5일 목요일

마음이 쉬어 가는 사람

 

나이가 들수록 소중해지는 인연

살다 보면 참 많은 사람을 만난다. 좋은 인연도 있고, 기대와 달리 실망을 안겨 주는 인연도 있다. 처음에는 가까웠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멀어지는 사람도 있고, 오랜만에 만나도 어제 만난 듯 편안한 사람도 있다.

인간관계란 마음먹은 대로 되는 일이 아니다. 서로의 생각이 다르고 살아온 환경이 다르니 때로는 오해도 생기고 서운함도 쌓인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모든 것을 이해할 수는 없고, 아무리 오래된 인연이라도 언제까지나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젊었을 때는 사람을 많이 알고 넓은 관계를 맺는 것이 좋은 줄 알았다.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생각이 달라진다. 사람을 많이 만나는 것보다 누구와 함께 있을 때 마음이 편안한지가 더 중요해진다.

굳이 말을 많이 하지 않아도 어색하지 않고, 내 형편을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함부로 판단하지 않는 사람. 때로는 생각이 달라도 서로의 입장을 존중하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조용히 안부를 물어주는 사람. 그런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것은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노년의 삶에는 생각보다 많은 걱정이 따라온다. 건강은 예전 같지 않고, 가족에 대한 염려도 늘어난다. 친구와 지인들의 소식도 예전과 같지 않다. 누군가는 세상을 떠나고, 누군가는 병원이나 요양시설에서 지내며, 또 누군가는 각자의 형편 때문에 만남이 뜸해진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은 화려한 만남이나 거창한 위로가 아니다. 부담 없이 전화 한 통 할 수 있고, 차 한잔 나누며 별다른 말 없이도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사람이다.

그렇다고 좋은 인연을 만나기만 기다릴 수는 없다. 나 자신도 누군가에게 편안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내 생각만 옳다고 주장하지 않고, 상대의 형편을 헤아리며, 지나친 기대와 간섭을 줄이는 것도 필요하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적당한 거리와 존중이 있어야 오래갈 수 있다.

모든 사람과 잘 지낼 필요는 없다. 때로는 서운한 관계를 억지로 붙잡지 않는 것도 지혜다. 인연을 소중히 여기되 서로에게 상처를 주면서까지 유지할 필요는 없다.

돌이켜보면 인생에서 오래 기억에 남는 사람은 반드시 많은 것을 해준 사람이 아니다. 힘든 시기에 곁을 지켜준 사람, 내 부족함을 알고도 함부로 대하지 않은 사람,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마음이 편안했던 사람이다.

나이가 들수록 사람을 얻는 일보다 사람을 잃지 않는 일이 중요해 보이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서로에게 좋은 사람으로 남는 일이다.

인생의 마지막으로 갈수록 깨닫는다. 좋은 인연은 내 삶을 화려하게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남은 인생을 조금 덜 외롭고 조금 더 편안하게 만들어 주는 사람이라는 것을.

그리고 나 또한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으로 기억되기를 바라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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