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봉투 전혀 몰랐다'면서 사과·탈당은 하겠다는 송영길의 궤변
지난 주말 프랑스 파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탈당과 귀국을 떠들썩하게 발표한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처신은 무척이나 실망스럽다. 2021년 전당대회에서 ‘돈봉투 살포’ 여부를 묻는 핵심 질문에 송 전 대표는 “전혀 몰랐다”는 단답형 답만 되풀이했다. 그의 개입을 시사하는 녹취록이 속출하는데도 모르쇠로 일관한 것이다.
송 전 대표가 “오늘은 국민 앞에 사죄하는 자리”라면서도 기자회견 절반 가까이를 자화자찬으로 채운 대목은 황당하기까지 했다. 국민은 그가 선거캠프 총책임자로서 실체적 진실에 대한 최소한의 설명과 해명을 할 것을 기대했다. 하지만 그는 “보고받은 적 없다” “캠프 일을 일일이 챙기기 어려웠다”는 하나 마나 한 말을 반복했다. 대신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는 파리에서의 활동을 자랑하듯 장황하게 늘어놓아 실소를 자아냈다.
송 전 대표의 ‘탈당’을 대단한 결단인 양 추켜세우며 여론 호도에 몰두하는 거대 야당의 정략적 행태는 더 가관이다. 빗발치는 출당 요구에 떠밀린 탈당이건만 민주당 의원들은 “역시 큰 그릇”(박지원) “물욕 적은 사람”(김민석) 등의 민망한 평가를 쏟아냈다. 민형배, 윤미향의 ‘꼼수 탈당’과 ‘뒷문 복당’ 논의를 혀를 차며 지켜본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오죽하면 당 내부에서조차 “탈당이 진상규명과 무슨 관계가 있느냐”(이상민 의원)는 반발이 나오겠나
22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돈봉투 해명 기자회견 내용은 상당히 혼란스럽다. 앞뒤 안 맞는 궤변이 한두 가지가 아니어서다. 많은 말을 했지만 핵심은 '돈봉투는 전혀 모르는 일'이라는 거다. 그리고 "30분 단위로 정신없이 뛰어다닐 때여서 (2년 전 전당대회) 캠프 일을 일일이 챙기기 어려웠던 사정" 운운도 했다. 만에 하나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실제 있었더라도 '내가 알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는 거다. 아랫사람이 나 몰래 한 일을 어떻게 알 수 있겠느냐는 항변처럼 들린다. 한마디로 돈봉투가 실재했든 안 했든 간에 '나와는 하등 상관이 없는 일'이라는 거다.
그런데 이처럼 '나는 결백하다'며 억울해하면서도 사과를 하고, 모든 정치 도의적 책임은 지겠다고 했다. 아랫사람 감시·감독을 소홀히 한 책임 정도만 떠안겠다는 건데 진정성 있는 사죄로 보기 힘들다. 아랫선에 책임을 떠넘기고 꼬리 자르기에 나섰다는 지적이 나올 법하다. 무엇보다 그의 모르쇠 행태는 언론에 공개된 녹취록에 '영길 형(송 전 대표)'이 돈봉투를 직접 뿌리고, 관여한 정황이 넘쳐나는 것과도 정면 배치된다. 또 "저와 함께했던 사람들을 괴롭히지 말고 자신을 소환하라"며 검찰에 주문한 것도 황당하다. 일단 돈봉투 연루자들을 수사하는 건 괴롭힘이 아니라 정상적인 사법 절차일 뿐이다. 이들 대신 아무것도 아는 게 없다면서 자신만 소환하라는 것도 상식에서 벗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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