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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상(秋想)
개울둑을 따라 낙엽이 수북이 쌓여 갑니다.
바람의 유혹에 따라 나선 낙엽은 멀리도 못가고
붉은 옷을 입은 작은 산수유나무에 기대어 무어라 쫑알거립니다.
제멋대로 자란 시들어버린 들풀들조차
돌보는 이 없이 버려진 허수아비처럼 초라한 군상이 되고
들녘을 지나는 바람결조차 왠지 낯설어 보입니다.
되돌아보면 작년 이맘때와 그리 다르지도 않건만
나이가 들어가는 만큼 나도 모르게 세상이 함께 늙어가는 것처럼
가슴에는 뭇 서리가 내린 듯 싸늘해져 옵니다.
저 혼자 모질게 아등거리며 사는 것 같지만
낯선 거리에 홀로 뒹구는 낙엽의 일생처럼
돌아보면 모두가 자신의 몫의 삶을 체우기에 바쁩니다.
매일매일 씻어도 나오는 내 몸의 때처럼
낙엽은 나무에서 떨어짐을 걱정하지 않습니다.
매일매일 내게 다가오는 일상들이 내 삶의 전부이었듯이.(옮긴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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